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목적 1주택 장기보유자 종부세 면세 요구

헌법재판소가 현행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세대별 합산 과세는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3일 종부세에 대한 위헌소원 및 위헌제청 사건에 대한 선고에서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참고로 현행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날 선고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7명이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고 2명이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가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참고로 현행 헌법에 의하면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법률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7대 2로 위헌 선고

구체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에 대해 “혼인한 부부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한 자에게 더 많은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 혼인과 가족생활을 특별히 더 보호하도록 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라며 “특정한 조세 법률조항이 혼인이나 가족생활을 근거로 부부 등 가족이 있는 자를 혼인하지 아니한 자 등에 비해 차별취급하는 것이라면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 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 사건 세대별 합산 규정은 생활실태에 부합하는 과세를 실현하고 조세회피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가족간의 증여를 통해 재산의 소유 형태를 형성했다고 하여 모두 조세회피의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정당한 증여의 의사에 따라 가족간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에 속하는 것이며,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고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의 재산까지 공유로 추정할 근거규정이 없고, 공유재산이라고 하여 세대별로 합산해 과세할 당위성도 없으며, 부동산 가격의 앙등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오로지 세제의 불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며, 이미 헌재는 자산소득에 대한 부부간 합산 과세에 대해 위헌이라 선언한 바 있으므로 적절한 차별취급이라 할 수 없다”며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를 위헌이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또한 부동산실명법 상의 명의신탁 무효 조항이나 과징금 부과 조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의 증여 추정 규정 등에 의해서도 조세회피의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리고 이 사건의 세대별 합산 규정으로 인한 조세부담의 증가라는 불이익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조세회피의 방지 등 공익에 비해 훨씬 크고, 조세회피의 방지와 경제생활 단위별 과세의 실현 및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공익은 입법정책 상의 법익인데 반해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는 헌법적 가치라는 것을 고려할 때 법익균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세대별 합산 규정은 혼인한 자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한 자를 비례의 원칙에 반해 개인별로 과세되는 독신자, 사실혼 관계의 부부, 세대원이 아닌 주택 등의 소유자 등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해 취급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이 외에 이 날 헌재는 주택분 종부세의 부과 규정에 대해서는 “납세 의무자 중 적어도 주거 목적의 1주택 보유자로서 일정기간 이상 보유했거나 그 보유기간이 이에 미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별다른 재산이나 소득이 없는 자 등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이에 대해 6명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고 1명의 재판관이 일부 헌법불합치, 2명의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이 날의 선고로 인해 현행 종합부동산세법의 세대별 합산 규정은 13일부터 효력을 상실했고 주택분 종부세 부과 규정은 오는 200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잠정 적용되고 오는 2010년 1월 1일부터는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이 날 헌재는 종합합산 과세 대상 토지분 종부세 부과 규정 및 종부세를 국세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이라 선고했다.

참고로 '종합부동산세법'과 관련해 헌재에는 지난 2006년 12월 접수된 헌법소원과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등 모두 7건의 사건이 계류돼 있었다.

정치권, 상반된 반응

이 날의 헌재 선고에 대해 정치권은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여당인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 날 논평에서 “계층간·지역간 편 가르기로 갈등만 부추겨 온 '노무현 표 부동산 포퓰리즘'의 벽 하나가 치워졌다”며 “한나라당은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세정이 이뤄지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헌재 선고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종부세에 대해 다소의 이견이 있더라도 헌재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며 “이제는 위헌 결정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부분에 대해 법적 보완작업에 신속히 착수하고 사후대책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야당들은 한 목소리로 헌재 선고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 날 브리핑에서 “종부세 자체는 합헌이라고 하면서 종부세의 취지를 살릴 수 없게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판결을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정부가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종부세 자체가 합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국민의 84%가 찬성했던 종합부동산세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시행 4년 만에 무력화됐다”며 “전체 국민 중 1%가 내는 세금에 불과한 종부세가 위헌 판정을 받음으로써 이제 이명박 행정부에 이어 헌법재판소 또한 1%의 특권층을 대변하는 사법 권력으로 전락했다”고 헌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세대별 합산 위헌 판정으로 이제 인별 합산으로 돌아가고, 과세기준이 9억 원으로 상향조정 된다면 최소 18억 원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들까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종부세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오늘 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운명을 고했다. 이제 국민이 나서서 헌법재판소를 심판할 차례”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 공동대표는 “부동산은 세대가 공유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양도세나 미국의 경우도 세대별 합산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정책판단 범주의 문제라고 본다”며 “정책판단 범주의 문제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상임 공동대표는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전환할 경우 종부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세대간 명의분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발표한 상속·증여세 감세안을 철회하고, 나이와 소득 등을 감안했을 때 해당 부동산을 정상적으로 취득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해 엄격하게 증여 추정 규정을 적용해 편법·불법 증여를 방지해야 한다”며 “헌재가 종부세 전체에 위헌 판결을 내리지 않은 것은 오히려 종부세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을 인정해 준 것이라 볼 수 있기에 종부세 자체의 취지가 합헌이라는 점에 더욱 주목하고 그에 걸맞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가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4일 헌재 판결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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