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1일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260만호의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이를 위해 2019년까지 91조원의 임대주택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 임대주택 취지는 좋은데…

정부는 우선 장기 임대주택을 작년까지 이미 공급된 물량 80만가구에 2012년까지 150만가구, 2013~2017년까지 110만가구 등 260만가구를 추가해 총 임대주택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전체 주택의 20%인 340만가구까지 확보키로 했다.

정부가 이번에 새로 추가 공급키로 한 260만가구의 임대주택의 핵심은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이다.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될 이 물량은 임대주택펀드를 통해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50만가구가 공급될 계획이다.

추가 공급되는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의 분양 면적은 평균 30평 수준으로 기존의 국민임대주택(11~24평)보다 늘어나고 임대보증금(이하 30평 기준)2500만원에 월 임대료는 52만원 선이다.

정부는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재원 마련을 위해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건설 기간인 올해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7조원씩 총 91조원의 '임대주택펀드'를 마련해 주택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임대주택펀드'는 국민연금이나 우체국, 농협, 생보사 등의 장기투자자금을 차입해 토공과 주공이 공동으로 설립한 자회사가 운영하며, 수익률은 '국고채유통수익률+α'로 정부는 이에 따라 연간 5000억원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 방안에 대해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복지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장기 임대주택을 대폭 늘려 전체주택시장에서 임대주택의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20%까지 높이도록 한 계획이 서민들의 주택마련에 대한 걱정을 덜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대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만 치우쳐 서민층의 주거복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탓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은 정작 중요한 실현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몇 가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서둘러 낸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비축용 임대주택 실제로는 월 평균 70만원

우선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치고는 임대료가 다소 비싸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0평 규모의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들은 임대보증금이 2500만 원, 월 임대료로 52만1000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입주자들은 월 70만 원 안팎의 돈을 매달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요건 가운데 하나인 가구당 월평균 소득 수준(2005년 기준 227만5580만원,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을 감안하면 수입의 30%를 주거비용으로 고스란히 내야 하는 셈이다.

다소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민임대주택 24평형의 경우 평균 임대보증금은 1200만 원, 월 임대료는 14만 원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이 5~6평 정도 더 넓다고 해도 4배나 차이가 나는 임대료는 서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임대주택펀드 민간참여가 관건

뿐만아니라 비축용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계획한 '임대주택펀드'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가 '1·31 부동산대책'을 통해 밝힌 임대주택펀드 재정지원금은 모두 6조원.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5000억원 수준을 펀드에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임대주택펀드는 연기금 우체국 보험사 투신 등으로부터 올해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7조원, 13년간 총 91조원의 자금을 끌어들여 2017년까지 매년 5만호, 총 50만호의 중대형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30평으로 지을 경우 가구당 건설원가를 평당 600만원 꼴인 1억8000만원으로 잡고, 임대보증금 2500만원에 월 임대료 52만원으로 임대한다는 방침이다. 임차인이 연간 내는 임대료는 624만원이다.

6%의 펀드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수익금은 연간 1080만원인 만큼 가구당 부족액 456만원은 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계획대로 2008년부터 매년 5만가구씩 공급하게 되면 재정부담이 연간 2280억원씩 누적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문제는 민간이 이 펀드에 얼마만큼 참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임대주택사업은 장기간 돈을 묶어둬야 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매우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등 시장에서는 다양한 부동산 펀드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수익률이 큰 개발 사업에만 한정돼 활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05년에도 정부는 재무적 투자자를 임대주택 건설에 끌어들이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유인책으로 공공택지 우선공급과 세제 혜택 등을 제시했지만 민간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 방안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던 전례까지 있다.

◇ 잘못하면 국민연금까지…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염두한 듯 '국민연금' 등을 포함해 재무적 투자자에 대해 '국고채유통수익률+α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조성되는 임대주택펀드에 민간이 충분히 펀드에 참여하지 않으면 국민연금기금이 대부분 투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인 만큼 궁여지책으로라도 정부가 국민연금에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대주택사업에 사업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으면 자칫 국민연금의 부실화마저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현재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 대부분 국민들의 노후보장용 자금인 국민연금이 부실화될 경우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2019년까지는 손실이 발생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주택매각 차익이 발생해 사업종료 시에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도 소규모의 이익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전망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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