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5차 아시아협력대화(ACD)에 참석중인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과 회담을 갖고 동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획정협상을 다음 달 12∼13일 도쿄(東京)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한일 EEZ 협상은 1996년 처음 열렸고 2000년 네번째 회의 후 일시 종료됐었다.
양측은 또 청소년 교류와 고교생 수행여행 및 홈 스테이, 조류 독감 등 감염증 연구자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담은 ACD가 열리는 도하 소재 포시즌호텔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됐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작년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각료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졌다.
EEZ 경계획정 협상 이외에 북핵 6자회담 재개 및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협조방안,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방북 등에 대해 의견이 교환됐다.
반 장관은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를 고집하는 것이 한일 양국간에 가장 어려운 문제로, 한일관계를 악화시키고 동북아 지역 전체에 우려를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면서 "이 문제가 한일관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일본 지도자들의 현명한 대응을 바란다"고 말했다.
아소 외상은 "개인의 심정과 공적 입장을 잘 검토해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EEZ 경계획정 협상과 관련, 반 장관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4월25일 특별담화를 거론하면서 "일본측은 이 담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역사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일본이 이를 부인해서는 안되며 작금의 현상만 보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일본 정부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 장관은 또 일제 강점기 소록도에 강제 입소당한 한센병 환자와 관련, 일본측에 보상을 신청한 406명 모두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일제 식민지 피해자의 유골봉환 협상과 관련, 아소 외상은 오는 7월 한일 합동으로 현지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장관은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 사실을 전하고 이번 방문이 북한의 개방과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반 장관과 아소 외상은 이밖에 북핵 6자회담 재개 및 실질적인 진전 방안과 납북자 문제, 남북관계 등도 심도있게 논의했다.
회담 시작에 앞서 반 장관은 "한일관계에 어려운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 양국간 미래 지향적이고 상호협력적인 관계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으며 아소 외상은 "해양조사를 둘러싸고 한 때 긴장됐던 일한관계를 안정시켜서 대국적 견지에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답했다.
반 장관은 앞서 마디 사파리 이란 외무차관을 면담한 데 이어 카타르의 압둘라 빈 칼리파 알타니 총리와 쉐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왕세자를 예방했으며 한-파키스탄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반 장관은 오후에는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과도 회동, 북핵 6자회담의 재개방안을 포함한 한중 현안을 집중 논의하며 러시아, 브루나이와도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이어 이날 저녁 ACD 개회식과 카타르 왕세자가 주관하는 만찬에 참석해 본격적인 ACD 외교장관 회의 일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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