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 개발 드론, 4차 산업 이끌 ‘날개’로 부상
촬영·농업·측량·배송·모빌리티 등 활용범위 무궁무진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시장은 오는 2026년 약 90조 원까지 몸집을 불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군사용이나 취미용에 집중됐던 드론의 활용 영역이 상업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드론이 4차 산업혁명의 ‘날개’로 평가 받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앞다퉈 경쟁력 제고에 나선 가운데 한국도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투데이코리아>는 이번 ‘드론 2020’ 기획을 통해 드론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이유, 시장 현황,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드론 자료사진.
▲ 드론 자료사진.

[드론 2020-①] 4차 산업혁명의 ‘날개’···드론은 왜 주목받나
[드론 2020-②] 2026년 90兆 드론 시장 경쟁 치열
[드론 2020-③] ‘후발주자’ 한국, 세계 시장에 도전장 내민다
 
드론, 넌 누구니?
드론은 조종자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체다. 작은 기체에 비해 비행할 때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마치 벌이 날아다닐 때와 같이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해 ‘수벌’을 뜻하는 드론(drone)으로 명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국방부는 “동력을 갖추고 있지만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으며 항공역학을 이용해 기체의 양력을 얻고 자율적인 비행과 원격조종이 가능한 항공기”라고 드론을 정의했다.
 
드론은 생김새와 쓰임새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프로펠러 갯수에 따라 △바이콥터(2개) △쿼드콥터(4개) △헥사콥터(6개) △옥토콥터(8개) 등으로 구분된다. 프로펠러가 3개인 드론도 있으나 이는 바이콥터와 유사한 방식으로 공중에 뜬다.
 
드론은 현재 우리 일상 곳곳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방송·신문기사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드론을 접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한강공원에서 손바닥만한 취미용 드론을 날리는 시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드론이 주목 받은 건 2000대 들어서지만 실제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은 과학기술을 급격히 발전시켰다. 드론 역시 군인의 머리에서 나왔다. 1916년 군인 출신 과학자 아키볼드 로가 추진한 ‘에어리얼 타깃’ 프로젝트가 드론의 첫 연구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이 타지 않은 비행체에 무기를 싣고 원격으로 적진을 타격하는 것이었다.
 
2차 대전은 드론의 개발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드론이 전장에서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인명 손실 우려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드론이 처음 실전에 배치된 시기는 1982년,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공군은 레바논 침공 당시 무인기를 대량으로 투입했다.
 
드론은 초창기 공군의 미사일 폭격 연습 대상으로 쓰였으나 정찰기·공격기로 점차 활용 영역이 확대됐다.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아도 적진을 확인할 수 있고 공격까지 원격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드론을 군사용 무기로 적극 활용했다. 2010년 미국은 드론으로 파키스탄과 예멘에 100여 차례가 넘는 폭격을 가해 3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초 개발 목적대로 드론은 여전히 군사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뉴욕 바드 칼리지 드론연구센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95개 국가가 군사용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활동하고 있는 드론 규모만 최소 2만1000대, 많게는 3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팔방미인’ 드론, 쓰임새도 고공행진

지난 2016년 6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던진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화두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VR·AR(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 기술로 떠오른 가운데, 드론은 당당히 4차 산업혁명의 ‘날개’로 평가 받았다. 당초 개발 목적도 달랐던 드론이 어떻게 우리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주목 받는 것일까.
 
드론은 2010년대를 전후해 군사적 용도 외 다양한 민간 분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제는 드론에 ‘살상무기’라는 수식어 보다는 ‘팔방미인’이 더 어울리는 시대가 왔다. 말 그대로 드론이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은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어 인간의 편의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촬영·농업·측량·수색 등 현재 드론이 투입된 분야도 여러 개다. 길이 없거나 지형이 험준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드론이 비행해 활약한 경우도 있다. 헬리콥터보다 기체가 작고 운용단가가 낮은 점도 매력적이다. 누구나 쉽게 조종이 가능하고 조종자가 탑승하지 않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촬영 분야를 보면 드론은 촬영자의 시선을 획기적으로 넓혀줬다. 고공촬영은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시야를 경험하게 해준다. 실제 촬영용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 보급되면서 몇몇 대학의 사진·영상학과는 강의 내용에 드론 촬영을 추가하고 있는 추세다. 방송·영화업계에서도 드론의 쓰임새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 드론 자료사진.
▲ 드론 자료사진.
특히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에서는 드론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농업 현장에 드론을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도 효율이다. 농약통을 장착한 드론을 띄워 항공방제를 하면 시간·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난해 10월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드론 전문 업체 <비앤알월드> 윤지환 대표에 따르면 방제 면적 1만평 기준 드론으로 작업할 시 소요시간은 1시간 이내다. 반면 사람이 직접 작업하면 12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또 항공방제와 비슷하게 드론에 분배기를 장착한 후 볍씨를 직접 논에 파종할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볍씨를 논 10a에 뿌릴 때 총 노동력 소요시간은 5시간 2분으로 기계이앙(10시간 44분)의 절반에 불과하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기계이앙을 하면 벼 생산비용이 10a당 14만1000원이 들지만, 드론을 적용하면 2만1975원이 든다”며 비용 경쟁력도 강조했다.
 
환경감시와 같은 공공 분야에서 드론의 활용도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환경부와 수도권대기환경청은 ‘미세먼지 감시팀’을 발족했다. 이들 감시팀은 연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3월부터 5월 사이에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드론 배송도 우리 삶을 크게 바꿔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들의 진출이 늘면서 드론 배송 도입과 성장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4년 드론을 기반으로 한 전 세계 물류 시장은 올해 대비 약 20%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미국 리서치 업체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내에서 드론이 배송에 최초로 성공한 건 지난 2017년이다. 2017년 11월 28일 우정사업본부가 띄운 드론이 우편물을 매달고 전남 고흥에서 득량도까지 4km를 비행해 배송에 성공했다. 이 드론은 수동 원격조종이 아닌 좌표를 입력해 이륙→비행→배송→귀환까지 배송의 모든 과정이 완전 자동으로 이뤄졌다.
 
기업들의 드론 배송 실증도 활발하다. GS리테일·GS칼텍스는 지난 6월 8일 드론 배송 시스템을 시연하기도 했다. GS칼텍스 무천주유소에서 1.3km 떨어진 곳에 도시락·음료 등을 배송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6분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날 투입된 두 대의 드론은 각각 5kg, 10kg의 물품을 실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배송 인프라가 미흡한 지역에 드론 배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3년까지 전국의 도서·오지 10곳에 ‘드론 기지’를 만들기로 했다. 배달점 10~20개를 하나의 거점으로 묶고 최대 5개의 거점을 모아 드론 기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드론 기지에는 운영 및 관제 시스템이 설치돼 드론 배송 전반을 관리하게 된다.
 
▲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6일(현지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용 비행체 에어택시 S-A1 콘셉트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6일(현지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용 비행체 에어택시 S-A1 콘셉트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머지않아 ‘꿈의 이동수단’으로 불리는 ‘드론 택시’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4일 발표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UAM)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5년 서울 여의도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를 오가는 드론 택시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2035년에는 기체에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자율비행 드론 택시가 나올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내다봤다.
 
UAM은 30~50km의 거리를 300~600m 고도에서 수직 이착륙하는 개인용비행체(PAV)로 오가는 교통 수단이다. 실제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승용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단 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혁신적 교통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영화에서만 보던 도심항공교통이 기술발전으로 목전에 왔다”며 “2023년까지 UAM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산업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②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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