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평원에 비가 내려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를 보고 나면 반복되는 위의 대사에 의문점이 든다. 언어학자 히긴스가 거리에서 꽃 파는 아가씨 일라이자를 6개월 내에 우아한 여성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하는 훈련 중의 하나인데, 저 문장으로 무슨 교정이 되느냔 말이다.

이는 원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묘미가 떨어진 사례에 속한다. 원래의 대사는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on the plain"으로 "ai"가 반복되는 어려운 발음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목표로 나온다.

언어적 한계를 차치하고 본다면,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는 충분히 평균 이상의 점수를 내고 있다.

국내 관객에겐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1964년 작 영화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은 사실 현대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진부하고 식상한 설정 투성이다. 말괄량이 아가씨를 숙녀로 변신시키거나, 신분차이를 극복하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남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조지 버나드 쇼 원작의 위트 넘치는 대사와, 지금까지도 여성들의 옷차림에 무시못할 영향을 미치고 있는 헵번스타일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한국 뮤지컬의 간판스타 김소현은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로 일라이자 역을 소화해 내고, 드라마 '온에어'의 진 사장 역할이었던 이형철도 히긴스 역을 무난히 해낸다. 또한 윤복희, 김진태, 김성기 등 수많은 명 조연 배우들도 극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