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 '2006 문화 향수 실태 결과' 발표

너도나도 '문화인'을 자처하는 이 시대 우리의 문화 향수 현주소가 드러났다.

국민들의 문화생활 실태를 파악키 위해 문화관광부가 통계청의 승인을 받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주관 하에 실시한 '2006 문화향수실태조사'의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지난 1997년부터 3년 주기로 실행해 온 이 조사는 2006년 6월 21일부터 8월 1일까지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15세 이상의 국민(제주도 제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연간 전체 예술행사 관람률은 65.8%로 지난 1997년 첫 조사 당시 66.8%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를 제외하고 나머지 예술 장르 관람률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예술 관람률과 관람횟수 편차가 극심해 예술관람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 영화만 살고 나머지 예술 '죽을 맛'= 국내 거주 한국인들은 연평균 3.9회(2006년 기준) 영화관을 찾으며, 문학행사, 미술전시회, 클래식음악·오페라공연, 연극·뮤지컬공연, 무용공연, 대중가요·연예콘서트, 전통예술공연에 각 0.01~0.2번 발걸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와 나머지 예술 관람 횟수의 극심한 편차에서 우리 국민들의 예술 장르 내 '편식'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난 것. 이는 이 조사가 처음 실시된 지난 1997년 당시보다도 영화 부문만 제외하고 관람횟수 면에서 한참 떨어지는 수치다. 여전히 IMF 체제 직전의 문화 향수율을 회복하지 못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

IMF 직후 조사인 지난 2000년 수치를 보면(표1 참조) 예술행사 관람률과 관람횟수가 이전 1997년 통계의 절반 수준 이상으로 급격히 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영화 부문은 관람률(58.9%)과 관람횟수(3.9) 면에서 제 자리를 회복했을 뿐 아니라, 타 예술 장르 전체를 합한 관람률(34%)과 관람횟수(0.91)보다 더 큰 문화 향유 종목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반면, 나머지 예술장르들은 갈수록 밑바닥 수치를 맴돌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표1.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제공


이와 같이 영화가 예술시장에서 일종의 '독과점' 형태를 띠는 것은 여전히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을 대변한다. 대중예술 간판 종목인 영화의 경우 그나마 문화 향유 선호도 1순위로 꼽히기에 타 예술장르가 외면 받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타 예술 장르들이 설 자리는 각박한 살림살이 어디에도 녹록치 않다.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문화란 일반적으로 '먹고 살만하다' 싶어야 지갑을 여는 종목이기 때문.

김근호 문화정책팀 사무관은 “아직 IMF 이전 예술관람율을 회복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 사무관은 그러나 “이번 조사 항목에 오른 문화 항목이 예술부문 8개 장르로 국한돼 있다”며 “주 5일제로 여가시간이 늘면서 예술 이외 체육이나 관광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뤄지면서 예술 또한 여타 문화부문과 일종의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예술관람율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저조한 예술관람율 뿐만 아니라, IMF 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예술 장르 내 관람 편차 간극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소하지 않고 '예술의 경쟁력' 자체에만 총대를 미루는 건 아닌지, 그 모양새를 다시금 가다듬고 정렬해야 할 시점이다.

▲ 예술관람 경험도 '빈익빈 부익부' 대물림= 월300만원 소득의 A씨는 연평균 6.60번(2006년 기준) 예술행사를 관람했다. A씨와 동일 소득 계층은 예술행사 관람률이 81.5%에 달했다. 반면 월100만원 채 못 미치는 소득의 B씨는 0.86번으로 일년에 한번 예술행사를 관람할까 말까다. B씨와 소득이 같은 계층의 예술행사 관람률은 23.9%에 그쳤다.

표2.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제공
뿐만 아니라 설문 응답자 속성에 따른 예술관람 경험을 살펴보면(표 2 참조) 고소득층에서는 관람률과 관람횟수가 지난 2003년 조사 대비 증가한데 반해, 저소득층에서는 오히려 감소해 소득에 따른 예술관람 경험의 차이도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관람에도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것.

표3.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제공

특히 소득계층에 따른 예술관람 경험 편차가 2세에도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 문제의 심각성이 확대된다. '학교교육 이외의 문화예술교육 경험률'을 살펴보면 (표3 참조) 2003년 당시 300만원이상 소득층이 16.2%, 100만원미만 소득층이 8.0%로 2대1 수준을 보였으나 2006년 조사에서는 300만원이상 소득층 10.7%, 100만원미만 소득층 1.4%로 무려 10대1 수준으로 그 편차가 벌어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을 통과,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라는 전담 단체를 만들어 작년부터 국악, 애니매이션 등 8개 부문 '전문강사 풀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며 “전문강사를 초빙할 수 있는 예산을 학교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도 그 편차를 좁히기 위해 올해 '문화 나눔의 해'로 정해 계층별 지역별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대물림되는 예술관람 경험 편차의 양극화는 정부가 두 팔 걷고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다. 정부는 공교육 부문 문화예술교육을 더욱 강화해, 소득 수준과 밀접한 영향관계에 놓인 학교교육 이외 문화예술교육 경험률의 편차를 보충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예술 주체들은 다양한 계층과의 소통 방법 모색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며, 2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 또한 예술의 다양한 층위와 관련해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