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어느 날 남편이 몇 명의 후배를 데리고 집에 왔다. 그 중 한 분이 주말에 심심해하시는 어머님을 시골에 모시고 싶어 이곳저곳을 찾았는데 마땅치 않아 우리 게스트 하우스를 보러 왔다는 것이다. 아니 남편이 적극 권유해 보러 온 것이다.

우리 집에 별채로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원래 우리 여려 고택을 돌보아 주시던 아주머니를 위해서 따로 지은 것이지만 그 분은 집이 완성되기도 전에 요양원에 가셔야만 해서 주인이 없었다.

이름 그대로 몇 분 손님들만 잠시 묵고 가셨던 곳이지만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세탁기, TV세트 등 누구든지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구비되어 있는 곳이다. 후배는 어머님을 위한 1인용 침대만 들여 놓으면 될 것 같다고 만족을 표했다.

그 동안 여러 곳을 다녀 보았지만 농촌 주택에는 거의 전세가 없었고 매입하기엔 부담이 되어 망설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 후배님 스스로도 농촌에는 살아본 적이 없어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집값이 비싼 도시에서는 집이나 방을 타인과 함께 쓰는 셰어 하우스 개념이 서구로부터 도입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원래 몇 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제도여서 스스로 공동체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양의 사상이 들어온 지 오래고 개인의 개성을 찾기 위해서 자꾸 핵가족으로 쪼개지고 그것도 다시 1인 가정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공동체를 만들고 거기서 만족스럽게 생활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모두가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만족에 행복의 좌표를 두고, 자연환경의 악화에 개인적으로도 책임을 느끼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 중의 한 그룹은 40명 넘게 의견을 모으고 함께 살 수 있도록 그들의 집을 한 건물에 설계해서 각자 1억의 전세금을 내고 입주했다고 한다. 1층에는 도서관과 유아원, 헬스장과 카페를 만들어 그 건물 안에서 보내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애썼다고 한다.

공동체 내 많은 사람들의 고용이 있었고 아기들의 양육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서로들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아기들끼리 잘 놀기 때문에 혼자서 하는 1인 양육보다 훨씬 수월해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부분이었다고 했다.
 
물론 농촌의 공동체는 이런 도시의 공동체와는 아주 다르다. 하지만 참조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지금 농촌 생활환경은 옛날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지만 거주 환경이 많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겨울철 난방비가 부담이 되어서 되도록 조금 틀고 추위를 견디는 분들이 많다.

농촌에 노인들을 위한 셰어하우스 개념의 건물을 지어 함께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개인들을 위해서는 방만 설치하고 공동 공간으로 세탁실, 부엌, 식당 등을 마련한다. 사실 70세 이상의 노인이 되면 매 끼를 스스로 차려 먹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도 고령의 노인들에게는 주중에 사회복지사가 파견된다. 1대1로 꼭 복지사가 필요한 분들도 있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끼리 함께 놀고 함께 지내는 일도 그 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지금 같은 코로나 시대에도 한 집에서 같이 지내는 분들은 서로 교류를 할 수 있어 외롭지 않다.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냐고?

물론 개인이 관리 비용만큼은 내야 한다. 그리고 건물을 짓는 것은 이제 한창 논의 중인 고향세에서 감당했으면 한다. 물론 고향세가 아직은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안다. 또 고향세와 비슷한 개념으로 출향인사가 건물을 지어 줄 수도 있다.

더불어 그 운용은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도 있다. 추운 겨울에 난방비 문제 때문에 그 건물에 살던 분들도 따뜻해지면 본인의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그럴 때면 농촌에 살아보고 싶은 이웃 도시 사람들에게 그 방을 임대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자생적인 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하여간 노인들이 자연과 함께 편안하게 살다가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 중에 거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나치면 안 될 것 같다. 이것은 노인정 개념보다 좀 더 발전된 것이다. 하지만 이젠 우리도 그 정도 취약 계층을 보살필 능력이 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일조량이 풍부하다. 예쁘게 생긴 각양각색의 파프리카를 보고 내가 감탄했더니 일본에서는 재배해도 일조량 부족 때문에 그 색깔이 안 나오므로 우리나라에서 거의 전량을 수입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이런 천부의 아름다운 환경을 더욱 잘 가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촌을 지키고 돌봐온 노인 세대를 살뜰히 보살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가진 공동체의 노하우를 시골에서도 실험해 보면 좋겠다. 땅은 국유지에서, 건물은 기부금으로, 관리는 수혜자와 고용인이 공동으로 이끌어 간다면 가능할까?

도시에서의 귀농 귀촌 인구도 먼저 이 공동체에서 월세를 내고 몇 달을 살아 보면서 적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동안 마을 분위기도 알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

부엌에서 이웃들과 식판을 들고 같은 음식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그 마을의 생태를 알 수 있을 테고 자신과 맞는 곳인지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의 후배님처럼 농촌에 살아본 적 없는 도시인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어줄 수 있다.
 
아마 나의 이 생각은 말 그대로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을 꾸지 않는다면 인생은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일까?

점점 시들어가는 농촌, 많은 이들이 소멸을 걱정하는 농촌에서 살면서 조금이라도 농촌이 더 활기 있게 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진정, 농촌 공동체는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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