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중도성향의 여론, 반발 가세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강행 처리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보는 민심 반발이 저변에서 꿈틀거린다. 청와대와 여당은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고 생각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의 반대의견을 뿌리치고 국회에서 지난달 26일 특별법 처리를 강행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여론은 특별법 반대로 크게 기울었고 해당 지역주민 반응도 의외로 싸늘하다.
 
2016년 국제전문업체인 파리공항엔지니어링 평가에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꼽힌 김해공항이 지난해 11월 돌연 가덕도로 뒤바뀐 과정부터 억지에 가까웠고 국토부 등 3개 부처는 적법성과 적차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입지 선정과 예비타당성 조사, 경제성 평가 등 기본적인 절차를 생략했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공사의 어려움을 들어 공사비가 28조원 이상 들 것으로 전망했다. 임기 1년 남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어떻게든 이기려고 내놓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지목된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겼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사람이 부산시장이 될 때 역사적 전환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8년내 신공항을 완성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진영논리로 갈라진 극단적인 찬반 구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지만 단순 논리에 빠져들지 않고 나라의 장래를 따져보려는 합리적 성향의 여론이 힘을 받는 조짐이 감지된다.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토목사업을 일으켜 돈을 살포하고 4차 재난지원금까지 풀기 시작하면서 국가채무가 연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돈쓰기를 자랑으로 삼는 정부와 여당 발표에 지난 수십년간 피땀 흘려 일으킨 우리 경제가 거덜나게 됐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최근 언론에서 여러 차례 집중 거론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표본이 적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보여주었다. 가덕도 특별법의 잘 잘못을 묻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의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고 ‘잘된 일’이라는 반응은 33.9%에 그쳤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주민들은 ‘잘못된 일’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54.0%로 긍정적인 답변(38.5%)을 앞질렀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만 긍정적인 답변이 52.0%로 우세하게 나와 가덕도 신공항이 어느 지역 숙원사업인지 헷갈리게 했다.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의 상당수는 적어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쉽게 쏠리거나 지역 이기주의를 내세우지 않고 긴 안목에서 경제적 타당성과 국가의 장래를 고려하고 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중도 보수 성향의 오세훈 후보가 강경 보수로 꼽히는 나경원 후보에 5.3% 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같은 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합리적 중도를 표방한 박형준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성향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진보를 내세운 현 정권의 포퓰리즘과 폭정을 막기 위해 합리성을 내건 중도와 보수의 힘이 요구된다는 민심 흐름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비롯된 공통점을 안고 있다. 민주당은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다시 후보를 냈다. 가덕도 신공항을 내세워 부산 민심을 달래려는 정부와 여당을 보면서 내심 경제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토목사업을 일으키고 재정을 퍼부어 표를 얻겠다는 발상에 거부감을 갖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고 이런 흐름이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오 전 시장의 사퇴로 부산 지지기반에 큰 타격을 받은 민주당이 신공항 활주로를 깔아 성추행 파문을 덮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오 전시장 조카를 비롯한 일가가 가덕도 일대 토지를 대규모로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부산시장직을 다시 맡겠다며 공약을 내건 민주당과 오씨 일가의 도덕성을 모두 의심할 수밖에 없다.
 
부산 유권자들의 반발은 지역에서 끝나지 않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표를 얻기에 급급한 여당의 행태는 서울 등 전국의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문 대통령의 권력누수(레임덕)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나라의 장래와 미래세대를 염두에 둔 유권자들은 정권 차원의 권력누수를 걱정할 게 아니라 폭정을 차단해 경제와 재정파탄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합리적 유권자들의 각성이 파탄을 막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민심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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