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폐지에 자동차 웃고 농가 울고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2년 2개월이란 기간만에 사실상 타결됐다. 마지막쟁점이었던 관세환급 문제에 대해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양측은 절충점을 찾으며 FTA협상을 마무리지은 것이다.

그간 양측은 지난 2007년 5월 첫 협상을 시작으로 8번의 공식협상, 11번의 통상장관회담, 13번의 수석대표협의 등을 가지며 합의점 도출에 애를 써왔다.

이로써 한국과 EU가 FTA를 타결되며 외회문제로 난항에 빠져있는 한미 FTA비준과 중국, 일본 등 각국의 FTA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EU간 협의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양측은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영국방문시 타결 선언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관세환급이라는 문제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수입원자재나 부품을 가공해 수출할 경우 관세를 되돌려주는 제도인 관세환급은 역내에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 외국산 부품사용이 크게 증가할 경우 관세환급량이 늘어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EU측은 폐지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절충안에는 외국산 부품사용이 크게 증가할 경우 환급 관세율 상한을 설정해 조절할수 있는 제도를 합의함으로써 EU측이 줄곳 반대해온 환급관세제도를 유지하게 됐고, EU측도 보호장치를 마련해 양쪽 모두 실익을 챙기게 됐다.

원산지 규정과 관련해, 자동차의 경우 완성품은 역외산 45%까지 사용해도 한국산으로 인정하며 자동차 부품 및 기타 자동차는 50% 또는 세번(관세를 부과하기위해 품목별로 매기는 번호)변경기준을 적용토록 했다.

이러한 협상결과를 EU 집행위는 지난 10일 브뤼셀에서 열린 집행자문기구 '133조 위원회'에서 보고하고 큰 지지를 얻었다. 우리 측도 잠정합의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효는 아직, 정식서명절차거쳐야

이렇게 협상이 타결됐다고 해서 법적효력이 바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정식서명절차가 있기때문이다. 우선 영문본을 해당국 언어로 번역후 정식서명이 이뤄진다. 따라서 EU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로 구성돼있어 번역이 얼마나 빠르게 완료되는지에 정식서명완료 여부가 달려 있다. 그 후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 심사후 비준동의 여부를 구하게 된다.

국내에 FTA타결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주식시장의 자동차株와 수입육 유통株주 등 관세혜택을 보이는 종목들이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 자동차 관세는 우리나라가 8% EU가 각각 10%를 적용하고 있는데 3년이내에 1500cc 이상 중대형차, 5년이내에 1500cc미만 소형차 관세를 완전 철폐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EU 27개 회원국 간의 교역총액은 984억 달러로, 1638억달러인 중국에 이어 두번째다. 더욱이 지난해 무역흑자는 184억달러로 중국무역흑자 145억달러보다 앞선 수치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EU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선박(100억달러)이었으며 뒤로 무선전화기(75억달러), 자동차(52억달러), 평판 디스플레이(39억달러), 자동차부품(24억달러)순으로 상위 10대품목이 전체수출의 63.3%에 달했다.

위 10대품목은 즉시또는 7년안에 모두 관세가 폐지될 품목으로 수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양돈업과 축산업등 분야는 많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산 돼지고기의 한국연간 수출량은 20만톤 규모로 국내 돼지고기시장의 절반에 육박한다. 더욱이 유럽산 돼지고기가격은 국산보다 50~80%가량 싸기때문에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경쟁력에서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양돈협회 등은 관세가 철폐되면 축산 농가 피해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오전 KBS 1라디오와 교통방송(TBS.TBN),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제19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한.EU FTA가 되면 유럽 27개국과 협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온 어떤 FTA보다 우리 무역에 획기적 변화가 올 것"이라며 "EU는 농산품보다는 공산품, 자동차, 기계, 화학, 제약 부문에서 윈-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누가 빨리 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기업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우리는 국민생활 양식과 소비패턴이 완전히 바뀌어나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한-EU FTA타결은 한미FTA비준에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EU와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는 만큼 한-EU FTA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에서 거대경제권을 이룩한 주변국인 중국 및 일본도 FTA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FTA파급효과가 크기때문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 농산물 유입을 고려할때 양국의 FTA협상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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