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보호법 수정안 놓고 여전히 대립각

건강정보보호법 제정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 뒤 한달여 각 단체 의견을 수렴해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의협과 병협 등이 여전히 수용할 수 없다고 나서고 있는 것.

복지부는 12일 국회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지난달까지 각 관련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마련한 건강정보보호법안 수정안을 공개했다.


주요 수정 사항을 보면 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건강정보보호위원회를 건강정보보호진흥원과 분리, 독립적으로 운영토록 해 분쟁조정역할을 부여했다.

건강정보보호진흥원은 전자건강기록시스템의 위탁관리 대상을 생성기관 전체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한정시켰다.

또한 의료인들의 책임이 지나치다는 의견을 반영,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항이 삭제되고 벌칙 수준도 '10년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완화했다.

여기에 수정안은 알권리 및 자기결정권, 최소 수집의 원칙, 동의의 원칙 등을 기본원칙으로 신설했으며 제3자에 의한 건강기록의 수집 및 이용을 통계나 연구목적으로 제한했다.

복지부 이태한 보건의료정보화추진단장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의료계의 입장이 반영된 만큼 우선 시행한 뒤 필요한 부분은 수정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입법예고안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핵심 조항들은 문제가 많다며 수정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사협회 김주협 정보통신이사는 “법 조항 25개 가운데 14개가 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다”면서 “국회 눈치를 벗어나 입맛에 맡게 법을 제정하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주협 이사는 또 “이대로면 복지부 마음대로 위탁기관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면서 “위탁 업무는 실정을 잘 알고 경험이 쌓여 있는 의료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병원협회도 현실성 떨어지는 탁상행정에서 나온 법안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병협 강흥식 병원정보관리이사는 “정보화가 이뤄진 병원은 전체의 0.5%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현 상황에서 법제화하면 법률 위반자를 양성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흥식 이사는 또 “시스템을 갖추려면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데 이에 대한 지원책도 명확하지 않아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이법은 죽은 법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복지부는 내년 2월 중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 등의 이같은 반대가 계속됨에 따라 결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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