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제도 개선에 초점 민노, 뉴타운·재개발 관련 법 폐기

지난 달 20일 발생한 '용산 참사'를 계기로 각 정당은 앞을 다투어 현재의 뉴타운·재개발 제도를 개선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당 내에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뉴타운·재개발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당력을 쏟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각 정당이 뉴타운·재개발 개선책을 최종 확정해 발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각 정당이 발표한 내용과 흘러나오는 말들을 종합해보면 각 정당은 적어도 현재의 뉴타운·재개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세입자 보호 강화 △보상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도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각 정당에 따라 뉴타운·재개발 제도 개선 방향에 있어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현재의 뉴타운·재개발 제도의 틀은 유지한 채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뉴타운·재개발 제도를 완전히 폐기하고 정부의 도시개발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에서는 현재 각 정당이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재개발 개선책들을 살펴봤다.

한나라,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설치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재개발 제도 개선의 주요 내용은 세입자와 재개발조합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고 세입자 보호 대책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달 23일 당사에서 임태희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구을, 국토해양위원회), 국토해양부 도태호 주택정책관, 서울시 김효수 주택국장, 국토해양위원회 최연충 수석전문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철거민 대책 관련 TF 당정회의'를 갖었다.

당정은 이 날 회의에서 가칭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도시 분쟁조정위원회'는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의 보상 문제 등에 대해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해 해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날 당정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당 내에 '재개발 제도 개선대책 TF'를 설치하기로 했다.

'재개발 제도 개선대책 TF'는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총괄지휘를 하고 있고 위원장은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 지식경제위원회·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이, 간사는 김성태 의원이 맡고 있다.

한나라당은 2월 중 뉴타운·재개발 제도 개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주거 이전비는 생계 가족수에 따라 차등 지급 △낙후된 지역에서 이주할 경우 주변 시세에 연동해 보상비 책정 등 철거민 보호 강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지난 달 30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의 뉴타운·재개발에 대해 “상가세입자의 경우 대개 권리금을 내고 세입 들어와 있거나 인테리어에 상당한 투자를 해서 들어왔는데 이게 제대로 평가가 안 된 채 그냥 거리로 내몰린다든가 변변치 않은 보상밖에 받지를 못해 고생하는 분들이 많아 이런 부분에 대해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것이 우리 '재개발 제도 개선대책 TF'의 핵심 과제”라며 “영업이익금과 관련해 가령 과거에 국세청에 과세신고한 내용을 인용해 보상규모를 산정해 거기에 따른 보상이 나가야 정당한 보상이 되는 것이고 이런 방법을 우리들이 한 번 찾아보려고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뉴타운 개발을 전부 공공개발로 전환하는 건 아마 힘들 것”이라면서도 “완전히 민영개발방식에 맡겼을 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와 관련해 공익성을 우리가 어떻게 사업에 반영하느냐 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애꿎게 취약한 사람들이 내몰리는 것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빈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할 방침이다.

참고로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의 주요 내용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설립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과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도시개발 및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사업 등을 함 등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의 주요 내용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하 토지임대주택) 건설촉진을 위해 관련 법률에 따라 세금 또는 각종 부담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함 △토지임대주택의 건설에 연금 및 기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함 △토지임대주택은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 △토지임대주택의 분양가는 '주택법'에 따른 건축비 이하로 함 등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갖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부와 여당은 이번 용산 사건을 계기로 도심 재개발과 관련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당정과 학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재개발 제도 개선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구체적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세입자와 재개발조합의 분쟁을 조정하고, 세입자 보호 대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해 재개발조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세입자 보호 대폭 강화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세입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뉴타운·재개발 제도 개선 대책을 마련 중이다.

민주당 뉴타운대책특위 제도개선T/F단(이하 뉴타운대책T/F단)의 단장인 민주당 김희철 의원(서울 관악구을, 행정안전위원회·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은 지난 달 30일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용산 참사는 현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무분별하게 추진돼 온 뉴타운·재건축·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번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세입자 대책은 더 형편없는데 영업(상가)세입자는 휴업보상비 외에는 권리금 보상을 일체 받지 못하고, 주거세입자가 임대주택 입주권을 받으려면 그 조건이 까다롭다”며 세입자 보호의 대폭 강화를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영업세입자의 휴업보상비 현실화 △정비사업 종료 후 영업세입자의 先입주권 보장 △주거세입자의 주거이전비 현실화 △주거세입자의 동산이전비 현실화 △주거세입자의 임대주택 입주권 보장 현실화 △상가권리금 보상 현실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김희철 의원은 “도시재정비촉진기금 설치로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지자체의 재정지원과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며 “보상을 현실화하고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은 △국민주택기금 △도시계획세 △정비구역 안의 국ㆍ공유지 매각대금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뉴타운·재개발 사업 추진 시 소형주택·임대주택 의무비율 강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런 내용의 입법대책을 논의 중에 있고 법률 개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발의할 예정이다.

민노, 도시개발 정책 근본적 전환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이 단순히 뉴타운·재개발 제도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개발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번 살인진압의 근원적 문제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특히,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목표가 개발이익의 극대화, 건설경기 부양 등 잘못된 목표에서 개발사업의 본연의 목표인 영세한 원주민, 무주택 세입자, 상인들의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목표로 되돌려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대책위원회는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제도 보완이 완료되기 전에는 일선관청에서 수행하고 있는 재개발 관련 인허가 업무를 중단하고 개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철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민주노동당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재개발 관련 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전면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민주노동당은 △광역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부담 강화 △인허가권을 통한 통제 강화와 개발 단계별로 공공의 개입 높임 △공공 재정을 확대하기 위해 개발이익환수 엄격히 적용 △임대주택 의무건축 비율 30% 이상으로 확대 △무주택 세입자에게 주택 우선 분양권 부여 △'철거세입자주거안정기금' 조성 △상가세입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사기간 중 임시상가시설을 보장하고 공공임대상가 제공 △동절기 강제 퇴거를 원척적으로 금지하고 보상 합의 전 명도집행 엄격히 제한 △불법 철거용역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세입자 참여 조합원 제도' 전면 도입 등의 내용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전면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재개발 관련 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뉴타운 관련 법률인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폐지하고 '도시재생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마디로 말해 현재의 재개발 방식을 '재생' 및 '재구성'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

'도시재생법'에는 △공공개발방식 명문화 △임대주택 의무비율 강화 등으로 원주민 재정착률 높임 △지형과 도시의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을 살리면서 주민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개발 방식 제도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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