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찬성하기에는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
[투데이코리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본회의 무기명비밀투표 제안을 한지 사흘이 지났다. 많은 분들이, 비록 최선은 아닐 지라도 소모적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진의를 이해해 주시고 공감해 주신데 대해 감사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로 판단한다.
소신을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것이고 당당한 것이며, 그러므로 국회법도 기명투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이다.

그러나 외면하지 말아야할 분명한 사실은, 기명이 오히려 소신을 밝히는데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내선거나 탄핵소추안, 해임건의안 등 인사 문제를 무기명 원칙으로 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즉, 친소와 이해관계에 따라 기명이 소신을 밝히는데 방해가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무기명을 통해 소신을 밝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명/무기명 그 자체가 소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가공과 가식 없이 소신을 모을 필요가 있을 때는 상황에 따라 기명/무기명은 선택 가능한 문제라는 것이 제가 제안한 핵심이었다.
따라서 세종시 문제에 관해서는 무기명비밀투표에 의할 때 진정한 소신에 따른 개개 의견의 총화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여전한 저의 소신이다.

저의 무기명비밀투표 제안에 대하여, 정세균 민주당 대표께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씀하신 데 대한 아쉬움이 특히 크다. 제1야당 대표로서도, 또 '신사의원'으로서도 실망스럽고 과하신 표현이다.

국정의 한 축인 제1야당의 수장께서, 아무리 여당 일개 의원의 제안이라 하더라도 두 번 아닌, 한 번쯤은 생각해 보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세종시와 관련한 소모적 논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장치로서 무기명비밀투표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민의 90% 이상이 세종시 논란을 빨리 끝내기를 원하고 있으며, 75%이상이 세종시 자체 보다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더욱 큰 문제라고 보고있으며, 60% 이상이 세종시는 이렇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할만한 국가적 아젠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며칠 전 모 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권은 눈여겨보아야 한다.

만일 지금과 같은 기싸움으로 결론을 내려한다면, '표 감독'이니 '줄 세우기'니, 진 쪽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론을 낸 이후에도 후유증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조속한 결론을 내고 국운으로 받아들이자, 그러기 위해 무기명비밀투표를 하자는 저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다. 정치 지도자분들의 심사숙고를 다시 한 번 요청한다.

각설하고, 삼일 전 기자회견 당시, 소신이 없어서 무기명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며, 저 역시 할 말과 소신이 있고, 만일 무기명비밀투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저의 소신을 밝히겠다고 말씀드렸었다.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이므로, 이제 제 소신을 말하겠다.
저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다.

수정안 발표이전에는, 당내 세종시 특위 위원이면서도 저의 속마음은 원안의 과한 점을 덜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수준이라면 지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논란 끝에 내놓은 최종 수정안은, 강원도라는 경제낙후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너무 과하다.

강원지역에 오려고 했던 기업들이 세종시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고, 기존에 있던 기업들이 세종시에 눈길을 주고 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블랙홀'의 실상이다.
당초 세종시의 취지는 국토균형발전 아니었던가? 다른 지방의 공동화가 눈에 보이는 파격적 세종시 수정안을 낙후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찬성하기에는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

참고로, 수정안에 대한 저의 반대 입장은 무기명비밀투표 제안과정이나 제안 이후에 바뀐 것이 아니라, 수정안 발표이후 당초부터 가지고 있던 소신이었으며, 이러한 생각은 두 보좌관들에게 미리 이야기한 바도 있다는 말씀을 덧붙인다.

저의 소신을 이제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명비밀투표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며, 정치권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하는 것으로 말씀을 마치겠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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