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피해 우려 조기 진압 인정, 용역 동원 증거도 불충분

용산참사를 수사중인 검찰이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에 대해 '무혐의'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용산철거민들과 용산참사대책위,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용산참사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에 대해 지난 1993년 미국에서 발생한 사교집단의 농성을 미연방수사국이 진압하면서 8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미연방수사국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용산참사도 '경찰 과잉 진압은 없었다'는 결론이 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아직 수사팀 내부 논의도 안 거쳤다”며 결론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경찰의 진압이 화재 및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조사 결과가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밝힌 대로 결과가 나오게 되면 남일당빌딩 화재 사고는 결국 옥상 망루에서 농성하던 철거민들이 뿌린 시너에 화염병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결론 날 전망이다.

이를 접한 용산참사대책위는 강하게 반발하며 “검찰이 농성자들의 진술은 무시하고 경찰특공대원들과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 등의 말만 참고해 편파적인 수사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현 정권은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전가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유임시키려 하고 있고 검찰은 그가 진압작전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왜곡해 발표했다”며 “진압작전을 계획하고 시작과 끝을 보고 받은 사람이 지휘를 하지 않은 것이면 도대체 누가 지휘를 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또한 한 언론사는 김석기 내정자가 진압을 지휘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달리 사무실에서 무전기를 통해 진압과정을 청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검찰은 서면조사를 통해 김내정자가 “사무실에 무전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시간에 전원을 꺼놓았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번 참사를 두고 대책위와 일부 언론은 농성 발생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것은 유례가 없는 과도하고 폭력적인 진압이라며 경찰의 과잉 진압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경찰 과잉진압 의혹에 대해 “농성자들이 도로 쪽으로 화염병, 돌을 던져 출근시간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돼 신속한 진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당한 공부집행”라는 경찰의 주장을 검찰은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홍석만 대책위 대변인은 “사건 전날인 19일 철거민들이 도로나 행인들에게 새총이나 돌을 투척하는 등 주변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해 병력 투입을 했다는 경찰의 보고는 허위”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이 외에 경찰 특공대 지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 직접 불러 조사하기 보다는 서면으로 조사를 대신하는 등 김내정자 조사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일각에서는 검찰이 경찰 최고위 간부를 직접 소환해 조사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이미 대체적인 사건 정황은 파악된 상태이고 경찰청장 내정자가 받고 있는 의혹은 직접 경찰특공대를 지휘했는지 여부이기 때문에 서면조사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검찰은 또한 용산참사에 용역업체가 투입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용역업체 직원 투입을 나타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용업업체에 대해서도 '무협의' 내릴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성자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사제 방패를 들고 경찰과 합동으로 작전을 펼치고 있었고 아래층에서 타이어로 불을 피워 연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 텔레비전 방송은 용역업체 직원이 철거민들이 농성하던 남일당 건물에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물대포를 쐈다고 주장하며 증거사진까지 제시해 검찰의 부실 수사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에 검찰은 “경찰의 물대포를 경찰만이 사용할 수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 드러난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경찰에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용역업체 직원 정모씨와 당시 현장을 지휘한 경찰관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그동안 조사과정에서 경찰의 불법성을 증명할 만한 진술이나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고 경찰과 용역업체가 합동 진압작전을 벌였다는 증거도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혀왔지만 공개된 동영상으로 인해 부실 조사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수사에 미진했던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6일로 돼 있던 수사 결과 발표를 9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일부 언론과 대책위가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연일 의혹을 제시하고 있고 검찰 스스로도 미진한 수사라는 비난으로 인해 여론이 들끓을 경우 형식적인 수사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경우 검찰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실제로 김석기 내정자를 비밀리에 불러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언론에서 자주 거론된 일부 용역업체 직원과 경찰만 사용할 수 있는 물대포를 용역업체 직원이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을 들어 경찰도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투데이코리아 조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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