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인터뷰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단계에도 지원 필요”
“예산 늘릴 수 없다면 ‘퍼스트무버’에게 집중 투자해야”

▲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투데이코리아=김동일 기자 | ‘농업계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종자산업. 일부 선진국들이 선도적으로 종자산업 투자에 나서면서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지난 10년 간 2배 이상 성장했다. 그 결과 미국·중국·프랑스·브라질·캐나다·인도 등 6개국이 세계 종자시장의 80% 가까이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국가 지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위기를 의식해 2012년부터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GSP)라는 종자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GSP는 종자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 등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이 함께 진행하는 종자 연구개발(R&D) 사업이다. 10년 간 총 3453억원을 투자해 종자 수출이나 수입종 국산화에 기여하고 있다.
 
GSP에 참가한 민간 기업 중 대표적인 기업이 아시아종묘다. 아시아종묘는 양배추, 고추, 단호박, 옥수수 등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강하고, 병충해에 강한 고품질 종자를 개발·생산하는 종묘사다. 보유한 작물 및 품종 수는 243 작물, 1434 품종이며 품종보호출원 및 등록건수는 17 작물, 171 품종으로 국내에선 최다 보유를 자랑하고 있다. 대표 품종으로는 ‘대박나(양배추)’ ‘미인풋고추’ ‘꼬꼬마(양배추)’ ‘미니강1호(단호박)’ 등이 있다.
▲ 아시아종묘의 대표 품종인 '미인풋고추'(왼쪽)와 '미니강1호'. 사진=아시아종묘 제공
▲ 아시아종묘의 대표 품종인 '미인풋고추'(왼쪽)와 '미니강1호'. 사진=아시아종묘 제공
본지는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를 만나 GSP 사업이 종자기업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물었다. 그는 GSP 사업이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고 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에는 전반적으로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류 대표는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국가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중국종자기업이 받는 지원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예산 중 R&D 할당 예산은 약 1%에 불과하다”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처럼 종자산업에도 전폭적인 국가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 단계뿐만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도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대부분의 종묘사가 자금이 부족해 생산 부지 매입, 기지 설립 등 생산 단계에 투자가 힘든 상황”이라며 “비용 문제로 중국 등으로 종자를 보내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탁생산 국가에서 종자를 도둑맞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에 생산 기지를 만들고 자체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임직원들과 힘들게 개발한 종자기술이 그런 식으로 유출될 때는 정말 허무하다”며 “사실 가장 절실한 것은 ‘생산 기지 부지’”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종자산업 예산을 단번에 늘리기는 쉽지 않다. 국가사업은 국민 혈세로 이뤄지는 만큼 예산 증액을 위해선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류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는 종자산업을 이제 막 키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산업이 주목을 받기 위해선 우선 성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퍼스트무버’에게 우선 집중 지원하고, 산업 자체가 자리 잡히면 그때 신생업체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사진=뉴시스
▲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사진=뉴시스
류 대표는 마지막으로 “가끔 사람들이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사업을 민간기업이 하니 존경스럽다’는 말들을 해주는데 한편으론 위로가 되고 다른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도 든다”며 “앞으로 종자산업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으면 한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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