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고위간부들, 경제불황에도 일등석만 고집해 비난

극심한 경제한파가 몰아쳐 시민들의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산하기관의 간부급들이 해외 출장시 여전히 비즈니스 클래스(Business Class)좌석을 이용한다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 HP와 한국 IBM등 글로벌 IT기업의 사장들은 오히려 이코노미 클래스(Economy Class)를 이용한다고 알려져 더욱 정부의 호화판 출장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위 사진은 본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 사장들이 해외 출장시 일등석을 이용하고 출장 준비금도 600달러로 정해 대통령의 준비금인 200달러의 3배에 이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지식경제위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한국전력을 비롯한 발전자회사와 석유공사, 광업진흥공사, 코트라, 식품연구원 등 지경부 산하 30개 공기업 임원이 사규로 해외 출장시 일등석을 이용하도록 정해놓았다”며 “석탄공사 등 몇몇 기관을 제외하고는 임원 대부분이 규정대로 일등석을 이용해왔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들이 유가 인상으로 인한 손실보조금을 지원해달라고 우는 소리를 하지만 한전 자회사인 남부발전과 서부발전, 한국원자력원료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지원 기업인 KOTRA 임원들 뿐 아니라 본부장들까지 호화판 해외출장을 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의 김쌍수 사장이 취임 후 First Class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중단지시를 내렸다고 하지만 아예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토부 산하기관인 A기업의 OOO실장이 해외 세미나 참석시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를 비난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아이디 'parkduheag'은 “공기업은 국민의 혈세로 적자를 메우면서 간부들은 허위성과급, 불법퇴직금급, 보너스 잔치를 벌여 신의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경영합리와 감원 등은 노력하지 않으면서 호화판 출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라고 힐난했다.

또 'juliemk'는 “공기업 사장이 해외에 나갈 일이 뭐가 있냐”며 “해외사업을 수주하러 나갈 일도 없을 터인데, 실무자 대신 출장을 가는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지식경제부와 산하 공공기관의 임원이 외국 출장시 이용하는 항공기 좌석등급이 일등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낮아진다.

지경부 비리방침 지침에 따르면 항공기 좌석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출장 전에 지급하는 준비금도 없어진다. 다만 지경부 장관은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일등석이 유지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 공무원여비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대통령부터 장관까지는 First Class, 차관부터 3급 국장까지는 Business Class, 기타는 Economy Class로 규정돼 있다.

이에 반해 한국 HP와 한국 IBM 등 우리나라에서 연간 매출만 1조원을 넘게 올리는 한국법인 사장들은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HP는 지난해 1조4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외국 IT기업의 한국법인가운데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최준근 사장은 해외 출장을 갈 때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한다. 지난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무렵, HP측에서 한국 지사에 '전 직원 출장시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라'는 지침에 내려졌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이 지침을 몸소 실천했으며 전 직원에게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한국 IBM은 차장급 이상, 비행기 7시간 이상이면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할 수 있지만 IBM본사의 지침에 따라 전 직원은 물론, 사장까지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고 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고위 간부도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해 해외 출장을 가는 사례도 있다.

2008년 예산을 다 처리하지 못한 정부부처들의 호화판 해외출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데이코리아 조진주 기자 jjj@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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