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내년초 표준건축비 상세내역만 공개키로

분양제도 개선의 마지막 남은 과제였던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정부의 반대로 도입에 실패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7일 3차협의를 갖고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아파트에도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내년에 추가 논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열린우리당 부동산 특위 이인영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경 특위위원장과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위회의를 갖고 민간택지 민간주택에 대해 표준건축비 상세내역을 공개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합의 했다”며 “1월초 한명숙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표준건축비 상세내역은 이미 당정간에 도입하기로 했던 분양가상한제를 위한 산출내역에 포함되는 것이어서 사실상 당정간의 합의된 내용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분양원가공개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 중인 이미경의원
◇ 정부 “실익 없이 부작용만 낳아…”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가 분양제 개선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부문은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였다.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일찌깜치 합의가 이뤄졌지만 분양원가까지 공개해야 분양가를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시종일관 분양원가 공개에는 반대했다.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를 하는 것은 실익이 없으며 오히려 민간부문에서 공급되는 주택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또 분양원가를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점과 분양원가의 적정성을 두고 벌어질 논란 등도 반대의 이유로 제시했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도 정부측을 거들었다. 위원회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더라도 분양가 인하효과는 불투명하다고 봤으며 기업의 영업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 기본형 건축비 공개, 실효성 없다.

당정은 이날 기본형 건축비의 상세 내역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분양원가 공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 공개 대상 7개 항목(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가산비용) 가운데 직접공사비를 말하는 것으로 건축, 토목, 전기, 설비, 소방.안전, 조경비 등으로 구성되며 중소형은 평당 339만7천원, 중대형은 평당 334만6천원(부가세 제외)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직접공사비의 '평균개념'이어서 분양원가 공개때 사업장별로 하나하나 공개하는 항목과는 차이가 크다.

기본형 건축비는 정부가 산정하고 민간업체는 따를 수밖에 없는데 기본형 건축비의 상세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민간 건설업체의 폭리를 막기 위한 분양원가 공개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기본형 건축비의 상세내역이 공개될 경우 소비자에게 분양가가 투명하게 책정됐다는 심리적인 효과 외에 실제 건축비를 낮추는 효과는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분양가 낮추기 방안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에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세 차례 당정협의를 통해 향후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1차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분양가 상한제와 2차 당정협의에서 일치한 공영개발 확대,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시범실시 등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9월부터 민간아파트에도 적용된다. 향후 법개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1999년 분양가가 전면 자율화된 이후 8년만에 다시 분양가에 정부의 잣대가 적용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공공택지에서 공영개발도 늘어날 전망이다. 공영개발이 늘어나면 환매조건부 분양, 토지임대부 분양 등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지만 민간 건설업체의 경우에는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해지게 된다.

◇ 분양가 20~30% 인하 불가능

여당은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 택지로 확대되면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지금보다 20-30%는 정도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공공택지에 적용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은 토공, 주공 등의 판매가격을 그대로 인정 하고 건축비만 제한하는 사실상 '건축비 상한제'다.

여당이 분양가 상한제만으로 분양가를 20-30%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건설업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민간택지는 분양가의 60-70%가 땅값이 차지하고 있어 땅값을 낮추지 않는 한 20-30%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현재 건설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민간택지 건축비에 현행 표준건축비를 적용하면 실제 건축비 인하효과는 5% 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국 땅값의 원가를 감정평가 금액으로 할 지, 토지 매입 원가를 인정해 줄 지에 따라 가격 인하 효과에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또 당정이 현행 기본형 건축비를 낮출 경우 5% 이상 인하가 가능할 전망이다.

◇ 전·월세 대책은

이날 회의에서는 전·월세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 했지만 역시 최종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당측은 연 5%이상 전·월세 인상금지와 임대계약기간을 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정부는 제도변경에 따른 전·월세의 급격한 상승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의원은 “전·월세 대책은 장단기로 나눠 대책을 추가 강구하기로 했다”며 “이 문제는 시장반응 등 민감성을 감안해 곧바로 결론을 내리기 보다 추가 법률이나 제도, 정책적인 검토를 거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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