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이후 11년만의 대기록, 21세기 들어 첫 번째

<사진 = LG트윈스>
9월 13일 목동구장.

LG 트윈스와 히어로즈와의 16차전 경기에서 1번 타자로 타석에선 이대형이 상대 선발 황두성의 초구를 공략, 중전안타 뽑아내 1루에 출루했다.

히어로즈의 황두성, 김동수 배터리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1루에 진루한 이대형이 2루를 노릴 것이 뻔했기 때문. 이대형은 전 날까지 59도루를 기록, 60도루 고지에 바짝 다가서 있었다.

배터리들의 긴장이 극에 달한 가운데 황두성이 세트포지션에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이대형이 주저 없이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노련한 김동수 포수가 눈치 채고 피치아웃, 볼을 받아 2루로 송구했지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 이대형의 손이 빨랐다. 지난 1997년 이종범의 64도루 이후 11년 만에 60도루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27년 동안 60도루를 넘긴 선수는 단 4명(김일권, 전준호, 이종범, 이대형) 에 불과 하고 2년 연속으로 5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이종범이 유일했다.

9월 18일 현재 이대형은 116경기에 출전, 482타수에서 61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도루 2위인 두산의 이종욱과 격차는 25개로 이미 올 시즌 도루왕을 확정지어 2년 연속 도루왕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대형은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함께 주루센스를 갖춰 1번 타자로써 테이블세터의 덕목을 갖췄다. 또한 빠른 발을 활용한 넓은 수비범위 또한 일품이다. 어깨 수술로 인해 송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강한 송구 보다는 넓은 수비범위가 우선시 되는 중견수 자리에선 무난한 송구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대형은 2006년까지만 해도 발만 빠른 반쪽 선수였다.

2005년 주로 대주자로 출전 하면서 37도루를 기록, 도루 3위에 올랐지만 그해 기록한 안타는 도루 개수에도 못 미치는 34개에 불과했고, 2006년엔 부상으로 87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07년 김용달 타격코치가 부임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7년 125경기에서 거의 1번 타자로 출전 하면서 3할8리의 타율과 53도루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내며 LG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끊이지 않는 영양가 논란, 미완의 1번 타자

이대형이 60도루를 달성했지만 아직 미완의 1번 타자라 할 수 있다. '주자' 이대형은 최고지만 '타자' 이대형은 아직도 반쪽이란 혹평 하는 팬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대형은 현재 482타수 129안타로 타율 .268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할을 치던 것에 비해 올 시즌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으로, 1번 타자의 타율이라 보기엔 2%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129안타 중 1/3정도가 내야안타일 정도로 내야안타 비율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대형의 타구는 대부분 3-유간을 향한다. 극단적으로 달리는 것에 주력하는 타격이라 생각될 정도다. 깊숙한 땅볼이나 크게 바운드 되는 타구를 내야안타로 만들 수 있는 빠른 발을 갖췄지만 선행주자가 있을 경우엔 선행주자를 죽이게 되고 안타에 비해 타점이 낮은 이유도 이런 타격자세로 인한 것이란 설명이 된다. 공을 맞추고 뛰는 것 보다는 제대로 때려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타율과 더불어 낮은 출루율도 문제로 지적 된다.

이대형의 출루율은 .322로 규정타석을 채운 42명의 타자 중 38위일 정도로 매우 낮다. 특히 볼넷과 삼진의 비율이 37 : 76으로 삼진이 월등히 높다. 76삼진은 리그 전체 4위에 달한다.

1번 타자로써 많은 출루를 기록해야 상대방에게 더 많은 괴로움을 줄 수 있다. 1번 타자로써 이대형과 곧 잘 비교되는 이용규(KIA)와 이종욱(두산)의 출루율은 각각 .385와 .375이다.

초구 공략 비율을 줄이고 상대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며 끈질긴 승부로 볼넷을 얻어낼 수 있는 선구안도 갖춰야 할 것이다.

한편 낮은 출루율에도 불구하고 60도루를 기록한 것은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대형이 단지 발만 빠른 선수로 남지 않기 위해서 타격기술의 보완과 더 많은 볼넷을 얻어낼 수 있는 선구안이 요구 된다.

이대형이 다음시즌 출루율을 지금보다 높인다면 팀의 승리를 보장하는 리그 최고의 1번 타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25살의 1번 타자 이대형은 아직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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