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대출 억제 여파…외국계 대부업체로까지

국내시중은행들이 대출의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가운데 '풍선효과'의 여파로 주택수요의 방향이 외국계 은행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국계 대부업체로까지 일부 수요층이 몰려 주택자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신한은행을 필두로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 기업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주택대출 규제에 나섬으로써 외국계은행 창구에 주택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외국계은행들에 대출 문의가 늘어난 것은 시중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대출금리 면에서도 외국계 은행들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SBC은행
영국계 HSBC은행 관계자는 “최근들어 주택대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중은행들로부터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외국계 은행을 노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도 “실수요자가 많은 수원 영통지역 등의 지점에 주택대출 문의가 평소의 2배가량 늘었다”며 “아직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겨울방학이 끝나는 시기나 봄철 등 본격적인 이사철이 되면 대출 문의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SC제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5일 현재 17조9천539원으로 지난달 말 이후 보름새 1천468억원 늘었다.

대부분 시중은행은 최근 잇따라 주택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올려놨으나 외국계은행들은 정반대로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3개월마다 변동되는 HSBC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이달 초 5.49%였으나 18일에는 5.47%로 0.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고객에 대해 기존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 0.2%포인트 외에 0.25%포인트를 추가 인하해주는 특별판매 행사에 나서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9월20일부터 3개월간 금리 최저 연 5.64%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의 최대금리를 규정상 최대 수준인 7.01%에서 실제 적용치인 6.64%로 낮춘 채 고시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출 최저금리를 10월말에 비해 0.47%포인트나 오른 5.85%를 적용하고 있는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외국계은행들로부터도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들의 경우 대부업체로까지 손길을 내밀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설립된 외국계 대부업체들은 연 24~36% 수준인 국내 대부업체들과 달리 시중은행보다 1~2% 포인트 정도 높은 6.7% 수준의 금리로 주택대출을 해주고 있다.

대출한도도 국내 은행의 2배 수준이라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 산하 대부업체인 `페닌슐라캐피탈'은 지난 7월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달말까지 3천억원 이상 대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출한도가 많은 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에 주의가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조성목 서민금융지원팀장은 “금융당국이 은행권 주택대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향후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은행의 부실화를 우려한 데 따른 것”이라며 “개인들 역시 채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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