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일 기자.
▲ 김동일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D.P.(디피)’가 연일 화제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디피는 2014년 군대를 배경으로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가 탈영병들을 잡으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통해 군 내 부조리를 고발하는 드라마다.
 
극에서 고참들은 후임병들을 향해 거친 욕설과 함께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한다. 라이터로 음모를 지지거나 고참이 보는 앞에서 자위를 시키는 등 성추행도 서슴지 않는다. 코를 심하게 골면 방독면을 씌우고 밤을 꼴딱 새우게 만든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폭력을 피해 부대 밖으로 달아난다.
 
드라마 디피의 공동 작가인 김보통이 그린 원작 웹툰 ‘D.P 개의날’은 작가 본인이 디피 생활을 하며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한다. 디피를 단순한 극 작품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극 중 탈영병으로 등장하는 신우석, 최준목, 조석봉은 허구의 인물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형·동생·친구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디피를 본 수많은 ‘군필’들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올 것 같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진다.
 
디피의 배경이 된 2014년은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던 해다. 당시 사건들은 물고문, 치약 고문 등 부대 내 가혹행위와 집단 따돌림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 외에도 수많은 군 내 부조리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란 웃지 못할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군은 2014년의 사건들을 이미 잊은 듯하다. 지난달 30일 한 군 관계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디피 속 가혹행위 묘사와 관련,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다”며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군이 현실은커녕 과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그럼 군이 좋아졌다고 하는 ‘요즘 군대’는 2014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선 탈영이 줄었다. 국방부가 각각 2015년과 2020년에 발표한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군무이탈(탈영)로 입건된 건수는 95건으로 2014년 406건에 비해 약 76% 감소했다.

그러나 폭력이나 부대 내 성추행, 자살률은 여전하다. 같은 자료에서 폭력으로 인한 입건은 2019년 1262건으로 2014년(1387건)에 비해 다소 줄긴 했으나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폭처법(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입건 수는 2014년 503건에서 2019년 246건으로 절반 정도 감소하면서 비교적 중대한 폭력 행위는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부대 내 추행으로 입건된 건수는 2019년 193건, 2014년 186건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자살률은 2014년 10만 명당 10.2명에서 2019년 10만 명당 9.73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영내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고,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을 아무리 늘린다해도 군대의 폐쇄성에 매년 50명 안팎의 젊은 생명이 힘없이 사그라지고 있는 현실을 두고 결코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 작가는 최근 본인의 SNS를 통해 “디피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길.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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