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본격화 우려할 수준 아니다

“선거과정서 보여준 정책들 당선 이후까지 유지 힘들어”
“정권 중반부터 자유무역성향의 정책 수위 점점 높아질듯”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에 따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통상정책이 어떻게 바뀔 지 가장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면서 보호무역에 대한 세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선별적 보호무역주의 예상

하지만 미국 금융위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시점이어서 당장 보호무역이 본격화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당장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이를 수습할 기간이 필요함을 감안할 때 오바마도 선거 과정에서 내놓았던 정책들을 그대로 밀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지적한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정책들을 당선이후까지 유지할 지를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이미 시장경제에 반하는 많은 정책을 시행중인만큼 더 과격한 정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라가 오바마의 통상 정책에 대해 미국 저명인사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담은 6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정권 초기에는 국내 문제가 중요시 되기 때문에 통상에 신경쓸 여지가 줄어들고 설령 보호주의 정책이 실시되더라도 선별적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정권 초기에 미국의 내부 문제를 가장 최우선 과제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현재 처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조치들을 최우선으로 다룰 것이며, 이를 위해 의회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것이 경제전문가 대부분의 지적이다.
특히 금융권의 규제 강화, 구제금융의 사용 감독 강화,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한 신용경색 완화 작업, 모기지 제도의 개혁, 중소득층의 세금 환급 및 세율 인하 작업, 건강보험, 사회보장 등과 같이 산적한 내부문제를 처리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안정된다면 오바마는 당선 전 내세운 중산층 보호와 미국기업 해외 아웃소싱 방지를 통한 내부고용 안정 등의 선거공약에 맞춰 보호주의적인 색채를 띠는 통상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세관 규정을 더욱 강화할 수 있으며, 중국 제품 등의 수입품 안전성 문제 발생시 선별적인 보호무역주의 내지는 수입규제 발동이 예상된다. 또한 미국인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별, 국가별로 선별적인 수입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 높다.
특히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시장에 대해 개방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민주당과 오바마는 노동조건과 환경문제를 주축으로 외국 시장 개방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기업들의 아웃소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모든 품목에 대해 무작위로 적용되지 않고, 민주당 의원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산업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유무역주의 성향을 보일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관심을 보일 테마는 친환경과 에너지 절감이며 이와 함께 생산성과 제품 사용 효율성을 높여줄 자동화 신기술 개발일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급속히 노령화되는 인구의 저렴하고 효과적인 건강관리 시스템 운영을 위한 효율적인 보건제품 공정기술과 진단 시스템운영 기술도 관심분야에 속한다.

우려되는 한·미 FTA

오바마는 현재 부시 대통령이 진행한 자유무역협약에 대해 공격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오바마는 심지어 “심하게 잘못된 한·미 FTA를 의회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미국 내의 주요 정책안에 대한 논의가 끝난 이후에 FTA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는 것. 오바마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불만이 많은 오하이오, 미시간과 펜실베니아 주 블루칼라 계층들을 설득하기 위해 반 FTA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선거 이후 의회승인이 진행되고 1월 전에 부시 대통령에게 승인이 넘어가면 그 이후에는 조용히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바바는 기존의 NAFTA를 “파괴적이며, 가장 큰 실수”라고 부를 만큼 자유무역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물론 자신은 “성장지향적이며 시장지향적”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는 현재의 자유무역 기조로 인해 경제전체가 균형을 잃고 소수의 사람들이 혜택을 독식하는 체제가 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4월에 진행 된 펜실베니아 주 연설에서 오바마는 “(무역의 혜택은) 월 스트리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메인 스트리트를 위한 것이다. 무역이 일부 미국인들에게만 적용돼서는 안 된다.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포춘(Fortune)지 7월 7일자 기사는 “주된 유세 기간 동안 그의 연설은 매우 대중친화적이었으며, 큰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해외로 직업들이 이동하는 데 대해 비난해왔다“고 기록한다.
오바마는 한·미 FTA협정에 대해서도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의 이익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하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및 다른 수출품에 대한 규제장벽을 완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한·미 FTA의 무산을 걱정하는 목소리 큰 것 역시 사실이다.

FTA는 정권중반부터

하지만 오바마가 쉽게 FTA를 파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 역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중 보호무역주의에서 탈피해 북미지역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는 등 자유무역주의로 선회한 바 있고 오바마 또한 보호무역주의로는 전체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서히 자유무역주의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

미국 내 통상관련 인사들 중 상당 수가 오바마는 선거유세시 자유무역을 거부한 사람이 아니며, 그가 단행하려는 미국 내부에 대한 개혁추진과 자유무역주의 관계는 상호양립 가능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도 취임 후 실제로 일을 해 보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이 필요함을 알게 될 것이며, 실제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외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면 개방적인 무역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평했다.

오바마는 미국 노동자들을 무역의 부작용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약속했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들과 협력관계를 굳히기 위한 외교정책을 펼 것이라는 약속도 했기 때문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은 오바마 정부가 집권 내내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오바마 정부도 정권 중반에 효율적 국가경영을 위해서는 공화당 인사들과 협조해야 하고 이로써 자유무역성향의 정책들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모든 정책적 변화와 별도로 오바마 정부가 제품 안전성 규제를 통상제재 정책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한국업체는 미국 정부가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안전성 규제에 대한 철저한 이해로 관련규정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경제 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의 긍정적 영향에도 주목했다. FTA 추진에서 비록 공화당 정권보다 절차와 시기가 복잡해질 수는 있지만 오바마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미국경기 회복이 빨라지면 수출에 긍정적이고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고수한 강한 달러 정책 역시 수출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북관계 개선으로 국가 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도 높다. 오바마는 누누이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독대 회담도 가능하다고 시사한 바 있어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리스크의 해결을 통해 남북 위기가 해소되고 이는 국가 신용등급 개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데이코리아 전웅건 기자 k2pr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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