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권고 아닌 관망 밖에 못한다
지난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DGB대구은행, 산업은행 등에 키코 배상에 대해 권고했으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은 이를 거부했다. 금감원의 권고안을 거부한 은행들은 은행자율협의체가 구성되면 배상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 환율에 외화를 팔고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을 보는 파생상품으로 2007년 판매됐다. 당시 환위험 헤지를 위해 다수의 수출기업이 가입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기업들은 손해를 입었다.
손해를 입은 기업들은 은행에 사기 판매 의혹으로 소송을 걸었으나 대법원은 최종 무효 판결을 내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018년 키코 재조사를 지시해 분조위에서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은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별 배상 권고액은 신한은행이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이 6억 원이었다.
거부 은행 외에 키코 사태와 관련이 있는 KB국민·NH농협·기업·SC제일·HSBC은행 등은 금감원 관계자를 만나 자율협의체 참가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 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심판대에 오르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자율협의체 참석 여부를 답하지 않은 은행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고, 다수 은행들이 키코 피해기업을 구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원만한 진행을 위해 분조위 결정 내용과 배상 비율 산정기준을 설명하는 등 협의체를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자율협의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감원 분조위가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은행들이 배상안에 대해 거부한 만큼 자율협의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까지 키코 피해기업과 은행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장은 "기업마다 피해가 다른 상황에서 은행협의체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조정 지침을 마련할 수 있을지, 설사 나온다 하더라도 피해 기업이 수용할 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배임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키코는 10년이 흘러 민법상 소멸시효가 끝나 배상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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