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모 사망때도 기본급 100%…여승무원 찬밥과 대조

한국철도공사(이하 KTX)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명 '신이 내린 직장'에 이름을 올려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KTX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복지 혜택으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상태.

더 큰 문제는 만성적자 타개를 명분으로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 전환에 강력반대하고 있는 이철 사장 등 KTX경영진이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지금껏 상식 밖의 후생복지 혜택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결국 누적 적자로 허덕이는 KTX의 방만 경영을 가속시켰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1년째 거리에서 정규직 전환 시위 중인 KTX여승무원들에게는 냉랭한 반응으로 일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신이 내린 직장'의 실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이상이었다. 특히 KTX의 방만 경영 실태는 이중적 경영 행태의 전형을 보여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www.alio.go.kr)을 통해 공개된 공공기관들의 이사회 의사록은 각종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실태를 낱낱이 폭로하고 있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KTX는 직원의 배우자 및 장인장모는 물론 배우자의 조부모와 외조부모 사망 시에도 기본급의 100%(평균 200여만원)를 위로금으로 지급해 왔다.

KTX 최연혜 상임이사는 “작년 6월 열린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원칙도 없이 일가친족의 사망시 100%의 기본급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세형 사외이사도 “민간 기업들은 직원의 부모 사망 때에도 30만 원 정도 일정액을 지급하는 데 그친다”며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 배짱 지급 여전

그러나 이사회의 비판 및 언론의 집중 포화에도 불구하고 KTX의 태도는 요지부동인 상태다. KTX는 논란이 되고 있는 경조금 지급 문제에 대해 언론 보도 이후 '직원 배우자 외조부'의 경조금만 폐지했을 뿐, 나머지 경조금은 현행 '기본급 100% 지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KTX는 외와 관련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일각에서는 KTX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KTX가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청렴도 및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한 것을 보면 당연한 결과 아니겠냐”고 비난을 가했다. 이외에도 KTX는 상당한 가외 혜택이 정규직 임원들에게 제공되고 있어 가히 '신도 부러워 할만한 직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렇듯 정규직 직원 및 임원들의 후생복지에는 더없이 너그러운 KTX 경영진이지만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한겨울 서릿발보다도 냉랭한 대우로 일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최근 정규직 전환 요구를 하며 길거리 시위를 벌인지 1년째를 맞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 하지만 KTX경영진들은 재차 이들이 요구하는 직접 고용 방안에 반대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철 사장은 지난 1월22일 언론과의 기자간담회에서 KTX 여승무원 문제와 관련 “여승무원들을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음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고 말해, 이상수 노동부장관의 직접 고용 요구를 일축하기도 했다.

이는 KTX 임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KTX임직원들 70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2.3%가 “경영합리화에 역행하는 과도한 요구”라며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더욱이 KTX 경영진은 이처럼 드러난 방만 경영 실태에도 불구하고 어불성설에 가까운 억지주장으로 전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는 상태다. 현재 KTX의 누적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5조5,000억원. 이철 KTX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도 3,000억원 수익을 올려 부채도 일부 갚고 경영정상화에 힘쓰고 있다”며 “누적 부채나 적자의 경우 공사 출범 당시 정부에서 떠안긴 것인 만큼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힘없는 사람(비정규직) 내치고 남은 돈으로 다른 직장의 10배에 달하는 경조비 지급하는 방만 경영이 경영정상화의 결과냐”고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공기관 관계자는 “정말 신도 부러워 할 KTX의 배짱과 방만 경영 실태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지경”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 겨울 동장군 서릿발도 울고 갈 KTX의 두툼한 뻔뻔함. 1년째 차가운 거리에서 정규직 전환 시위를 벌이고 있는 KTX 여성승무원들의 한맺힌 외침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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