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 진영에 전직 외교관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기본적으로 대선주자 진영의 외교.안보 정책통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보.혁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FTA 등 외교안보사안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미동맹 등 외교문제가 내년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 전직 외교관은 아직까지 대선주자 캠프의 정식 일원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이지만 개인적 친분 등을 매개로 외교.안보 정책 자문에 활발히 응하면서 물밑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고 건(高 建) 전 국무총리는 유종하(柳宗夏) 전 외무부장관과 박수길(朴銖吉) 전 유엔대사 등 거물급 퇴직 외교관들과 일찌감치친분을 쌓고 있다.

유 전 장관은 고 전 총리의 대학 1년 선배로서 오랜 기간 교분을 쌓아왔고, 박 전 대사는 지난 3월 고 전 총리의 자문그룹인 `미래와 경제'가 출범할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고 전 총리측은 "외교관련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이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진영에서는 대표시절 영입한 이재춘(李在春) 전 주러시아대사가 대표적인 외교.안보 자문역으로 꼽힌다.

이 전 대사는 얼마전까지 당 국제위원장을 맡아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사태 등의 현안이 불거졌을 때 당론을 정리하는 데 기여했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윤해중(尹海重)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함명철(咸明澈) 전 주싱가포르 대사 등 주로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 출신 전직 외교관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이 전 시장과 친분이 있는 고위 외교관 출신은 1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 캠프에도 전직 대사급 이상 외교관 3~4명이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아직 대선주자 진영에서 눈에 띄게 활동하는 전직 외교관은 없다. 다만 주제네바대표부대사 출신의 정의용(鄭義溶) 의원과 정태익(鄭泰翼) 전 주러시아대사가 이달 초 당 자문위원에 임명돼 당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김근태(金槿泰) 의장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를 면담했을 언론에 발표할 문구를 정리해준 것도 정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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