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발표 시즌이 마감되면서 경기지표가 핵심적인 투자 잣대로 부각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감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경기에 선행하는 주가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경기민감주로 관심을 돌릴 시점이라는 견해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실적에서 경기로 = 16일 증시 일각에서는 2/4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시장의 관심은 경기 모멘텀으로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새벽에 마감된 뉴욕 증시가 근원 생산자물가(PPI)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가 확인되면서 급등한 데 힘입어 장중 1,310선을 훌쩍 뛰어넘는 강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8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인 10.3을 기록했지만 경기모멘텀을 반영하는 신규 주문지수는 전월의 11.3에서 19.1로 개선, 미국 경제의 제조업 성장 모멘텀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점이 확인된 것도 투자심리 회복에 일조했다.

동양종금증권 이동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동결한 이후 인플레 압력의 상존과 함께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높아진 가운데 나온 이번 지표들은 가파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가 단기적인 둔화 이후 재상승할 것이라는 소프트 패치 시나리오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경기민감주 '꿈틀' = 시장에서는 벌써 경기관련주의 약진이 감지되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뉴욕 증시에서는 통신, 헬스케어, 유틸리트,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1주일 사이에는 IT(정보기술)가 두드러진 수익률을 나타냈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대만을 중심으로 IT와 경기관련 소비재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 양상이다.

대만 증시에서는 경기관련 소비재가 최근 한 달과 최근 1주일간 각각 1, 2위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한국과 일본 증시에서도 경기방어주의 강세가 여전하긴 하지만 경기관련 소비재와 금융, IT가 수익률 상위권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대우증권은 설명했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경기가 올 1/4분기 고점을 지난 뒤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내년 1/4분기에는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상 주가가 경기에 2/4분기 가량 선행한다는 점에서 올 3/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상승 시도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를 우려하며 관망하는 동안 경기 민감주들이 바닥에서 꿈틀대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면서 "주식시장 기저에서 나타나는 변화 조짐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투자증권 박상욱 투자분석팀장은 "향후 장세가 조정 연장이라면 당분간 내수안정성장주(가치주), 유틸리티 등의 보수적인 주식군이 주도주로 나설 것이고, 하락세를 보인다면 자산주나 신기술주가 주도주로 나서겠지만 상승국면이 전개된다면 자동차, 유통, IT 하드웨어 등 경기관련주가 주도주로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이어 "경기관련주가 주도주로 나설 경우 IT, 자동차 등의 수출경기관련주가 부각될 전망"이라면서 특히 코스닥시장의 IT 주식에 대해 저점매수 전략을 취할 것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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