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세금·건보료 충격, LH 사태까지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끝내 참담한 실패를 불러 임기 말 최대 난관에 직면했다. 출범 초부터 ‘주택의 공공성 강화’를 내세워 25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국민에게 절망과 피해를 거듭 안겨 주었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얕잡아 보고 이념에 쏠린 규제와 세금 때리기에 집착하는 실정을 거듭했다. 쏟아진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서로 충돌하며 겉돌아 부작용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번지면서 누적된 불신은 분노로 폭발했다. 부동산 실정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실정 탓으로 돌리려는 청와대와 여당의 ‘부동산 적폐청산’ 주장은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 4년간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평균 78% 급등해 30평(99㎡) 기준으로 1채당 5억원 가량 뛰었다고 집계했다. 시장에 역행하는 정부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부동산 정책에서 입법 폭주가 이어졌다. 전월세 상한제와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소위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씨가 마를 정도로 전세 공급이 급감, 세입자들이 몇 억원을 더 내도 셋집을 구하기 힘들어지는 대란을 초래했다. 정부는 또 부동산 세제에 공정을 기한다는 이유로 공시가격을 조정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올렸다.
 
시장의 현실적인 수요를 외면하고 대출 조이기와 규제 강화에 의존해온 부동산 정책은 집값 폭등과 함께 분양시장의 과도한 집중을 불러 내집마련 꿈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절망 세대를 낳았다. 세금을 감면해주겠다는 국토교통부 발표를 믿고 노후 대비 자금까지 쓸어모아 민간임대사업에 뛰어든 생계형 사업자들은 당국의 느닷없는 등록 직권 취소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아파트 임대사업을 사실상 폐지하고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 임대에도 임대차 3법 규제와 벌칙 조항을 강화하는 등 덤터기를 씌웠다.
 
투기와는 무관하게 집 한 채에 의지해 장기 거주해온 중산층까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이 급등해 큰 충격을 받았다. 국토부가 보유세 산출의 근거가 되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4년만의 최대폭인 19% 올렸다. 정부가 잘못해 집값 올려놓고 이를 빌미로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때린 셈이다. 정부는 소수의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무겁게 매겨 1주택이나 무주택 서민들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식으로 빈부격차를 부각시키려 했지만 실정의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돌아갔다.
 
국민 불신이 누적되면서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LH공사 사장을 기용, 시장의 수요에 맞춰 공공부문 주도로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25번째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공개발을 주도해야 할 LH공사 직원들이 신도시 투기에 나선 의혹이 드러나면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다음 달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정당 지지도가 뒤바뀌고 각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부동산 실정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와 더불어 내년 대통령 선거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공공성 강화라는 이념 성향에 매달려 부동산 실정을 자초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수요에 맞춰 민간부문의 투자 확대가 절실한 여건에서 세금 때리고 규제를 퍼부어 거꾸로 가는 정책을 고집했다. 공공 개발을 담당할 LH공사는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의혹으로 신뢰를 잃어 정책 추진력을 잃었다. 당정은 입법 만능의 위험한 사고에 빠져 독선적인 정책을 고집하다 민심이반을 가져왔다. 시장과 민심에 역행하는 정부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금이라도 공시가격 산정을 재고하고 양도소득세 등 세제를 손보아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숨통이 트일 것 같은데 청와대와 여당의 경직된 사고가 개선의 여지조차 보이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민심을 외면하고 ‘적폐청산’으로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다짐이 무모하게 들린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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