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70년대부터 증인보호 프로그램 관련법 제정

권규홍 정치부 기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자연 사건의 중요한 증인인 배우 윤지오씨가 약 두 달여간의 증언활동을 마치고 조만간 캐나다로 돌아간다.

장자연 사건 이후 고국을 떠나 캐나다에 머물던 윤 씨는 검찰과거사위재조사단이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사건의 유력한 증인자격으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발본색원과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랬다.

이 과정에서 MBC, 한겨레 신문을 비롯한 유력 언론들은 기존의 사건연루자로 이름이 알려졌던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박문덕 하이트진로회장, 권재전 전 법무부장관, 조선일보 전직기자 조 모씨에 이어 TV조선 방정오 전 대표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배우 이미숙, 송선미 등 연예계 종사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방 전 대표는 최초보도를 한 한겨레신문과 사건을 다룬 MBC ‘PD수첩’에 대해 “장자연 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으며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이목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집중되고 있다.

윤 씨는 이 과정에서 과거 수사기관들의 황당한 수사과정과 수사의지가 없었던 듯한 행보 등을 지적하며 이제라도 수사기관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 씨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윤 씨는 최근 석연치 않는 교통사고를 수 차례 겪었고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미행과 감시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변 보호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임시거처에 머물 때도 집에 수상한 흔적들이 보여 경찰에 호출을 했음에도 경찰이 오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청와대 청원에 ‘증인을 보호 해 달라’는 청원을 올려 청원이 20만을 넘기는 성과를 얻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14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찰청 피해자보호과에 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윤씨가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며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전문경찰관이 담당해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윤 씨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더불어 중요한 사건 증인에 대한 보호를 약속했다.

결정적인 증언을 하고도 신변에 부담을 느끼는 증인은 윤 씨뿐만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중요한 증언을 했던 노승일 씨는 지난 2월 광주의 자택 공사현장에서 의문의 화재로 인해 집을 잃었고, 기획재정부의 직원인 신재민 씨는 폭로를 한 뒤에 신변을 비관해 자살소동을 빚은 바 있다.

그리고 2015년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도입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국정원 직원은 한 야산에서 마티즈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하며 증인 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엔 증인 보호에 대한 관련 법률은 법률상으론 존재하지만 관련 법률 개정을 요하는 처참한 수준이라 목숨을 걸고 증언하는 증인들이 줄곳 신변 보호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과거 마피아를 비롯한 거대범죄조직들이 증인을 보복살해하는 사건이 늘어나자 1970년에 관련법을 제정했고 현재는 미국 연방 위증자 보호 프로그램(WITSEC)이 확립되어 증인들은 미국 법무부, 연방보안관 그리고 미 육군의 보호를 받으며 증인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

증인들은 이들 기관의 지원속에 개명, 여권번호 변경, 운전면허증 번호등 기초적인 정보 변경등과 거주지 이동과 각종 보호, 경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필요시엔 성형까지 지원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외에도 증인보호 프로그램은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 독일등 선진국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개정이 시급하다.

최근 윤 씨는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설립했다. 윤 씨는 “5대 강력범죄 사건에 해당되지 않은 피해자, 증언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들이 편히 지낼수 있는 시설과 경비, 경호등을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증인들은 각종 사건에서 이 나라를 바꾸어 왔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내부 고발자들과 여러 증인들의 증언이 사건 해결에 귀중한 단서가 되었다.

하루빨리 국가는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여 증인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나라야 말로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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