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호주와 브라질의 경기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호주의 수장이 히딩크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를 응원했다. 세계 최강이라는 브라질 팀을 만나 그의 팀은 졌지만, 그래도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벌써 4년이나 흘러버린 일이지만, 박지성 선수가 포르투갈 전에서 골을 넣은 뒤 히딩크 감독에서 달려가 아기처럼 안기던 장면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때 감격한 얼굴로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긴 박지성 선수는 경기 직후 왜 그랬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냥 나도 모르게 달려가고 있었다’고 답했다. 골을 넣고 가장 생각난 사람이 감독님이었다고도 덧붙이며 그는 자연스러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는 표정으로 머쓱해했다.

4년 전 우리 모두에게 기적같은 여름을 선물한 히딩크는 아직도 지금 호주에서 그 기적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지금 호주에선 히딩크에 대한 열풍이 뜨겁다. 호주 대표팀의 슬로건은 “거스 없이는 영광도 없다(No Guss No Glory)”이다. 또 호주인은 그를 자기네 사람이라는 뜻에서 “오지 거스(Aussie Guus)”로 부른다. 호주인들의 그에 대한 환호에는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뒤 우리가 그에게 명예 한국시민권을 부여했던 우리의 모습의 겹친다.

호주의 언론들은 입을 모아 그가 아름다운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히딩크 감독이 2차 대전때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던 아버지에게 배운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진 품격있는 지도자라고 말이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감독은 이번 호주대표팀의 경기가 끝난 후 퇴장하는 선수들 한명, 한명 모두 등을 두드리며 포옹했다. 보는 사람까지도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우리는 그 모습에 다시 감동한다.

우리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을 인간적인 감독으로 기억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연습하는 박지성 선수에게 ‘근성이 있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격려한 것은 박지성 선수를 키운 힘이라고 박 선수 자신을 밝히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선후배 사이가 너무 경직돼 제대로 말도 못하고 함께 밥도 못 먹던 대표팀을 일부러 섞어 친하게 했다. 그러자 선수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팀워크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감독 자체가 한 팀이 되어 함께 식사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히딩크 감독은 팀의 일원인 리더다. 그래서 선수들은 가장 좋은 순간에 자연스럽게 그를 찾는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그 선수들을 온몸으로 앉아준다.

히딩크는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는 절대로 편안히 내려올 수 없다는 전설을 가진 자리에서 존경을 받으며 내려온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희망을 줬다는 면에서 아직도 고맙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그를 그리워 한다,.

그가 보여준 것은 믿을 수 있는 리더였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우리 편'인 리더를 가진 호주 축구팀이 부럽다. 그리고 이건 비단 축구 이야기 뿐이 아니다.

디지탈뉴스 : 김현지 기자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