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을 피해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은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떠나고, 같은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늦게 휴가를 떠나더라도 여유로운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9월에 열리는 지역축제를 권하고 싶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해당 지역 고유의 축제를 통해 문화생활을 경험하는 것도 늦은 휴가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지 않을까. 지금부터 지역축제 속으로 한번 빠져보자.

■ 광주비엔날레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2008 광주비엔날레는 '연례보고 Annual Report'라는 전시제목으로 펼쳐진다. 예술 총감독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 학장을 맡고 있는 오쿠이엔위저(Okwui Enwezor)가 맡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1995년 1회 행사부터 주 전시관으로 활용돼 왔고 이번 비엔날레의 3개 부분인 '길위에서', '제안', '끼워넣기' 등 모두 75개의 전시와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광주의 대표적 공립미술관인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건물해체'로 유명한 고든 마타 클락의 회고전과 켄 룸, 트릭 플로레스 등 큐레이터를 맡은 4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의재미술관에서는 한국 현대회화사의 거장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작품을 상시 전시해 무등산의 수려한 풍광과 어울려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한 광주비엔날레는 대인시장을 '현대미술을 펼칠 공간'으로 주목하고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박성현 큐레이터는 '복덕방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공동화 현상을 논하고 대인시장의 쇠락한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광주극장에서는 독일 뉴저먼시네마의 거장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상영한다. 국내 처음 필름으로 상영되는 이 영화는 총 15시간의 대작으로 파스빈더의 예술세계를 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66일간 계속된다.

■ 평창 효석문화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단편 문학 중 으뜸인 가산(可山)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다. 효석문화제가 열리는 곳이 이 소설의 실제 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다. 9월 6일부터 15일까지 '메밀꽃과 함께하는 문학이야기'를 주제로 올해 10회를 맞이한 효석문화제는 매년 거의 4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대규모 지역축제다.
효석문화제에는 가산 문학의 정취를 느껴보는 문학행사가 펼쳐진다. 전국 효석백일장, 시낭송 및 시화전 전시 등 문학의 밤이 포함돼 있다. 또 봉평의 아름다운 자연과 소설 속 캐릭터를 이용해 테마 포토존과 자연 포토존 등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했다. 여기에 추억의 전통놀이, 토종 닭싸움대회, 소설 속 충주집 체험 등 전통행사를 비롯해 민속공연, 국악제 등 공연 및 음악제도 펼쳐진다.
한편, 봉평일대의 흥정계곡에 자리잡은 허브나라와 대관령 고원목장, 겨울연가 촬영지인 용평리조트를 비롯해 영화 '웰컴투동막골' 촬영지 등을 둘러보는 것도 효석문화제를 찾은 관광객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 우륵문화제
옛 향기가 물씬 나는 역사의 도시이며 전통문화의 정기가 흐르는 전통의 고장인 충북 충주에서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우륵문화제가 열린다. 우륵문화제는 가야가 신라에 합병된 후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의 한사람인 우륵이 충주에 정착해 탄금대에서 가야금을 타며 풍류를 노래하고, 후학을 양성한 것을 기리고 향토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매년 축제의 한마당을 펼친다.
개막식전 관아공원(중앙공원)에서 5명현(名賢) 추모제가 열려 우륵과 당의 왕희지를 능가한 신라명필 김생, 문장가 강수, 임경업 장군, 신립 장군 등 다섯 명현의 넋을 기린다. 또 조선의 문물을 일본으로 전파하기 위한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하고 축등행렬이 뒤를 따르며 길놀이 시민과 관광객이 충주종합운동장으로 입장하면 축제의 막이 오른다. 그리고 우륵의 얼을 잇기 위해 지난 1977년 제정된 전국 탄금대 가야금 경연대회가 지난해 대통령상으로 격상된 가운데 우륵당에서 열려 초·중·고, 대학 및 일반부에서 가장 뛰어난 가야금 실력자를 가린다.
이밖에도 충주시장배 보디빌딩대회, 충주 예쁜 어린이 예술제, 가훈 써주기 등을 비롯해 평화통일 기원 중앙탑 탑돌이, 몽고군에 맞서 충주성을 지킨 김윤후 장군 추모제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펼쳐진다.

■ 헤이리 판 페스티벌
전시와 공연이 어우러지는 '헤이리 판 페스티벌'이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9월 20일부터 10월4일까지 열린다. 축제는 '큐브 프로젝트:헤이리 2020'이라는 주제의 전시 프로그램과 '광장'이라는 주제의 주말 공연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전시와 공연은 야외에서 열리며,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큐브 프로젝트:헤이리 2020'은 작가들이 상상하는 10년 후 헤이리 마을의 모습을 큐브 10개에 담아 보여준다.
각 큐브에서는 워크숍, 퍼포먼스 등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헌책방을 만든 텍스트창작집단 루는 그 안에서 낭독회와 토론회, 드로잉 퍼포먼스 등을 매일 열 예정이다. 또한 그래픽 디자이너 최창섭의 댄스장은 70-80년대 유행한 음악과 화려한 그래픽작업이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흥겨운 사교의 공간을 제공하고, 수선집에서는 세 명의 수선가가 버려진 물건을 쓸모 있는 물건으로 탈바꿈시켜준다. 그리고 건축가 문훈의 점집에서는 건축점을 볼 수 있으며, 점심시간 쌀집을 방문하면 작가 이민희 씨가 직접 만든 주먹밥을 먹을 수 있다.
한편, 주말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극단 연극미의 '정조, 이옥에 취하다', 변사가 읊어주는 무성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음악극 '청춘의 십자로', 피지컬 씨어터 극단 몸꼴의 '리어카, 뒤집어지다' 등을 볼 수 있다.

양문철 기자 dgforever@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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