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 횟수 급감…산재의료원‘부정수급’이유 있는 항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 지난해 산재보험 진료비를 실사한 후 산재의료 전문의들의 의료행위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의료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물리치료를 포함한 재활지료 횟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8.7%로, 무려 11.3% 포인트(17만 5474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태 산재의료관리 국장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재활치료 2~3년이 지난 환자의 경우 공단이 진료비를 삭감하기 때문에 전문의들이 특수재활치료를 꺼린다"고 말했다.

공단은 재해일자를 기준으로 2~3년이 지난 환자의 경우 치료 종류에 따라 (단순작업치료, 복합작업치료, 특수작업치료) 진료비를 차감지급하거나 진료내역과 비교해 주 3회로 물리치료 횟수를 제한하고, 나머지는 아예 삭감한다.

공단은 지난해 자신의 산하기관인 전국 9개 산재의료원을 상대로 대대적인 진료비 실사를 벌였다. 이는 두 기관이 지난 95년 근로복지공사에서 분리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결과 산재의료원은 지난 3년간 진료비를 공단에 부풀려 청구해 부정수급액이 23억 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측은 올해 산재의료원으로부터 이 돈을 전액 회수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거론하며 공단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당시 공단의 서면심사 과정에서 진료비가 삭감되는 비율인 '진료비 조정률'에서 산재의료원이 일반병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며 공공기관의 부실을 지적했다. 산재의료원은 장기요양환자가 많아 진료관리가 일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삭감액 과다는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산재의료원 측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병원과 달리 진폐증처럼 단기간에 치료가 불가능한 장기요양환자들이 많은 산재의료원으로선 2~3년이면 진료비가 삭감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삭감액이 큰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실사 결과 산재의료원이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한 사례는 없었으며 대부분 업무상 착오로 인한 과다 청구였다”고 밝혔다.

▲ 산재의료원은 장기요양 환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산재의료원은 왜 일반병원에 비해 행정 실수가 잦을 걸까?

박 국장은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산재의료원의 진료비 청구와 관련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건강보험법을 따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4항에 의한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내역에 따르면 단순재활치료료는 '해당 항목의 물리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일정한 면적의 해당 치료실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요양기관에서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또는 외과 전문의가 상근하여야 하며, 해당 전문의 또는 전공의의 처방에 따라 상근하는 물리치료사가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진료기록부에 기록한 경우에 산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전문재활치료의 경우는 해당 전문의 또는 전공의의 처방에 따라 진료기록부에 기록한 경우에만 진료비를 지급한다.

산재의료원은 재활의학전문의 뿐만 아니라, 정형외과나 신경정신과 같은 다른 분야 전문의도 진료를 한다. 이들은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물리치료 처방을 내릴 수 있지만 반드시 전공의와 협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협진을 해도 재활치료 전문의의 기록이 아니면 공단은 요양원에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진폐증 환자가 흉부외과에서 진료를 받고 물리치료 처방을 받았다면 매번 치료를 받을 때마다 재활전문의에게 확인서를 요청해야 한다.

산재의료원 측은 이러한 과정이 행정상 낭비라고 주장한다. 산재환자는 일반 환자와 분명히 다르게 취급해야함에도 무리하게 건강보험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산재의료원도 그동안 '관행'만을 내세우고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데는 문제가 있다.

지난 10월 국감장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상진 의원 지적한 것처럼 산재의료원에서 해당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수술과 외래진료를 하는 등 산재의료원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재의료원 측도 공단의 진료비 실사 이후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진료 체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향후 공단과의 서먹한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다.

두 기관은 현재 분리 운영되고 있지만, 산재의료원은 공단의 산하기관으로 사실상 서로 한 지붕 식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실사로 산재의료원이 공단을 상대로 소송까지 검토 했을 정로도 둘 사이에는 깊은 골이 패였다.

현재 공단과 산재의료관리원은 영등포 소재의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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