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의 드림씨어터 카피 직장인밴드 ‘+1’의 베이시스트 이영호씨

[부산=김지훈 수습기자] 치열한 한 주를 보낸 직장인들에게 주말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 아침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일요일 오후는 어떤 의미일까. 지난 5일 일요일 오후, 밴드 '+1(플러스원)'의 베이시스트 이영호(28세)씨를 연습실에서 만났다.

'+1'은 부산 프로그레시브 록 장르의 대표주자. 3명으로 구성된 이 직장인밴드는 미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드림씨어터(Dream Theater)'의 음악을 카피하고 있다. 약간은 생소한 장르인 프로그레시브 록은 기존 대중음악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진보한 형태를 추구한다.

좀 더 길고 좀 더 복잡하다. 그래서 난해한 음악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음악의 대표주자가 바로 '드림씨어터'다.

“프로그레시브 록은 연주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하죠. 하지만 팀원들과 합주를 하면서 곡이 완성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직장에서 받은 한 주 동안의 스트레스가 싹 가십니다.”

이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생활 전선에서 뛰고 있는 20대 직장인이다. 하지만 2년 전만해도 그는 프로뮤지션을 꿈꾸던 열혈청년이었다.

“저는 20살 때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프로(뮤지션)가 되기에는 늦은 시작이지만 음악만을 위해 살고 싶었습니다. 학교도 자퇴 했어요. 음악을 하기 위해 군대도 현역이 아닌 특례업체에 지원해 3년 동안 근무했지요. 그 후 경북 한 대학의 실용음악과에 입학해 베이스기타를 전공했습니다.”

그렇게 음악만을 위해 살았던 그는 곧 프로(뮤지션)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생활자체가 힘들었어요. 부모님도 원치 않으셨고요.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연습할 시간도 많이 부족했고 또 부산에서 뮤지션을 준비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돈이었다는 생각이듭니다. 눈앞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더군요.”

그렇게 꿈과 현실사이에서 갈등을 하던 그는 기타리스트인 이강석씨를 만나게 되고 지금의 밴드 '+1'을 결성하게 됐다.

“밴드를 시작 하고 난 뒤에도 프로의 꿈을 완전히 버리진 못했어요. 그 당시 멤버들과 많은 얘기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도 중요하지만 현실 속의 직장생활도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고 나니 오히려 저에게 음악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됐어요.”

그는 매일 아침 새벽 출근해 하루가 멀다하고 야근을 한다. 그래서 밴드 활동은 그에게 삶의 활력소인 동시에 '생활의 무게'이기도 하다.

“솔직히 체력적으로는 힘들어요. 주말에 제대로 쉬어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납니다.”

공연을 앞두고 있거나 대회가 있을 때는 베이스기타를 쳐다보기도 싫다고 한다.

“2008년 여름이었어요. 전국 직장인 밴드 경연대회가 있었는데 보기 좋게 예선탈락 했죠. 나름 힘들게 준비했었는데 팀원들이 다들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제대로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어요. 멤버들이 실수도 좀 했고요. 저희 팀 실력은 솔직히 뛰어나거든요.”

부산만 해도 직장인 밴드가 상당수 된다. 하지만 다들 생활에 쫒기고 연습할 공간과 시간이 부족해 어려움을 껶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직장인 연합밴드를 만들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음악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더 즐겁게 열정을 발산하자는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연합공연도 하고 자체적으로 대회도 운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 만난 이영호씨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그런데 이영호씨는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음악이라는 비타민을 먹어서일까.

“비록 프로의 길을 걷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음악적 욕심과 목표마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음악에 대한 제 마음은 프로를 향하고 있습니다. 평생 (음악을)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제 음악도 더 성숙하겠죠.”

일상의 고단함도,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도, 음악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도 베이스기타를 치는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연습실을 나서는 기자의 등 뒤로 그의 연주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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