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물 아닌 디자인 표절은 괜찮아 보여?

우리나라 제과 중 새우깡, 빼빼로, 초코송이, 마이츄 등 국내 유명 과자들이 일본 제품을 표절했다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시비가 붉어지고 있다.

일본 후지TV는 지난달 30일 '프리미어A'라는 정보 프로그램에서 맛, 포장디자인, 심지어 광고 문구까지 일본과 비슷한 한국 과자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 가운데 새우깡(농심), 빼빼로(롯데제과), 초코송이(오리온제과), 17차(남양유업)등이 대표적인 표절 제품으로 거론됐다.

이 방송에서는 이들을 “모두 엉터리 표절 상품”이라며, “맛, 포장 디자인, 심지어 광고 문구까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가까운 외국이자,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먼 섬나라 일본. 이웃 섬나라엔 한국에서 늘 봤던 것과 비슷한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또 간혹 이토록 비슷한 것들이 우연의 일치일까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할 정도다.

과거 일본문화개방 전 '표절'이라는 단어가 신문 등 매스컴에 자주 등장했었고, 그 중 일본은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단골 대상국이었다. 혹 그것들이 기술제휴의 형식으로 정식 허가를 받고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또 자매 회사의 제품이기에, 또는 아시아권의 정서와 감성이 비슷하기에 말 그대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나 비슷한 포장을 한 채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맛과 모양 또한 다를 바 없이 비슷하다는 점은 실로 놀랄만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 빼빼로와 포키

1983년 롯데에서 빼빼로가 처음 나왔을 때 길다란 과자에 묻은 달콤한 초콜릿을 먼저 먹고 과자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그 시절 MT․여행을 가면 남녀가 이 과자를 입에 물고 게임을 하는 것 역시 기억에 남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상품이다.

그러나 이미 17년 전인 1966년 일본에서 있었던 광경들이 한국에서 재연된 것이다. 유명제과인 글리코사의 대표적인 초코과자 포키(Pocky)는 지금도 다양한 맛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롯데제과가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지정해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일본이 같은 날 '포키데이'를 지정해 놓은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 일본 측 주장이다.

후지TV에 따르면 빼빼로를 먹어본 일본인들은 “엉터리”라고 비하했고, 한 한국인은 “원래 한국은 흉내내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한국의 표절 상품 회사와 직접 취재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최근 (후지 TV로부터)연락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해명해도 (회사에)도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포키를 응용하긴 했지만 똑같이 베끼진 않았다”며, “막대기 비스킷에 초콜릿을 붙이면 다 비슷한 모양이 나온다”고 했다. 빼빼로데이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포키데이는 2002년부터 시작됐지만 빼빼로데이는 1996년 롯데가 먼저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 새우깡 vs 갓파에비센

후지TV에 따르면 1971년 처음 출시돼 국민 과자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농심 새우깡은 일본의 '갓파에비센'이란 과자와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우를 재료로 사용했고 빗살무늬 과자 모양, 색깔 까지 거의 흡사하다는 것.

이 방송은 또 “손이 가요 손이가”등의 새우깡 광고 카피가 갓파에비센의 “그만둘 수 없어, 멈출 수 없어”라는 문구와 비슷하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새우깡과 갓파에비센을 먹어본 뒤 “맛이 거의 비슷해서 구분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새우를 원료로 했다는 점은 비슷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겉모양만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며, “광고 문구가 비슷하다는 말도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 초코송이도 그냥 넘어갈 순 없어

오리온제과의 초코송이는 일본 제품 '버섯의 산'과 거의 같다는 지적이다. 차이점은 초코송이의 버섯 모양이 조금 기울어져 있다는 정도. 후지TV는 “버섯의 산과 거의 똑같지만 한국의 것은 초콜릿 부분이 모두 어긋나 떨어질 것 같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일본에 비슷한 제품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며, “1984년 초코송이가 출시됐는데 그 당시 제품이 어떻게 기획 됐는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과자는 특성상 다른 회사의 제품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과자 업체들이 설비 기계를 대부분 미국 특정 회사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각기 다른 모양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오리온제과의 고래밥 또한 '오도또'라는 일본 제품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일본의 16차를 17차로, 하이츄를 마이츄로 표절했다는 지적도 했다. 국내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방송이 공개되면서 국내 네티즌들은 '굴욕'이라는 단어를 쓰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 아이디 'eppunsae38'은 “인터넷 뒤지다가 우연히 본건데 정말 충격이었다”며 “특히 새우깡, 초코송이, 빼빼로 등 어릴 때부터 많이 먹었고 좋아했었는데 일본과자 표절했다는 게 부끄럽고 미안다”고 말했다.

아이디 'copy4'는 “우리나라 카피 잘 하는거 맞고, 철저히 숨겨온것 같다”며, “일본문화 닫았던것도 이런 이유도 있었던것 같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반면, “이문제에대해 우리나라 프로그램에서도 크게 다뤄 우리나라 제과업계에 일파를 가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분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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