"북한문제 美 설득 힘들어..9월 정상회담서도 설득 어려울 것"
"공기업 기관장 말 잘 안들어..국책연구원도 나서지 않아"
"성인오락실 상품권 문제, 내 집권기에 발생한 사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13일 일부 언론사 간부들과의 오찬회동에서 낮은 지지율,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 '임기말 현상' 조짐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비교적 솔직하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고민 = 청와대는 그동안 노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에 대해 "지지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앞을 보고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지지율 정체에 대한 고심의 일단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지지율 고민은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고민한다"고 속내를 토로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참여정부 정책의 '저평가'에 대한 불편한 심사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전시 작통권 환수문제도 너무 당연한 건데 내 지지율이 낮다보니까 훼손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예시한 뒤 "내 지지율이 낮아서, 옳은 정책도훼손되고, 내가 미워서 정책을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번 꼽아보라"면서 "내 집권기에 발생한 사안은 성인오락실 상품권 문제인데, 청와대가 직접 다룰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까지 국정장악력 유지 = 하지만 노 대통령은 5년 임기로 따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시절과 비교하면서 "요즘 내 지지도가 전임자들보다 낫다"며 자신감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자식들 문제로 임기말에 힘이 빠졌는데 나는 권력기관을 갖고 휘두른 것도 아니니 특별히 힘이 빠질 이유가 없다"며 "끝까지 국정장악력을 갖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말 현상'에 대한 고민도 언급하면서 한 예로 국책연구원의 '복지부동'을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한 비판이 많아 국책연구원에 글을 좀 써보라고 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틀에 박힌 보고서만 올라온다. 다시 시켜도 소용없다. 옛날부터 해오던 연구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공기업 기관장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과거에 임명돼 내려온 사람들이어서 나가라고 할 수도 없다. 우리가 외부감사를 많이 임명하는 것도 그런 견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대한 안타까운 심정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비정규직, 소득재분배 문제는 진전을 봤지만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이들 문제들이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다음 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요즘 다음에 누가 오든 잘해봐라 하는 식의 고꾸라진 마음과 잘해서 물러나야지 하는 펴진 마음이 반반"이라며 "왔다갔다하는게 사실이지만 정부관리만큼 단단하게 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북핵 및 한미관계 =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6자회담 재개 지연 등에 대한 상황관리 어려움도 토로했다. 특히 대북 적대정책을 펴는 미국과 6자회담 불참이라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는 북한 사이에서 정책수단의 '현실적 한계'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에 대해 더 이상 설득하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설득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공식 채널은 없다. 만들려고 하면 북한과 공식관계를 맺고 있는 기관들이 불평을 한다"며 "또 통하지도 않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는 공식적인 통로가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종석 통일장관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만한 통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무기 기술수준과 관련, 노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 보유에 대해 중국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핵무기 기술도 높게 보지 않는 것 같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언급하며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나를 좋아한다는 얘길 들었다"며 "기면(맞으면) 기고(맞고) 아니면 아니고 확실해서 좋다고 하더라. `승부사'라고도 했다고 한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과 관련해서 노 대통령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선택으로 결코 한국이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없는 위협도 만들어서 부각시킨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언론 비판 = 노 대통령은 대(對)언론관계를 거론하면서 보수, 진보 언론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언론환경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은 하늘에 헬기를 띄운 것과 같다.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내가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에, 왼쪽으로 가면 왼쪽에 쏘아대니 어떻게 당하겠느냐"며 "진보는 한미FTA를, 보수는 작통권 때문에 공격한다. 좌우 협공 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YS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한 뒤 결과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보다 결국에는 언론에 당했고, DJ는 세무조사(결과)를 발표해서 당한거다. 해도 안해도 당하니까 나는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와 관련, "미국과 다 이야기가 돼서 하는건데 일부 보수언론들이 10년전과는 다른 논리를 바탕으로 공세를 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취지로 보수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편 유진룡(劉震龍) 전 문화부차관의 '인사청탁' 논란과 관련, 노 대통령은 "아리랑TV가 적자가 많다. 우리쪽은 사업이나 기능을 늘려서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자고 했는데 저쪽에서는 기구를 줄여서 부사장 자리 같은 것을 없애서 풀려고 한 게 차이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