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민 기자
▲ 김성민 기자
중국발 요소수 대란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16차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에서 “단기적인 요소수 수급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론 차이가 있다.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차량용 요소수의 사용량이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정작 현장에선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요소수 중점 유통망이라고 공지한 111곳 주유소의 45%에 달하는 50곳은 보유 물량이 200리터 이하에 그쳤고, 50곳 중 31곳은 모든 물량이 소진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상황 속에서도 당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는 대책이 이어졌다.

정부는 '제2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 요소처럼 대외 의존도 높은 핵심 품목을 관리하기 위해 4000여개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이번 주부터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핵심품목 공급망 교란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왔던 것인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요소수가 없어 운행을 멈춘 개인화물트럭 기사들은 “대략 800km에 1번, 15ℓ씩 넣어줘야 한다. 서울 부산 왕복하면 채워야 한다는 의미”라며 “기업에 소속된 화물트럭은 회사가 사전에 구비해둔 요소수를 출퇴근할 때 마다 5ℓ 정도 채워가면서 버티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요소수 보유 물량의 지역별 편차는 더욱 심하다고 한다. 오피넷에 111곳의 요소수 주유소가 공지됐지만 서울과 제주엔 단 1곳도 없다. 서울의 디젤차량 운전자는 불편하긴 해도 경기(14곳)나 인천(5곳)에서 요소수를 구할 수 있지만, 제주는 그렇지 않다. 광주, 세종에도 요소수 주유소는 단 1곳뿐인데 이마저도 0ℓ인 탓에 사실상 구할 수 없다.
 
실제로 거창지역 농어촌버스 총 39대는 모두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인데 버스 회사에 남은 요소수는 약 3000ℓ뿐이었다. 수입 물량 확보로 요소수 수급난에 숨통이 트였다는 정부의 발표가 누굴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는 “매점매석을 잡겠다”, “재고물량 쌓아두고 폭리 취하는 판매자를 단속하겠다”는 등 엄포를 늘어놓지만 디젤차량 운전자들은 요소수 대란 이전가격인 10ℓ의 1만원보다 4~8배에 달하는 비싼 돈을 주고 해외직구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승용차량 운전자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화물차를 중심으로 요소수 거점주유소를 지정하다보니 디젤 승용차를 운행하는 운전자들로부터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찾아가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재부는 이달 초 “베트남 요소 3000톤을 수입해 차량용으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산업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요소TF 측은 '그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도 모르고 수입하는 것'이냐 묻는 질문에 “3000톤은 애초에 산업용으로 수입한 것인데, 차량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도록 시험해보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정부는 차량용 요소수 부족 대책으로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도 ‘산업용을 써 본 적이 전무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산차는 물론이고 수입차 회사들도 산업용에서 전환된 요소수를 활용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 후 경유차 고객들로부터 차량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문의가 들어오지만 솔직히 우리도 해줄 말이 없다. 산업용 요소수 활용은 본사에서도 시도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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