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T방식 이후 매년 ‘토플대란’

토플시험방식이 종이시험(PBT)에서 인터넷 기반(IBT)시험으로 바뀐 뒤 매년 컴퓨터 장애로 인해 응시생들이 시험접수를 못하거나 접수하고도 시험 당일 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토플시험을 주관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은 별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문제가 가속화 되고 있다. ETS는 토플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은 토플 응시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아 응시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유학을 위해서는 토플점수가 필요하고 또 토플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기업체들 때문에 ETS사의 횡포에도 어쩔 수 없이 토플 시험을 봐야하는 실정이다.

비싼 응시료·컴퓨터 장애로 인한 토플 폐해
해외영어평가 능력시험 중 하나인 토플이 약15만원이나 되는 비싼 응시료와 컴퓨터 오류로 인한 문제들로 인해 토플 응시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토플 시험 응시료는 170달러로 미국·대만이 150달러, 독일·영국이 155달러인 것에 비하여 15~20달러가 비싸다. 또 비슷한 영어 평가 시험인 토익(TOEIC)시험이 4만원정도 하는 것에 비해 15만원 상당의 금액은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미국유학의 필수코스인 토플시험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열린 토플시험은 대다수 응시생들이 컴퓨터 접속장애로 인해 시험을 보지 못해 피해를 입는 응시생들이 속출했다. 전국 50여곳의 학교에서 일제히 치러진 이번 시험은 시험 도중 서버가 다운되면서 3000여명의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날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은 인터넷 토익 카페 게시판에 '안내방송을 듣고 두 시간이나 기다렸지만 결국 시험을 볼 수 없었다',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ETS를 상대로 위약금을 받아내겠다' 등의 글을 올리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ETS 한국지사는 홈페이지에 “ETS시스템 자체의 오류가 아닌 외부의 인터넷 접속장애가 발생한 것”이며 “재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원 입학을 위해 토플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나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빠른 시일내에 토플 점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입학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굴렀다.
토플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컴퓨터 장애로 인해 곤란을 겪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토플시험이 지난 2006년 CBT(Computer based Testing)에서 영어 말하기 시험이 추가된 IBT(Internet Based Test)로 바꼈을 당시,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기 전 시험을 치르려는 응시자들 때문에 혼잡이 일어난 바 있다.
이 당시 한미교육위원단은 응시원서 접수를 선착순으로 서울에 위치한 본사에서만 받는다고 공표해 응시자들에게 혼란을 야기 시켰다. 게다가 교육위원단의 전화는 종일 불통이었고 인터넷 접수는 서버다운으로 불가능했다.
지난 2007년도에는 이른바 '토플대란(大亂)'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문제들이 발발했다. 지난해 7월에 열리는 시험을 위해 4월부터 시험접수를 하던 수험생들은 몇일 동안 계속 되는 서버불통으로 인해 밤을 꼬박 새어 가며 인터넷 접수 접속을 시도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접수 불통이 되던 나흘째에는 ETS측에서는 한국 접수창을 아예 닫아버리기도 했다. ETS는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7월 시험 등록은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ETS의 폴 렘지 수석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이용탁 주한미국대사관 선임상무관을 한국지사 대표로 임명하고 한국지사를 개설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불편은 계속됐다. 같은해 8월에 치러진 토플시험에서는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해 상당수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ETS측의 재발 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토플 시험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응시자들은 “또 ETS에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ETS '나몰라라'하는 식의 안일한 대처
ETS 측의 사태진화는 항상 같은 패턴이다. 매번 같은 피해를 일으킨 후 재시험이나 환불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해 피해를 본 수험생들의 불만이 거세게 일고 있다.
토플시험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ETS의 자회사인 프로메트릭(Promatric)사도 마찬가지이다. 토플시험 관련 문의를 하고자 했던 응시생들은 항상 전화가 불통이라며 항의했다. 이에 본지에서도 사실 확인을 위해 몇일 동안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어려우니 기다려달라”라는 안내음성만을 들었을 뿐이다.
또 토플시험을 주관하고 있던 한미교육위원단은 지난해부터 프로메트릭 코리아로 업무를 이관시킨 채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토익, 토플 등의 해외 영어시험으로 해외에 빠져나가는 돈은 연간 150억원 이상이다. 심지어는 '토플대란'사태 이후 국내에서 토플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 원정시험을 보기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토플시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영어평가시험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영어교육강화추진팀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시안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자사회원 20·30대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영어 때문에 괴로웠던 순간이 있었는가”라는 설문조사 결과 87%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또 영어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정도는 '약간 받는다'가 43%였지만 '매우 심하다'는 의견도 27%나 됐다.
국내·외 기업은 물론 일부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도 토플점수를 요구되는 실정에서 이같은 토플시험의 폐해가 지속됨에 따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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