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인터뷰] 김영현, 진보문학의 최전선 '실천문학'을 묻다

    김영현 실천문학사 대표이사 겸 소설가
    기사입력 2007.01.31 23: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지난 1980년 3월에 창간해 오늘에 이르는 ‘실천문학사’는 실존하는 ‘역사의 증인’이며 ‘살아있는 화석’이다. 그 뜨거웠던 시대를 말 그대로 ‘실천’ 문학으로 버텨 왔다. 특히 진보적 지식인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 출신의 작가들도 다수 배출하면서 민중·민족문학의 최전선에서 시사쟁점들을 이끌어 왔다.

    오늘날 민중문학의 마지막 진영으로 첫손에 꼽는 실천문학사 대표 김영현(53) 소설가와의 인터뷰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그는 이문구, 송기원에 이어 3대 문인출신 실천문학 발행인으로 어느새 10년 남짓 실천문학과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동거를 해 왔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실천문학사에서 만난 김영현 대표는 4년 만에 선보이는 따끈한 장편소설 ‘낯선 사람들’(실천문학)과 함께 였다. 여기엔 지난 90년대 '김영현 논쟁론'으로 문단의 화두를 이끌었던 그의 농익은 내공이 '번쩍'인다.


    ◇ 신작 ‘낯선 사람들’이 묻는 실존적 사랑 

    -장편소설은 ‘폭설’(창비) 이후 4년 만이다. 오랜만의 장편인데 소감은.

    ▲내가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다. 4년 만에 냈다고 하면 게으르다고 볼 수도 있다. 내 독자는 ‘김영현 논쟁론’이 나왔던 주로 80~90년대 학번까지다. 격동의 세대를 함께 겪었던 이들이 과연 지금의 변해가는 이 소설을 보면서 자기들도 변해가고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장 궁금하다.

    -신작의 흡입력이 좋다. 추리소설 기법도 한몫했는데, ‘잘 읽히는 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전 작품들이 주제가 무거웠다. 내가 그 당시 운동권으로 힘들게 한 시대와 버텨 왔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작가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를 많이 제기해 왔고 그 속에서 인간의 실존을 주제로 다뤄왔다. 그러나 요즘 독자들은 ‘역사피로증후군’ 마냥 싫어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도 접근할 수 있는 게 필요하겠다 싶었다. 우리나라 소설은 일본문학 등에 비해 굉장히 빈곤하다. 독자들에게 우리문학도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추리기법이 주의를 끌기에는 가장 신선하다. 다행히 독자들이 전체 얼개가 재미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가 가볍게 느껴지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고 본다. 쉽게 읽히면서 메시지 전달이 잘 돼야 한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신과 인간의 문제 혹은 선과 악의 문제 등이 범인이 누구냐 보다는 중요하게 다뤄졌다.

    -박완서 작가도 신작 서평에 읊었듯 사실 추리소설 기법을 우리문단에서는 그리 반기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문학도 상품화되다 보니 추리소설과 같은 장르문학 따로 평론가들을 위한 순수문학 따로 분위기가 됐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같이 가야 할 길이다. 사실 추리소설 기법이 쉬운 건 아니다. 구성적 치밀함과 사건 전개의 논리성 등 까다롭다. 우리나라만 그렇지 ‘죄와 벌’과 같은 고절소설에서도 추리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유독 추리소설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신작 표제를 ‘낯선 사람들’로 정한 까닭은.

    ▲제목 때문에 고심을 많이 했다. 처음엔 ‘안나’로 하려 했다. 안나는 이 소설에서 그리움의 표상이다. 안나라는 존재를 통해 이성적인 사랑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굉장히 높은 경지로 오른다. 그러나 느닷없다는 말들이 있어서 연재 당시 제목이었던 ‘낯선 사람들’로 정했다. 실존의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던져진 존재들로서 다른 인간과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 동연, 성연, 수길, 연옥 등 가가의 운명들이 만나 파노라마를 일으키는 것이다. ‘낯선 사람들’은 굉장히 실존적인 제목이나 대중성이 없긴 하다.

    -이 책의 화두를 쥔 최성연은 신부가 될까.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사회정의를 실천하려 감옥에 가고 고문도 당하면서 공동체적 삶이 나의 전부였을 때가 있다. 그 시절이 지나고 나니 출세 혹은 출가도 생각하게 됐다. 한편으론 내가 그렇게 이루려 했던 것들이 민주화가 됐음에도 잘 이뤄지지 않아 그 한계성에 은둔도 생각했다. 요즘 지식인들의 문제가 뭐냐하면 자꾸 은둔하려 한다. 영양가 없는 친구는 떠들려고만 하고. 난세에는 그렇다. 공자적 삶과 노자적 삶, 이 두 가지가 긴장된 채 혼용되고 있는 것이다. 성연의 경우도 신부가 돼 세상을 섬기는 길도 있고 수사가 돼 세상을 숨기는 방법도 있다. 그걸 짊어지고 가는 걸 사랑이라 본다. 성연에게는 아직도 수도원에 대한 외경이 남아 있다. 그 선택은 영원히 한 가지 해답으로 존재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어를 짚는다면.

    ▲사랑만이 이 세상의 전부라는 것이다. 사랑을 너무 흔한 말로 보는데, 이 먼지 같은 행성이 우주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행성이 됐을까와 같은 기적이 사랑이다. 종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지구는 사랑덩어리다. 사실 추리소설 기법으로 쓰긴 했으나 내가 봤을 땐 종교소설에 더 가깝다. 소설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경우 특히 신학교에서 교재로 많이 쓰고 있다. 기독교 계통의 독자들이 좀 더 활발하게 봐주길 바란다. 오늘날은 종교세상이라 부를 만큼 종교가 융성한데 하나님이 아닌, 물신주의가 팽배해 사람의 모든 가치가 돈으로 매겨진다. 종교가 이렇게 융성할 때도 없었지만 이렇게 타락할 때도 없었다.

    -이 책의 대중성을 스스로 점수 매긴다면.

    ▲이 책이 나온 지 열흘 남짓 한데 일단 성공했다고 본다. 시골 계시는 지인들이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연락이 왔다. 그들이 그리 수준 높은 독자는 아님에도 재미있다고 이야기해 주는 걸 보니까 대중들이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구나 싶었다.  

     

    ◇ 진보문학의 최전선 ‘실천문학’과의 동거

       


    -실천문학사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데 그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이사직을 맡은 지는 10년 정도 됐다. 참 어려운 동네다. 80년대 문인들이 다 모여 십시일반으로 모여 만든 가장 진보적인 문학지가 ‘실천문학’이었다. 노동자·농민 출신 작가들 많이 배출했고, 민족문학 진영의 싸움들을 벌여 왔다. 처음에 송기원 선생이 월간 노동문학의 편집국장을 맡으라고 해서 실천문학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얼마 안가 실천문학이 편집 문제로 임원진이 구속당하고 쫄딱 망하게 됐다. 당시 나는 주간만 맡고 소설을 쓰려 했었는데, 급하게 구원투수를 찾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간 박완서 선생의 ‘아주 오래된 농담’, 현기영 선생의 ‘지상에 오래된 숟가락 하나’, 그리고 내 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등의 베스트셀러가 나오면서 실천문학이 그럭저럭 살아 왔다.

    -소설가와 대표이사직을 함께 가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것 같다.

    ▲글쟁이로서 갈등이 있다. 소설은 절대적 시간과 절대적으로 집중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공간 말고. 저 새끼 뭐하나 그럴 정도로 추하게 싸돌아 다니면서 방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게 소설가가 알을 품고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사장으로서 실천문학 기획하고 작가들도 만나고 후배들 추스르고 이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정작 나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요즘은 강제적으로 한 달에 일주일씩 전화도 안 받고 스님들처럼 군다. 그러면 진도가 좀 나가지만 그것도 부족하다. 소설은 최인호씨도 언급했듯 그것만 하고 있어야 한다. 여유 시간에 잠깐 하는 게 통하지 않는다. 계속 하다가 아이디어 하나 떠오르면 그 실마리 잡고 꾸준히 들어가는 것. 진을 빼고 힘든 과정이다. 종종 심사위원으로 글을 읽다 보면 이렇게 힘들었겠지 하는 것들이 보일 정도다.

    -실천문학의 나아갈 길에 대해.

    ▲실천문학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실천문학만큼 과거적인 것이 규정돼 있는 출판사도 없다. 그게 하나의 재산이기도 하다. 민족문학이나 민중문학의 마지막 진영이라는 평까지 듣는다. 그 값을 해내야 한다. 변해가는 현실 속에서 방향을 차고 나가야 한다. 체 게바라나 스코트니어링 같은 삶의 철학 양식을 대안으로 제시해 주고 싶다. 자기 삶을 감동적으로 살아 낸 이현상, 김상 같은 분들의 책도 지금 곧 나온다. 그리고 생태주의의 새로운 방향들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다. 실천문학은 지금 길 찾기다.

     

    ◇ 우리 '아픈' 출판가를 들여다 보다

    -한국출판사의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유통구조의 정도를 가야 한다. 시장 구조가 정상적인 구조로 회복돼야 한다. 너무나 과다경쟁으로 자기 살 파먹기로 가지 말고. 처음 ‘문화를 상품화 시켜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때는 ‘맞다’ 무릎을 치며 그게 듣기 좋았다. 그러나 이제 문화를 너무 상품화하다 보니 문화 내부의 정신적 가치문제가 도외시 되고 출판시장이 돈 놀음이 됐다. 베스트셀러들을 들여다보면 하물며 한창 유행한 ‘아침형 인간’ 관련 책들도 결국 인간의 가치적인 측면이 아닌, 어떻게 하면 아침부터 움직여 좀 더 돈을 벌수 있을까로 몰고 간다. 나는 인간의 삶이란 자기의 어떤 가치를 따라서 만들어가면서 사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주어진 것은 없다고 본다. 우리사회야 말로 가장 철학이 필요하다. 마르크스가 혁명을 일으켰듯 근본적인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너희 집은 어떠냐’라고 했을 때, ‘담쟁이 덩굴이 우거지고’ 등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몇 억 짜리야’라고 이야기하는 시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해 벽두부터 출판가 홍역은 이어졌다. 사재기, 대필, 대리번역, 표절, 삽화베끼기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출판시장이 쓰레기통이 됐다. 잡다해져서 ‘끼워 팔기’ 없으면 죽는다. 좋은 책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마케팅으로 승부한다. 대형 출판사들이 M&A 하면서 대형 마케팅을 주도한다. 오로지 마케팅으로 인해 올라간다. 그러다보니 좋은 책들 좋은 작가들은 냉소에 빠진다. 좋은 신인이 있어서 책을 하나 내도 표도 안 난다. 마케팅 시장 질서에 의해 ‘네임벨류’로서는 클 수가 없다. 내가 늘 이야기하는 건데 고기를 키우려면 물이 좋아야 한다. 좋은 문화풍토가 필요한데, 지금 우리 사회는 살기 싫을 정도다. 예전엔 기라성 같은 출판사에 기라성 같은 책이 나왔다.

    -이번 마광수 교수의 표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작가들끼리 술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이런 일조차 또 뻔뻔스럽게 해프닝으로 지나가겠지. 그게 참 슬프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고 뻔뻔함으로 가득 차있다. 존재의 품격을 지켜야 하는데, 내가 좀 잘못하면 어때라는 식이다. 자꾸 그렇게 욕 얻어먹는 것조차 상업적 가치로 쌓인다. ‘머니’로 쌓인다. 말레이시아에 아시안문학상을 세 번이나 받은 작가가 있다. 그런데 책을 팔지는 않는다.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는 가죽에 수제로 생산비를 받고 써준다. 이런 시장에 내 책을 던져놓는 것도 모욕적이다. 나도 많이 안 팔리더라도 직판매를 하고 싶을 정도다. 작가로서의 존엄성이나 자존심을 자꾸 훼손시킨다. 그렇게까지 경쟁하고 싶지는 않다. 마광수씨와 경쟁할 필요가 없지 않나. 김진명씨의 ‘나비야 청산가자’처럼 정치 소설 쓸 수도 있는데, 출판사가 너무 뻥튀기해서 경쟁상대로 올라와 있는 그런 경우도 싫다. 이문열씨는 자기 소신이니 싸워볼 만하다. 그런 경우는 논쟁으로 붙어보자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현황으로는 시장 외에 다른 구조가 있어야 될 것 같다.

    -반면 지난해 공지영씨의 위력은 대단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경우 벌써 600쇄가 훌쩍 넘었던데.

    ▲난 지영이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생각할 만한 중심은 지키면서 씩씩하다. 이창호 같은 스타가 있으니 동네 바둑판이 성하듯 문학독자가 있다는 건 좋은 이야기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영이처럼 70~80만부 찍는 책이 있으면, 1~2만부짜리 중간층 책들도 많아야 되는데 대개 1~2천부 팔려야 잘 팔린다. 중간층이 없는 사회는 불안한 사회다.

     

    ◇ 젊은 작가를 위한 연가

       


    -젊은 작가들 만나면 정말 생계 걱정을 절절히 한다. ‘투 잡’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 정도다. 작가로 살아남는 이들이 얼마 정도나 될까.

    ▲‘딸깍발이’를 쓴 이희승씨가 한 말이 있다. 작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되고 건강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재능이라고. 조지 오웰 산문집에도 똑같은 말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김수영씨 산문에도 보면 맨날 원고료 못 받은 이야기들이다. 그 당시에는 전체적으로 못살았다. 동가숙서가숙하다가 꽁치 하나 사가면 서로 위안이 되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 작가는 전문가가 아니라 최고 밑바닥 인생의 낙오자다. 소설 자체를 포기하고 좌절하는 친구들도 절반이상이다. 한번이라도 자기 책을 낸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다. 정말 독자가 되어야 할 그들이 문학에 대한 대표적 냉소주의자가 된다.

    -실천문학사는 지난 한해 젊은 작가들 책을 얼마 정도 내줬나.

    ▲지난 한해 문예진흥원 복권기금 사업에서는 신인들 책을 가장 많이 낸 출판사로 꼽혔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게 딜레마다. 문학출판사 이름 걸어놓고도 아동물로 푸는 실정이다. 일반소설 2천부, 시집 1천부 등 권당 이렇게 팔아서는 견딜 수가 없다. 좋은 작가들도 위축된다. 문예출판사들이 다 어렵지만 감수를 해줘야 한다. 사실 문학동네가 최근 욕을 먹긴 했지만 지금까지 잘해 줬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 독자들에게 누가 강요할 수 있나. 가수도 영화배우도 뜨면 스타가 되는데, 한 스타를 위해 90% 정도는 죽는다. 재능 없는 사람도 운이 좋으면 살아남고 재주가 나보다 나아도 빛을 못 볼 수도 있다.

    -젊은 작가들에게 주고픈 말이 있다면.

    ▲젊은 시절엔 감각으로 부딪힐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상과 생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이것도 하나 해볼까와 같은 소재주의나 역사물로 흐른다. 좋은 작가는 평생 수도자처럼 자기 주제를 계속 따라가면서 쓰는 이다. 글을 써보면 세상에 대해서도 도가 통하고 사람들과도 도가 통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들이 스님들과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같은 족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참 단명한다. 왜냐하면 유행을 타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일관된 주제를 갖고 그 주제의 연속성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다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면서. 그리고 옛날 혁명기나 격동기 때처럼 계속 굴곡을 만들어 내는 경험적인 삶이 작가를 받쳐줄 때 ‘닥터 지바고’ 같은 책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삶 자체가 거의 비슷하다. 이는 스스로가 어떤 식으로든 해쳐 나가야 할 숙제다. 나 또한 올해부터 그런 문제들을 회피하지 말고 단편으로 써 나갈 생각이다. 힘들어서 안쳐다보려 했는데 이제는 소설로도 많이 쓰려 한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은 해야 되지 않겠나.

     

    ◇ 그래도 문학이 희망이다

    -문학의 역할론을 짚는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 이후 좋아졌다 이야기하지만 모순은 더 깊어지고 사람들의 삶은 더 황폐해졌다. 신자본주의 물결 때문에 빈부격차가 너무 극심해 아래층의 삶은 굉장히 각박하게 몰려간다. 문학 밖에 없다. 정치도 못해주고. 그런데 준엄하게 질문하고 답해야 할 문학이 그 역할을 잘 못해주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로 실험적 오락적 형태로 너무 가버렸다. 요즘 그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게 일본 소설이다.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힘들게 독자시장에서 싸워나가고 있지만, 그것이 바뀌어 지지 않으면 힘들다. 문학은 민족정신의 혼이다. 겉으로는 한류일지 몰라도 안으로는 정신이 잠식당하고 있다. 우리 윗세대들은 전쟁문학으로 먹고 살았다. 별걸 다 경험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넘어왔는데 이들은 굉장히 실험적이고 포스트모던하다. 중간세대가 없다. 인문적 전통을 할 수 있는 세대가 비어 있다. 그래도 구효서 같은 작가가 열심히 쓰고 있다.

    -특히 실천문학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을 듯싶은데.

    ▲ 문학은 자기 당대의 삶을 기록해 내는 것이다. 최선의 구도적인 면에서부터 가장 엔터테인먼트 부분까지. 초기 문학은 하나의 원동력에 봉사하는 혁명적 도구로서 자기 당대의 억압적 구조와 싸워나가는 역할을 했었다. 작가들이 가장 감옥에 많이 갔다. 그만큼 가장 전위적인 위치에서 양심을 지켜내고 조세희씨처럼 당대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글로 공감케 하고 재인식시키는 역할을 했었다. 그건 문학이 절대 포기해선 안 될 부분이다. 오늘날 삶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 졌다. 그걸 다 담아낼 수는 없지 않나. 문학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지는 건 좋다고 본다. 작가가 자기 색깔대로 노래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중심은 지켜야 한다. 리얼리즘이 있고서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

    90년대 넘어오면서 해체주의가 들어오고 이어 유목주의라 불리는 노마디즘(nomadism)이 잠식했다. 이전 시대가 ‘C:' 도스 체제였다면 지금은 윈도우 체제다. 도스 시대에는 현상에 대한 역추적이 가능했지만 윈도우 시대에는 자기 관심들끼리 뽀글뽀글 모여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디렉토리끼리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다른 존재들이 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내 행동이 가치있는 것인지 아닌지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사회전체가 허무주의적 냉소와 무관심에 지쳐가고 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이뤄졌는데, 말 그대로 사막에 내던져 졌는데, 그게 어떻게 자유인가. 뭔가 루카치가 말하는 혁명의 별 혹은 북극성이 보이고 길이 보여야 하는데, 우리는 별도 없이 사막에 내던져 졌다. 개인이 개인의 행위를 책임져야 한다. 처음에는 신났다, 워낙 80년대 깃발 아래서 집단주의의 융성에 환멸을 느끼다 보니까. 그러나 이렇게 개별화되면서 오래가다보니까 내가 사는 게 뭔가 옆으로 기우뚱 하게 된다.

    지금 내게도 이게 가장 큰 주제다. 인류가 진화하고 있다면 어느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가. 진보적 철학에서도 인류가 지금 진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 지식인들이 공허해지는 일들이 도처에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이라크 사건처럼 일종의 21세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니 끔찍하기 그지없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부디 안녕하길.

     

    /사진=이상운 기자 photo98@pcline.co.kr

    <저작권자ⓒ:: 투데이코리아 :: & www.todaykore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미세먼지 정보(2019-08-18 09:00 기준 )

    • 서울
      좋음 : 24
    • 부산
      보통 : 56
    • 대구
      좋음 : 24
    • 인천
      좋음 : 29
    • 광주
      보통 : 39
    • 대전
      좋음 : 23
    • 울산
      보통 : 58
    • 경기
      좋음 : 29
    • 강원
      좋음 : 28
    • 충북
      좋음 : 30
    • 충남
      좋음 : 24
    • 전북
      보통 : 31
    • 전남
      좋음 : 28
    • 경북
      보통 : 41
    • 경남
      보통 : 60
    • 제주
      보통 : 54
    • 세종
      좋음 : 24
    투코칼럼
  • [권순직 칼럼] 예산은 정권의 철학(哲學)이다
  • 권순직 논설주간|2019-08-16
  • 내년 나라살림을 짜는 시기가 도래했다. 예산 편성 규모와 내용 방향을 놓고 벌써부터 정치권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정부와 예산 관련 당정 협의회를 갖고 내년 예산을 최소 510조원 이상으로 편성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일부에서는 530조원 대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예산 469조원보다 최대 60조원을 늘리라는 요구다. 각 부처가 요청한 내년 예산 498조원에 비하면, 510조원일 경우 10조원, 530조원일 경우 무려 30조원을 증액하자는 것이 여당 측 요구다. 예산당국은 내년 예산증가율을 한 자릿수인 9.5%로 잡았으나 여당은 두 자릿수를 주장하는 셈이다. 여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내년 예산은 초(超)수퍼 예산이 된다. 재정건전성과 경기 동향 등을 감안해 기획재정부는 무리한 확장예산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의 요구에 어떻게 맞설지 주목된다. 문재인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자리에서 “현 경제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정책의 의지가 예산을 통해 분명히 나타나도록 준비를 잘해 달라”고 지시했다. 확장재정을 주문한 것이다. 예산에는 정권의 철학이 담겨있다. 통치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권에 국가 경영을 위임했다. 그러므로 5년간 정권을 담당한 정부가 그들의 통치 철학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들이 국민에게 제시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대부분 예산을 통해서 이뤄진다. 그러나 국민들이 국정을 위임했다지만, 예산편성이나 국정 운영에 있어서 방향이 틀렸다고 보거나 규모 등에 있어서 이의가 있다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당연한 권리다. 예산의 경우 규모가 적절한지, 국민경제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인지, 그 내용은 타당한지 등을 따지는 일은 국민과 국회의 의무다. 따져 보아야 할 사항들 우선 규모다. 여당측이 주장하는 510조원과 530조원이 적절하고 국민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인가. 국내외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국면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규모가 문제다. 정부는 정권초기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짜면서 2022년까지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7.3%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올해예산 469조원은 작년보다 9.5% 늘었다. 내년에 두 자릿수로 늘린다면 당초 계획을 크게 벗어난다. 다음으로 팽창예산이라면 국민경제가 버텨낼 수 있느냐이다. 예산이 지출이라면 주 수입은 세금징수액이다. 세수가 심상찮다. 작년까지 만도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좋았지만, 올들어 상반기 총국세수입은 156조2000억원으로 작년동기보다 1조원이 줄었다. 국내외의 경제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고, 한일간의 무역 갈등에다 미국과 중국간의 분쟁 등 어느 곳을 보아도 경제가 좋아져서 세금이 더 걷힐 것 같지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증가율을 두 자릿수로 높이는 게 타당한지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나친 예산 증가는 재정건전성에 문제를 가져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 수준으로 건전한 편이다. 그러나 계속 팽창예산을 편성한다면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40%를 넘길 수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이 40%를 지키려 노력해왔다. 그러던 것이 이 정부 들어 “도대체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면서 확장재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이 40%라는 것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지켜나가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선을 무시해버리면 뒷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애써 지켜온 것이다.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가 또한 중요한 문제다. 대통령 말씀대로 경제상황이 엄중하니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정을 통해 갈수록 낮아지는 잠재성장 동력을 회복시키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해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고 시급한 과제다. 그런 쪽으로 간다면 환영이다. 다만 선심성 복지나 총선용이 주축을 이룬다면 포퓰리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임시방편적인 일자리창출 등 실패한 정책을 뒷감당하는 쪽으로 예산이 대거 투입된다면 문제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혼란스러운 가짜(경제)뉴스 논쟁 경제 상황을 놓고 벌이는 ‘가짜뉴스’ 논란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정부쪽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야당이나 일부 언론의 태도를 가짜뉴스라고 비판한다. 반면 야당이나 언론에서는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통계만 인용하며 ‘고용사정도 호전되고 경제체질도 튼튼하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가짜뉴스라고 맞서는 형국이다. 참 한심한 논쟁이다. 최저임금 등살에 문을 닫는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알바생들, 52시간 근무로 쉬는 날은 늘었지만 월급봉투가 얇아진 샐러리맨, 허드렛일 알바 성격의 노년층 일자리 증가 말고는 고용사정이 날로 나빠지는 30,40대의 고충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국민들은 다 아는데 경제체질이 튼튼하다고 우기는 일은 좀 구차스럽다. IMF외환위기 직전 정부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우리 경제 펀더멘털은 건전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 [박현채 칼럼]부작용 있더라도 집값만은 잡겠다
  • 박현채 주필|2019-08-09
  • 정부의 당초 방침대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다. 오는 12일 당정 협의를 거쳐 세부 시행계획을 확정 발표하고 입법예고 등 후속 작업을 거친 뒤 시행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경제가 어려운데 민간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부정적인 입장이 여권 등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되면서 상한제 시행이 상당기간 뒤로 미루어 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이미 세부안을 확정하고 이를 강행하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지난달 초부터 오름세로 반전되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이자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왔다”고 공론화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성장률 하락과 함께 주택 값도 크게 떨어졌던 사례가 보여주듯, 대내외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고 성장률이 하락할 때는 "부동산도 안전할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값이 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미 달러화 매집이 늘어나는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쏠리고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높아지자 집값도 크게 오르지 않을 까 하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정부가 강행 쪽을 선택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을 무기로,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간접 통제해 왔다. 그러나 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뛰었다. 지난 5월 말 서울의 새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574만원으로 지난 1년간 상승률이 12.54%나 됐다. 같은 기간 중 서울 기존 아파트 값이 1.96% 오른 것에 비해 6배 넘게 급등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아예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를 80%이상 지은 뒤 분양하는 이른바 후분양을 선택하는 편법까지 등장,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후분양을 하면 HUG의 보증이 필요 없어 조합 측이 분양가를 임의로 높이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서울 삼성동이나 반포동 등 강남권 주요 지역의 경우 3.3㎡당 6천만~7천만원대 분양이 가능해 진다. 이는 현재 HUG가 요구하는 강남권의 종전 최고 분양가 수준인 ‘3.3㎡당 4500만원 이내’와 비교할 때 훨씬 높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가격을 산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현행법상 지금도 시행이 가능하다. 다만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일 뿐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까다로운 요건을 완화, 공공택지처럼 민간 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광범위하게 시행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주변 시세에 상관없이 분양가를 크게 낮출 수 있어 단기적으로 집값을 억제하는 효과가 무척 크다. 또한 높은 분양가가 주변의 기존 집값을 끌어올리고, 오른 집값이 다시 분양가에 반영되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주택 공급 위축이 우려된다. 택지를 보유한 건설사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자들이 분양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연기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2007년 민간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자 3년 후 분량 물량이 10만 가구 이상 감소한 적이 있다. 또한 가격 통제로 청약에 당첨된 이들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차익을 누리게 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양산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이 급증할 수 있다. 이밖에 값싼 자재를 사용하는 등 주택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사문화한 것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불거지면서 2014년에 시행요건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데도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한 것은 부작용이 예상되더라도 더 이상 집값 상승만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하겠다. 당장의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면 미래의 장기적인 공급 물량 감소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사실 집값은 뛰기 시작하면 가수요가 발생, 거품을 키우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조기 차단이 무척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렵사리 구축해 놓은 집값 안정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집값 오름세가 재연될 최적의 환경이 조성돼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부동산 전문가 10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가 53.8%로 절반이 넘었다. 불과 3개월전 조사에서 59.4%가 “내릴 것”이라던 예측과 정반대 결과다. 이는 단기 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넘어선 상태에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해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한해 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함께 투기꾼 급증을 막기 위해 전매 제한 기간 강화 방안도 함께 내놓을 방침이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데스크 칼럼] 故 이민화 이사장을 기리며
  • 김충식 편집국장|2019-08-06
  • 지난 3일 이민화 창조경제 연구회 이사장(KCERN, 카이스트 교수)가 향년 66세로 영면에 들었다. 故 이민화 이사장은 ‘벤처’의 아버지라 불렸다. 그는 198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실험실에서 같이 연구하던 동기들과 함께 의료기기 제작 전문 벤처기업인 ‘메디슨’을 창업했다. ‘벤처’라는 말 자체가 메디슨이 생기면서 처음 생겨난 말일 정도로 그는 벤처업계의 대부였다. 메디슨에서 최초로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해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00만 달러 수출을 돌파한 것이 1991년이었다. 이 이사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1995년 벤처기업협회(KOVA)를 설립해 2000년까지 회장을 지냈다. 그는 기술을 가진 우량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장외시장에 상장, 공모, 증자를 할 수 있게 허용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 육성방안’을 발표해 관련제도를 바꿔놓았다. 이러한 안을 바탕으로 1996년 메디슨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이 이사장은 당시 “벤처기업 자금난 해결 위해 기술이나 아이디어 등 ‘지적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1997년 벤처기업 육성을 명시한 '벤처기업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기여했다. 또 “21세기 급변하는 지식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세계 최고의 기업가 정신을 가진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분명 21세기 한국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2000년에는 한국기술거래소를 설립해 초대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이어 2009년 KCERN(창조경제 연구회)을 설립하여 창업자연대보증 폐지, 기업가정신 교육, 공인인증서 폐지, 코스닥 분리, 크라우드 펀딩, 기술 금융 전략, M&amp;A 활성화, 핀텍 규제 해소 등 주요 국가혁신 정책에 기여했다. 또한 2009년 6월부터는 모교인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으며 같은 해 7월부터 11월까지는 초대 기업호민관을 맡았다. 그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끝까지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이민화 이사장은 “4차산업혁명은 데이터 클라우드 혁명”이라며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려면 “대한민국은 클라우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공공데이터는 물론 민간데이터도 규제로 클라우드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AI 예측을 위해 활용한 데이터가 없어 데이터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려면 '데이터 쇄국주의'가 아니라 '데이터 균형주의'로 가야한다. 공공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개방하고 개인정보 통제와 활용은 균형을 맞춰야 한다. 네거티브 데이터 규제로 전환해 개인정보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야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데이터 인프라를 갖춘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왜 클라우드 중심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가 살펴보면, 놀랍게도 국가가 서버 기반에서 클라우드 기반으로의 전환 장벽임이 드러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의 공공기관에는 보안 명목으로 클라우드 사용이 금지돼 조직 내부는 물론 국민과도 차단돼 있다. 국가 경쟁력이 추락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가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차단이라고 단언한다.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 데이터 혁명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자신의 SNS에서 ‘데이터 족쇄 풀기 서명운동’도 실시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대표 혁신으로 불리는 공유경제에 대해서도 규제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국토교통부가 여객운송시장에서 플랫폼산업으로 공유경제를 펼쳐가던 ‘타다’ 서비스에 대해 합법적인 영업을 하려면 택시면허 취득(6000만~7000만 원)을 하도록 한 것과 관련 SNS를 통해 “한국의 4차산업 혁명은 물거품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공유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다 갈등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은 망국적 조치다. 데이터와 클라우드 규제에 이어, 공유경제 갈등해소 역량부족은 한국을 4차산업 혁명 경쟁에서 탈락하게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공유를 통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혁신을 촉발하여 사회적 가치창출과 가치분배를 선순환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본질”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는 O2O경제의 급속한 확대로, 2030년이면 공유경제가 전세계 경제의 절반을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가 규제를 혁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안타까워했다. 이제 그가 남긴 기업가 정신은 벤처인들과 젊은 스타트업 기업인들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따끔하게 지적하고 더 발전해 갈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직언을 해 줄 이가 사라졌다. 안타까운건 산업계와 벤처기업계를 대표하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고 갈 인재를 잃었다는 것이다. 누구의 죽음인들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있겠냐마는 변혁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현 대한민국을 바라보면서 그의 죽음에 대해 이병태 교수(KAIST)는 SNS에 이렇게 적었다. “나라를 진정 사랑하고 걱정했던 이런 분들을 하늘이 일찍 소환하는 것을 보면 국운이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김성기 칼럼] 10년 만에 다시 직면한 경제위기와 변화의 기로
  • 김성기 부회장|2019-08-06
  •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를 의미하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난 1965년 한일 수교이후 양국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의 수출 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하자 주식과 외환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충격파가 확산되고 국민 반발도 거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도발에 맞대응을 천명하면서 “다시는 일본에 지지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피해자 배상판결 이후 정부의 후속조치에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으나 일본의 도발에는 결연한 대처가 마땅하다.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징용배상 판결을 이유로 강압을 가하는 일본에 밀려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일본 도발에 따른 피해가 당장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므로 금융혼란과 연쇄 도산을 차단할 비상대책과 함께 경제체질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돌이켜 보면 1960년대 후반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한 이후 여러 차례 위기와 변화의 전환기를 겪어왔다. 1973년 1차 오일쇼크에 이어 79년 2차 오일쇼크로 중화학공업육성정책을 추진하던 경제가 엄청난 시련을 겪었고 유신정권 붕괴라는 정치적 태풍을 초래했다. 1987년에는 5공 정권의 철권통치에 맞선 시민항쟁이 일어나 자칫 유혈사태와 극한대립으로 악화될 지도 모를 상황에 직면했으나 국민과 정치권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 민주화를 향한 대로를 열었다.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로 기업과 은행권의 부도가 속출하고 실업자가 넘치는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위기극복 위한 국민의지가 결집된 금모으기운동이 일어났고 여파로 당시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수평적 교체가 처음으로 성사됐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도래했다. 국내경제에도 큰 파장을 미쳐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IMF 외환위기를 이겨낸 국민적 의지와 정부의 친기업 정책, 규제혁파가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이번엔 소득주도성장과 주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등 정책기조의 급변으로 최저임금이 급등하고 중소상공인과 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돼 지난해 이후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진 시기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급소를 때렸다. 2차 오일쇼크를 기준으로 보면 대략 10년 내외를 주기로 경제위기나 변화의 충격파가 다가오는 셈이다. 이른바 ‘10년 주기 위기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부터 공공연히 나돌기 시작한 위기설이 아니라도 한국경제는 지금 안팎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거센 파고에 직면해 있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기업투자와 생산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수출마저 감소세가 이어져 경제성장이 위축된 시기에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배제 결정이 나왔다. 올해 경제성장이 1%대로 떨어져 2009년 이후 최저치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엄혹한 난관이 다가오는 시기에 정부 방침에 이의를 달면 친일파라는 식으로 매도해 국민을 겁박하고 친일과 반일 2분법으로 줄세우려는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 발언은 오히려 국익에 반하는 이적행위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반일감정을 고조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구상은 경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어 심각한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정부는 3일 소재 부품 장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과 금융 등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당연히 추진해야 할 대책이지만 기술격차를 감안하면 빠른 시일 안에 이들 산업을 제대로 육성해 일본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대체수입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비상대책을 세심하게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노조와 시민단체의 요구에 휘둘려 탈원전이나 소득주도성장 등 반기업적 정책에 집착하는 한 국난 극복은 요원하다. 정부가 기술개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파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노조와 시민단체의 과도한 요구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국정의 최우선 목표가 이념이 아니라 안보와 경제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부 여당의 행보에서는 아직 변화의 조짐을 읽기가 어렵다. 소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할 텐데 이마저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기자수첩
  • [기자수첩] 부끄러운 줄 모르는 그들의 ‘친일가’
  • 권규홍 기자|2019-08-13
  • 지난해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 아베 내각은 수출규제 조치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 사실상 우리나라에 대해 경제 전쟁을 선포했다. 국민들은 이에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전개했고, 일본 관광을 취소했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는 자매결연 도시로 지정된 일본의 각 도시와의 교류도 중단하며 일본 정부의 대응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 이후에도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 이어졌고,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조치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의 보좌관인 에토 세이이치는 지난1일 한국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올해 71세인데 한국에 한 번 가봤다. 과거 일본인들이 매춘 관광으로 한국을 많이 갔는데 그런 걸 싫어해서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조사 과정에 참여했지만, 불법적인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하여 한국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또한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국제예술제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요구에 전시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우리 국민의 반일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그릇된 망언은 일본 정치인들에게서만 나오진 않았다. 극우단체인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는 지난 1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사죄해야한다”고 말해 시민사회의 공분을 샀다. 또한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반일 종족주의 ’를 통해 “일제의 식민지배 기간에 강제 동원이나 위안부 성 노예는 없었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이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여야할 것 없이 비판이 제기됐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구역질이 난다”고 비판했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비상식적이고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다”고 평가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두통을 유발한다. 역사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계속되는 비판에도 이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으로부터 영업장소를 받아 업자와 수익 일부를 나누는 관계일 뿐이었다”라며 “피해자가 아닌 개인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국민적 비판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일제치하 36년간 말도 못 할 굴욕을 겪었다. 일본 제국은 우리의 국토를 파괴했고, 수많은 문화재와 자원을 수탈했으며 국민들은 창씨개명과 동시에 강제로 일왕에게 충성을 강요당했고 민족정기는 철저히 유린당했다. 꽃다운 나이의 소년, 소녀들은 전쟁터로 끌려가 총알받이가 되었고, 성 노예가 되었다. 일본으로 태평양으로 동남아시아로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은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강제노역에 동원되었으며 제대로 된 임금 한번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아직도 우리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 한 번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일본 정부의 생각을 동조하며 과거 일은 잊자고 주장하는게 과연 합당한 일일까?  과연 그들은 교단에서, 거리에서, 각종 강연을 통해서 대체 자라나는 세대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일본 식민지배가 근대화를 가져왔다는 논리대로라면, 다시 일본의 지배를 받기라도 하자는 것일까?  그들의 부끄러운 줄 모르는 망언 속에 사회적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방송들은 이들의 발언을 열심히 전하며 “한국에서도 아베 내각의 수출규제조치에 동조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해나가며 일본 우익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들의 주장에 대해 “우리들이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이후 민족정기 확립을 이루지 못한 후과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주변이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이웃 국가들로부터 수많은 압박과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오늘 날의 대한민국은 국가적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누구 때문이라고 얘기하기 전에) 국가적 위기 앞에서만이라도 하나로 일치단결된 국민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잘못된 식민사관을 바로 잡고 당장이라도 그들의 ‘친일가(親日歌)’를 중단시키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기자수첩] 불매운동 본질 벗어난 ‘유니클로 감시’
  • 유한일 기자|2019-08-07
  •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서며 촉발된 불매운동이 심상치 않다. 한국에 자리잡은 여러 일본 기업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최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11일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 오자키 다케시 CFO(재무책임자)의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이번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유니클로 측은 두 차례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유니클로는 이번 운동의 대표 불매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불매운동이 시작된지 약 한 달째로 접어든 지난 2일 취재를 위해 찾은 유니클로 강남역점은 예상대로 한산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대로에 위치했고 3개 층을 쓰는 대형매장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외국인 손님들만이 진열된 의류를 보고 있는 정도였다. 매장은 둘러봤으니 현장 직원들에게 최근 상황에 대해 들어보려 했지만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왔다. 그들은 ‘불매운동’이라는 운을 떼자 “어떤 말도 해드릴 수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 매장의 다른 직원들도, 추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롯데월드몰점 직원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매장 한편에서는 직원들이 긴급회의를 하듯이 심각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실 취재를 나가기 전 머릿속에 짐작가는 그림이 있었다. 최근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상징처럼 대두한 만큼 매장 내 손님들이 없는 모습은 예상대로 재현됐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뜻 밖이었다. 적어도 “평소보다 손님이 줄긴 했다”는 말 정도는 해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장 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본사에서는 각 매장에 ‘매장에 대한 어떤 정보도 말해주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 본사 임원의 실언으로 여론이 악화돼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만큼 언론 취재 등에 대응하지 않고 몸을 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직원들은 기자의 신분 확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는데 최근 유니클로 직원들과 방문객의 사진을 몰래 찍어 인터넷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해 고발하고 조롱하는 이른바 ‘유니클로 감시’가 생겼다. 이를 자처하는 네티즌들은 인근 유니클로 매장을 찾아 사진을 찍고 ‘이상무’, ‘텅텅 비어있음’ 등의 멘트를 남기거나, 유니클로를 들어가 쇼핑을 하는 손님들을 촬영하고 ‘친일파’, ‘매국노’라고 폄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불매운동의 본질은 상대에 대한 ‘점잖은 항의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일본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주고,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목적이 아니다. 우리의 이번 불매운동이 빛난 이유 역시 국민들 스스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감정적 공격을 펼친 일본과 달리 우리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을 했다. 우리가 토요타 자동차를 안 타고, 아사히 맥주를 안 마시며, 유니클로 옷을 안 입는 이유만으로 당장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이번 자발적 불매운동을 통해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호기를 부렸던 기업을 혼쭐내줬다. 나아가 비상식적 근거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일본에 ‘한국 국민의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유니클로 감시’ 사례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성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를 매도하고 공격하는 양상으로 변질되는 순간 지금까지 다져온 내부 결속력이 무너지는건 시간문제다. 더욱이 누군가에게는 불매운동이 생계·생존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들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일방적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결코 미화될 수 없다.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향해 활을 겨누는 행동이 과연 애국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불매운동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머리에 새기고 조금 더 성숙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 [기자수첩] 일본산 불매운동, 그 피해자는 한국도 포함된다
  • 최한결 기자|2019-07-30
  • 최근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우리나라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반도체 사업에 큰 제동을 건지 한 달을 채워간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3개 항목에 대해 화이트(백색)국가에 지원하는 특권을 없앤 후 다음 달 2일에는 한국을 우방으로 인정하지 않겠단 뜻으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키로 한 것이다. 지난 4일 규제 발표 이후 약 4주의 시간이 흘렀지만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이 제대로 된 답변을 준비해서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으름짱을 낸 바 있다. 또한 지난 24일(현지시간) WTO 일반이사회에 정부가 파견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팀장은 "일본에게 즉석적으로 일대일 고위급 회담(대화)를 진행하자는 것에 일본이 답변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주 제네바 일본 대표부 이하라 준이치 대사는 "한국이 언급한 조치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진행된 점으로 WTO 의제로는 부적절하다"며 서로 상반된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한 날은 다음달 2일이다. 3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다수 일본 언론 등은 다음달 2일 각의 결정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도한다"고 말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이 내려지면 주무대신 서명과 총리 연서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달 말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일본은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꼽는다', '일본은 믿지 못하는 나라'라는 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특히 지난 11일 유니클로의 대주주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다케시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일본산 불매운동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안그래도 부정적인 여론에 불을 질렀다. 결국 페스트리테일링은 지난 22일 자사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불매운동을 넘어 일본 여행 가지 않기, 일본산 대체제 구매하기부터 일본 기업을 분류해둔 인터넷 사이트(노노재팬)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한국에 들어온 일본기업이지만 우리나라의 국민들도 불매운동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점이다. 일본산 맥주가 불매운동의 여파로 팔리지 않자 편의점 점주들은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실제 CU에서는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가 발표된 지난 7월 1일부터 21일까지 일본산 맥주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0.3% 줄어들었다. 재밌는것은 앞서 설명한 노노재팬의 개발자가 뉴스 인터뷰 중 사용하고 있던 사무실 내 키보드가 고가의 일본제로 밝혀져 비판을 받았다. 해당 키보드는 일본의 리얼포스사가 제작한 키보드로 한화로 약 30만 원 대였다. 개발자 본인은 이에 대해 부주의하였음을 사과하며, 다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일본제 제품을 버리는 것과 불매운동은 별개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시대에는 국가간 개념은 더욱 희석된다.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이 지난 2일 개봉하면서 불매운동에 포함되냐 아니냐 논란이 트위터에 일었다. 본사와 일하는 노동자가 미국에 있으니 미국 기업이다, 일본의 뿌리(자회사)를 두고 있으니 일본 회사가 맞다는 식의 논리다. 확실히 말하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배급사가 소니 픽쳐스로 일본의 기업이라고 봐야한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Sony Pictures Entertainment is subsidiary(자회사) of Tokyo-based Sony Corporation"라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시대에는 기업의 국적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당장 대기업들만 보더라도 해외 지사가 많이 존재하며 다자국을 상대로 무역을 하는 만큼 자유무역주의에서는 이러한 가치 판단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이성적 판단이 우선돼야 하는 시점에서 감정적 대응으로 추가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게다가 일본에게 '괘씸죄'를 매긴다면 동북아시아의 중요 요충지인 한반도는 더욱 안보위기에 놓이게 된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다음달 2일 한국을 정말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지난 18일 정의당 대표는 “일본 정부의 무역규제는 한국을 안보 파트너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정부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의 파기를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한바 있다. 하지만 일본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는 지난 29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유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요시히데는 "양국 관계가 어렵지만 연대해야만 하는 과제는 굳건히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직위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발언에 대해 괘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이는 일본의 대화 의지로도 엿볼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무부는 오는 8월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대해 "재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VOA를 통해 지난 18일(현지시간) 밝힌 바 있다. 이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하고 북한의 2발의 미사일 도발 등의 현 상황을 봤을 때 한·미·일간 긴밀히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에 매우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우리나라는 민족성을 잃고 나라를 잃은 슬프고도 치욕적인 과거가 있다. 하지만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지난날 우리 민족이 외교적으로 얼마나 나쁜 선례를 만들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명(明)을 위한 명분만으로 실리를 져버려 청나라에 치욕적인 항복을 한 것도, 을사늑약이라는 잊을 수 없는 상처도 모두 실리보다는 명분에 중요시했던 외교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기자수첩] 혁신보다는 ‘총선’이 중요한가 봅니다
  • 김태문 기자|2019-07-23
  • 최근 국토교통부가 불법 논란을 빚던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운송사업 허가를 내주는 것을 골자로 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하 상생안)을 발표했다. 제도적 틀 안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상생안은 지난 3월 7일 정부와 여당, 택시업계, 모빌리티 업계 간에 이룬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첫 후속조치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 편익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택시업계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번 상생안으로 최대 직격탄을 맞은건 ‘타다’다. 상생안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일정한 기여금을 내야 제도권 안에서 영업을 허가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돈으로 매년 일정 규모의 택시면허를 사들이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사업에 진입할 플랫폼 사업자는 영업차량 대수만큼 택시면허를 사들이거나 대여해야 한다. 또 플랫폼 기사는 택시면허 보유자로 제한했다. 렌터카를 활용하는 방안도 이번 상생안에는 포함되지 않아 플랫폼 사업자는 차량을 직접 구입해야 한다. 렌터카를 금지한 이유는 택시업계의 반대 때문이다. 이번 상생안을 접한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플랫폼 사업자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려면 사실상 ‘택시회사’를 하나 차리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는 “기존 택시 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타다는 서울 등에서 약 1000여대의 승합차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차량들은 모두 VCNC의 모회사 쏘카에서 렌트한 것이다. 타다는 렌트카와 기사를 한 번에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타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쏘카의 차량을 매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타다가 차량을 직접 보유할 경우 최소 300억원의 차량 매입 비용이 든다. 여기에 차량 수만큼 택시면허를 얻으려면 추가로 수백억원, 택시기사 자격증 보유 기사로 교체하는데도 상당한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번 상생안 발표로 제도권에 들어오는 문은 열어줬지만 문턱은 더욱 높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력을 확보한 업체만 운송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기업에게는 진입장벽에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신규 사업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국토부가 내놓은 이번 상생안을 보면 정치적 목적이 담겼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정부가 연일 혁신을 외치는 것과 달리 시대를 역행하는 이러한 결과가 도출됐다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주요 표밭인 택시업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의심이다. 현재 전국에서는 약 26만대의 택시가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수가 2.5명(통계청)인 것을 고려하면 택시업계는 약 65만표를 쥐고 있는 셈이다. 타다는 기껏해야 약 3만표, 모빌리티 업계 전체를 합쳐도 택시업계와 상대가 안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토부가 이번 상생안 발표 말미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직 세부적인 룰은 정해지지 않았다. 렌터카 허용 여부도 추후 실무기구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고 한다. 정부가 앞으로 있을 실무기구에서 소비자 편익을 우선으로 하고 혁신과 상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보길 바란다. 정부가 말하는 상생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 기존 이해관계의 손을 들어주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투데이코리아(http://www.todaykorea.co.kr)ㅣ등록번호 : 서울아 00214ㅣ등록일자 : 2006년 6월 12일
    제호 : 투데이코리아ㅣ사업자등록번호 : 254-86-00111
    발행인 : 민은경ㅣ편집인 : 김충식ㅣ주필 : 박현채ㅣ논설주간 : 권순직
    발행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 310 유니온센터 1502호ㅣ발행일자 : 2006년 9월 15일
    대표전화 : 0707-178-3820ㅣ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웅
    Copyright ⓒ 2006 투데이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ostmaster@todaykorea.co.kr
    투데이코리아 ::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