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관련 서적 붐, 원인과 전망

대선을 아직 300일 가량 앞둔 시점이지만, 비공식적인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곳은 도서시장이라는 전쟁터.

지지율 1위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비롯, 여야를 막론하고 출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시장의 경우 자신이 직접 서울시정 경험담을 엮은 '온몸으로 부딪쳐라'를 썼고, 95년 출판된 '신화는 없다'를 시작으로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 '대통령을 울린 시장' 등 누적된 관련출간 실적도 높은 편.

범여권에서는 민생정치준비모임을 이끌고 있는 천정배 의원이 1월,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라는 시적인 제목의 저서를 출간했다. 범여권 통합의 핵심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민주당에서는 장상 대표가 '지금도 나는 꿈을 꾼다'<사진>를 냈다.

그렇다면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정치계 중요인사들의 집필 붐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우선, 대선 주자 혹은 중요 정치인들의 경우 대중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출간을 추진한다. 평소에도 집필이 이뤄지지만, 선거에 가까운 경우 이런 행동이 더 활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혼란한 대선 정국에 이슈를 선점하거나 이슈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정치 도서만의 매력이다. 정치평론가 공희준 씨의 책 '우리들의 비밀 암호 노무현을 부탁해' 같은 경우 2002년 참여정부 탄생에 산파역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명계남 씨가 오는 5일 '조선 바보 노무현'을 내는 것도 넓게는 이런 특정인 변론이나 이슈 만들기의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출판기념회 등 부수적인 효과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을 불러모아 세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어 주는 것.실제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를 추진했던 홍준표 의원의 경우 '나 돌아가고 싶다'의 출판시점과 출판기념회 시점이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이벤트로 이미 좀 지난 책의 출판기념회를 '활용'했던 셈이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는 이런 도서 출간 바람이 기대치 이하의 성과밖에는 거둘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정치평론가 공희준 씨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002년 정국과 현 정국은 토양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를 전했다. 공 씨는 "지금 대선 정국에 정치인 집필 혹은 정치인 조명 도서의 연이은 출간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조심스레 답변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과 2002년 대선의 상황이 같다고 보면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공 고문은 "책을 보고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층은 고학력자로 보면 되고 이는 386세대가 대표적이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이 층은 현재 정치에 냉소적으로 바뀌었다. 책을 보고 감동을 받을 층 자체가 소멸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유권자를 노리는 도서 출간이란 목표물을 잃은 미사일과도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도서의 판매량은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형 서점은 도서판매량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정계 인사의 자서전 혹은 관련 서적의 전반적인 판매 추이를 조감할 수는 없었지만, 일부 베스트셀러 몇 종은 잘 나가고 그 외에는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문제점과 판매량이 기대치만큼은 안 되는 부분, 더욱이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점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출간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선거전문가는 "출간활동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UCC 등 신생 운동 방식을 메인스트림으로 택하기는 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UCC는 '아직은' 실제 정치활동과 관련이 미미한 청소년층이 올리고 즐기는 점이 맹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미지 메이킹 작업에서 책을 전혀 도외시하고 UCC 선거전략으로 갈아타는 것도 완전한 해답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제 어느새 책보다는 인터넷이 정보의 주가 됐다. 변화된 세상에 맞추어 주요 선거 후보의 도서 출간 바람은 분명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기점이 이번 선거부터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