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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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타비(我是他非). 교수들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 숙어를 ‘올해(2020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을 함축하는 한자 사자성어를 찾지 못해 새로 말을 만들어 뽑았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옛날에는 내로남불이 아예 없거나 드문 현상이었다는 의미다. 양심이 없고, 체면이고 염치고 이런 것이 도대체 없는 이른바 몰염치(沒廉恥)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일컫는 오늘날의 상징어가 내로남불이다. 굳이 영어에서 비슷한 말을 찾자면 이중잣대(double standard) 정도라고 영어 전문가는 말한다.
 
교수신문은 매년 전국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추천된 사자성어를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 그해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말을 선정한다. 올해는 전국 906명의 교수가 참여, 아시타비를 뽑았다.
 
연초부터 일년 내내 국민들을 화나고 짜증나게 했던 내로남불 현상을 꼬집는다. 조국 일가의 파렴치,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 출세한 윤미향, 서민들에겐 부동산 문제로 힘들게 하고 자신들은 강남 부자인 장관과 대통령비서 국회의원들의 낯두꺼움이 우리 가슴을 쥐어짰다.
 
아시타비라는 신조어(新造語)를 만든 정태연 중앙대교수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인 싸움만 무성했던 한 해”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신조어는 내로남불과 함께 지도층 인사들의 부도덕한 언행을 꼬집고 비판하는 말로 두고두고 쓰일 것 같다.
 
내로남불 , 아시타비(我是他非)의 한해
 
올해 사자성어로 끝까지 경합했던 것 몇 가지.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가 2위였다.

3위는 격화소양(隔靴搔癢) -‘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뜻으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겉돌기만 했다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끝이 안보이는 코로나19 사태에 안타까운 심정의 첩첩산중(疊疊山中)이 뒤를 이었다.
 
소셜 미디어 트위터가 얼마 전 ‘2020년을 표현할 한 단어를 찾아보자’고 제안하자 이름있는 IT 기업들이 동참했다.

대부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울했던 현상을 풍자한 내용이 많았다. 짜증나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섞여 나왔으리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Delete(삭제)’,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는 ‘Ctrl+Z’(명령어 취소, 되돌리기 단축 키), 유튜브는 ‘Unsub-scribe’(구독취소), 샤오미는 ‘Reboot’(재시작), 줌은 ‘Unstale’(불안정한)을 내놓았다.
 
‘지긋지긋한 2020년 어서 꺼져라’는 뜻이 담겼을 것이고, 전염병으로 시달린 한해를 ‘기억조차 하기 싫고, 없었던 걸로 치자’는 의미를 표현한다고 보여진다.

삭제 구독취소 명령어취소 재시작 불안정 되돌리기 등 모두 지난 한 해가 무척 힘들었음을 내비치는 말들이다.
 
외국 사람들은 무슨 말들을 떠올릴까.

영어사전 출판사로 유명한 영국 콜린스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Lockdown’(봉쇄)다. 콜린스 측은 봉쇄를 ‘여행이나 상호작용, 공공 공간에 대한 접근 등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회사는 선정 이유를 “코로나 대유행이 2020년 지구촌을 지배했음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각종 인터넷이나 서적 신문 TV 라디오방송 등에서 Lockdown이라는 말이 언급된 횟수가 지난해보다 60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봉쇄 말고도 올해를 상징하는 단어로 ‘코로나 바이러스’ ‘일시 해고’ ‘필수 인력’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등 코로나 관련 단어가 많이 회자됐다.

BLM(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메그시트(Megxit-영국 해리 왕손의 왕실 탈퇴) 틱토커(TikToker-틱톡 사용자)도 올랐다.
 
콜린스의 올해의 단어 10선에 한국어 ‘먹방’(mukbang)도 포함돼 눈길은 끈다. 출판사는 “진행자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동영상이나 인터넷 방송”이라고 소개했다.
 
자! 새해(2021년)는 어찌 될 것인가.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021년 세계’ 특집에서 내년은 ‘비정상적 비확실성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주목해야 할 다음 몇 가지를 꼽았다.
 
첫째 : 백신 쟁탈전. 코로나 백신 출하가 시작되면 국가 간 백신 외교, 국내의 접종순서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둘째 :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무역전쟁이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

셋째 : 화상회의와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등의 변화가 고착화할지, 과거로 되돌아 갈지에 따라 기술의 가속화와 판도 변화 예상.

넷째 :코로나로 미뤄졌던 도쿄올림픽 두바이엑스포 등 많은 국제행사 개최여부.

다섯째 : 다른 위험에 대한 경고. 유행병의 대유행을 경고해온 전문가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균의 항생물질에 대한 내성(耐性), 핵 테러 등 그동안 경시돼왔던 현실적 위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한 해가 될 것.
 
어느 해건 마찬가지지만 올해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온 인류가 힘들어했다. 지구촌이 몸살을 앓았다.

특히 우리는 코로나 역병에 더해 혼란한 정치로 인해 어느 때보다 국민들 맘 고생이 심했다.
 
나라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 부디 자신들의 이익에 앞서 민생 우선 챙기는 맘가짐 갖기를 기대한다.

투데이 코리아(Today Korea) 독자와 가족, 새해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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