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저의 지나간 나날을 돌이켜보면 유독 참으로 훌륭한 스승님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일 먼저, 저에게 삶의 길을 열어주시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스승으로서 본을 보여주신, 지금까지도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해 마지않는 저의 할아버님께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바치고 싶습니다. 다음으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대학원까지 공부하는 동안 이모저모로 저를 아껴주고 키워주신 여러 스승님들이 생각납니다. 대구중앙초등학교 담임이셨던 김 술이, 백 용규 선생님, 경북중학교 시절의 김 중태, 조 창환 선생님, 경북고등학교 시절의 이 찬, 권 춘경 선생님, 서울농대 허 문회 교수님, 미시간 대학교 글렌 존슨 교수님이 그분들입니다.

제가 사회에 첫발을 디딘 후 제 일생의 전반기를 보냈던 농림부 시절의 스승님들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기획관리실 사무관 시절부터 모셨던 고 병우 국장님(건설부 장관 역임), 새마을소득과 정 용복 과장님(농업공무원교육원장으로 정년퇴임), 축산국 시절의 윤 근환 차관보님(농림수산부 장관 역임), 김 영진 차관보님(농업진흥공사 사장 역임), 김 강식 국장님(농촌진흥청 차장 9년 재임), 송 찬원 과장님(축협중앙회장 역임), 농특기획과장때 모셨던 조 익래 국장님(농림수산부 차관, 경남도지사 역임), 그 뒤로 유 종탁 차관님(국회 사무처장 역임), 김 성호 농업경제연구소장님(‘비류백제와 일본의 국가기원’ 저자), 최 인기 장관님, 이 석채 차관님(정보통신부 장관, KT 회장 역임), 김 정룡 차관님(1995년에 순직), 조 일호 차관님 등등이 농정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직자의 사표로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저의 스승님들입니다.

스승(Mentor)과 선생(Teacher)의 다른 점이 뭘까요? 디지털 시대를 지나 이제는 바야흐로 인공지능(AI)과 집단지성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군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이른바 ‘지식 전달자’로서의 선생, 교사직이라고 하지요. 웬만한 지식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이 가능해서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검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빅 데이터를 이용하면 어지간한 미래 예측이나 시뮬레이션도 가능한 일이 되었지요. 더 이상 지식 전달자가 필요 없게 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스승의 존재와 역할만큼은 더더욱 간절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스승에게는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세 가지 근본적 교육자 역할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는 ‘삶의 본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른바 ‘인성교육의 실체’라는 것이지요. 이런 교육에는 ‘제자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사부일체(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는 까닭이지요. 둘째는 기술이나 지식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서 각자의 삶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게 하느냐를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해서 해결하는 능력,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잘 조직해서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능력 등을 직접 체험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겠지요. 셋째는 ‘배움의 고비 고비에서 새로운 깨우침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스승과 제자의 지속적인 교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요.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스승의 존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인류와 사회, 모든 조직의 생성에서 성장, 발전, 성숙에 이르기까지 성패를 결정짓는 요체가 바로 교육이라고 합니다. 나라의 흥망성쇠가 오로지 교육에 달려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요? 저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더욱 그리운 스승의 모습이야말로 우리의 앞날을 열어주고 지켜주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믿습니다.<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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