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김명수 대법원장 거짓말 사건으로 심란하던 터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통 큰 기부 약속이 숨통을 틔워 주었다.

김 대법원장 사건 말고도 개각으로 튀어나온 갖가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 우리를 짜증 나게 한다.

하지만, 다른 한 켠에서는 희망을 주는 훈훈함이 있어 우린 절망하지 않는다.
 
때로는 ‘내가 갖고 있는 상식과 정의가 혹시 틀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경우가 잦다. 어떤 때는 ‘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하늘을 이고, 같은 땅을 딛고 사는 사람들 맞나’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말과 행동이 다른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인가’ ‘정의로운 사회인가’ 회의적일 때가 있다.
 
그런 사례 몇 가지만 추려 살펴 보자.

국가 삼권분립 한 축(軸)의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부하 판사의 사표를 만류하면서 사법부의 엄중함을 정치권과 야합하는 발언을 하고, 이를 폭로한 부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하루 뒤 대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거꾸로 대법원장이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다.
 
공직자 거짓말은 중범죄(重犯罪)다
 
지도층의 거짓말은 어느 형법상 범죄보다 무겁다. 거짓말은 남을 속이는 행위다. 국가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아무 죄의식 없이 한다면 업무 수행에도 그를 신뢰하기 어렵다.
 
그 파급은 국민 전체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지도층 인사의 거짓말에는 엄혹한 댓가가 따른다.

닉슨 미국 대통령이 사임한 것도 그들이 저지른 다른 불법 행위 보다 그것을 부인, 국민을 속인 거짓말 때문이었다.
 
아울러 전해지는 개각 관련 소식도 국민들의 짜증지수를 높인다.

황희 문체부장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병가를 내고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5차례, 때론 가족과 함께, 때론 보좌진과 함께였다.
 
이런 사람이 꼭 장관을 해야 할까. 이런 인사가 사심(私心) 없이 공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더 나은 훌륭한 인물이 과연 이 나라에는 없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내세웠었다. 학력 평준화, 기회의 균등 등을 내세운 이 정부 공약이다.

그러나 이 정부 주요 인사들 자녀들의 이력을 보자.
 
황희 후보자의 딸은 서울 시내 한 자사고에 입학했다가 자퇴한 뒤 외국인학교에 다닌다. 권칠승 중소기업부장관 딸은 고양시 국제고를 졸업했다.

박영선 전중기부장관 아들은 외국인학교, 홍남기 부총리 아들은 외국어고 재학중이다. 조국 전법무장관 딸도 특목고 출신이다.
 
그러고도 자사고 특목고를 없애자는 이 정부를 국민들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들은 말로는 자사고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자녀는 자사고 특목고를 보낸다.
 
이를 따지는 국회 청문회에서 권장관은 “딸이 가는 걸 어떻게 말리느냐”고 변명한다.

코미디같은 이 슬픈 현상을 보면서 SNS상의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한다. “민주당 인간들의 패턴이 이렇다. 좋은 건 우리가 할테니 너희는 일반고 가고, 임대 아파트 살고, 적당히 살다 죽어”
 
대통령 후보자가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을 100% 이행하기란 어렵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는 말도 있다. 옳은 말은 아니지만 때로는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은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왜냐하면 국민은 공약을 믿고 그에게 표를 줬기 때문이다.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거짓말를 한 셈이 된다.
 
따라서 도저히 지키지 못할 상황이면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수정해야 할 터이다. 두루뭉수리 넘어가선 안된다.
 
상식이 몰상식(沒常識)에 앞서는 사회
 
자 ! 우리 이제 실망만 하지 말자. 암(暗) 한편에 명(明)이 있다. 그래서 우린 희망을 갖고 산다.

엊그제 우리에게 전달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야기다.

개인 재산 절반 이상(5조원이 넘는 액수)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가지면 사회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일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통 큰 기부 약속에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이런 통 큰 기부 말고도 이 사회엔 훈훈함이 엄동을 녹인다. 얼마 전 한 일간신문에 실린 사진의 사연도 그렇다.

함박눈 쏟아지던 서울역 앞. 추위에 떠는 노숙자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입혀준 뒤, 적지 않은 현금을 안겨주고 홀홀히 사라진 한 신사의 이야기는 우리를 감동케 한다. 가톨릭교회에선 유명한 마르띠노 성인(聖人)이 떠올랐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면서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연말연시 성금 가두켐페인을 벌인 ’사랑의 온도탑‘이 114도를 넘었다. 목표(3500억원)의 114.5%인 4009억원을 모았다.

작년 연간 모금액도 846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라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측은 밝혔다.
 
양력으로는 이미 새해고, 이제 음력으로도 새해를 맞는다. 상식이 몰상식에 앞서고, 정의로움이 평가받는 그런 2021년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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