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난 대선 당시 모질게 해 죄송”
文 “1위 후보 되니 심정 아시겠지요”
이날 여론조사, 洪 50.9%로 李 눌러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나 차기 정부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가운데 문 대통령이 “현 정부보다 다음 정부가 져야할 짐이 클 것 같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26일 오전 10시58분부터 11시47분까지 50여분간 청와대 상춘재에서 약 1시간 동안 차담 형식으로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이날 만남은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역사적 위치에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데, 사실 현 정부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짐(과제)이 더 클 것 같다”고 이 후보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정무수석은 그러자 이 후보가 농담 삼아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동일한 시각으로 기후위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능력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됐다는 말씀, 다른 국가들과 함께 겪는 위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대한민국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됐고, 물론 그것은 국민의 협조 덕분에 이루어졌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 후보가 코로나 위기 극복이 잘 되는 것은 정부의 능력과 국민의 협력이 한 데 어우러져서 잘 맞아서 이루어진 성과다. 우리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협조를 참 잘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경제발전, 문화강국, 군사대국 같은 큰 기조들이 자리 잡게 만든 것은 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과거 대선 경선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 정무수석은 “이 후보가 지난 대선 때 제가 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께서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을 아시겠지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대선후보지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가 이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15.6%p 앞섰다는 결과가 나왔다.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 공정㈜이 지난 22일부터 23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물은 결과, 홍 후보는 50.9%의 지지를 받아 이재명 후보(35.3%)를 오차 범위 밖으로 밀어냈다.
 
아울러 이 후보가 “지난번에 뵀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셨다”며 안부를 묻자 문 대통령은 “이제는 피곤이 누적돼서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체력 안배도 참 잘해야 되고 일종의 극한직업이다.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 했다”고 이 정무수석은 말했다.
 
끝으로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조언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이기 때문에 정책도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하자 이 후보는 “(그 정책적 부분이) 가끔 제가 놀라는 것인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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