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대선(大選)을 석달 정도 앞두고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상황을 뒤로하고 연말연시 한 달쯤을 해외에서 보내기로 맘먹었다.

매년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꼽히는 핀란드에서다. ‘그곳의 코로나 팬데믹은 어떨까’도 궁금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가 겹치는 20여 일의 긴 휴가가 끝나는 1월 첫 주말. 헬싱키 당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3만2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자 비상이 걸렸다.
 
가장 큰 걱정은 방학이 끝난 학생들의 등교 여부. 학부모들은 방송에 귀를 곤두세우며 기다렸다. 교육부장관은 ‘등교를 시켜야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등교를 중단하고 원격수업을 해야한다’로 의견이 갈라졌다.
 
정부 부처 간에 의견이 엇갈리자 학부모들은 헷갈리며 걱정한다. 그러자 총리가 나섰다. “부처간 이견(異見)이 있고 갈등 상황이 국민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안된다”며 유감을 표시하고 국무회의에서 결정키로 했다.
 
대학은 원격수업, 초중고는 등교로 결정됐다. 초등학생 3학년부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토록 강화했다. 이처럼 등교 문제가 큰 이슈가 되는 것은 핀란드 학생들의 학력평가가 EU 국가중 최고 수준에서 최근엔 평균 수준으로 저하됐다는 우려 때문인 듯하다.
 
이밖에도 많은 규제가 발표됐다.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이용시,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 대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레스토랑 영업은 밤 8시에서 6시로 단축됐다.

문화 종교시설의 밀접접촉 모임이 금지되고. 실내 스포츠시설 사우나 야외수영장 놀이공원 유흥업소 등은 1월 중순까지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우리로 말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두 단계쯤 격상된 셈이다. 긴 휴가 기간 중 스페인 등으로 대거 여행을 다녀온 사람, 성탄 때의 많은 가족 모임, 젊은이들의 파티 등으로 우려했던 대로 감염자가 급증해 강력한 대응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차분한 대응, 헬싱키 시민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편하고 안락하다는 헬싱키와 서울은 어떻게 다를까, 피상적이긴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견주어봤다.
 
우선 비슷한 점.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헬싱키 자영업자들도 삼삼오오 의회에 몰려가 대책을 세우라며 시위를 한다.

마스크 착용에 크게 불편해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있고, 웬만한 곳에선 착용하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엄청난 숫자의 식당 등 자영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수 많은 종업원들이 직종을 바꾸느라 애를 먹었다. 관광 등 코로나 영향이 큰 일부 업종 종사자들은 직장을 잃거나 무급휴가로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부부가 같은 업종에 종사해 함께 무급휴가 조치를 받은 경우 타격은 더 심하다. 그래서 ‘부부가 같은 업종에서 일하면 안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책을 놓고 부처간 이견, 갈등이 노출되는 경우도 우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다른 점은 뭘까.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차분하다’였다. 우리와 견줘볼 때 큰 걱정 없다는 듯 느긋해 보였다.
 
코로나 증세가 발견된 한 어린이에 대한 대응은 이랬다.

어린이 방에 격리하고, 식구들과 철저히 차단된 생활이 시작됐다. 해열제 등 상비약을 복용하고 집에 비치된 간편 진단 키트로 검사한 결과 포지티브, 양성이었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 그리 심하지 않아 자가 격리키로 했다. 12일간의 자가 격리 후 다시 검사, 네가티브 음성이 나왔다.

이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 학교에도 등교한다.
 
휴가 기간중에는 약국에서 자가 진단 키트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휴가철 대비이기도 하지만 심하지 않은 경우 집에서 간편검사로 대응하는 것이 일상화돼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가 진단 키트 사용 일상화
 
우리도 심하지 않은 경우 자가 진단 키트 활용을 권장한다는 방침도 옳은 방향 같다. 무턱대고 검사 수용시설이 부족하다고 불만할 게 아니다.
 
자가 격리 중 증세가 심해지거나, 격리 기간 후에도 양성으로 나오면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고 적정한 처치를 받는다.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허용받기 위해서, 또는 학생이 등교하지 않기 위해서 병원 진단을 받아 허용받을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 핀란드를 바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곳은 인구가 적다. 밀집 모임도 적다. 우리처럼 퇴근 후면 모여 회식하는 문화가 아니다.
 
여유가 있어서인지 매사 느긋하고 편안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대응이 느긋하다.

헬싱키 시민들의 코로나 위기 대응이 양호한 것은 평소에 비상대비 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과거 러시아 침공 등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서 비상 물자 비축은 물론 국민들의 침착한 대응이 몸에 베어 있다는 풀이다.
 
어쨌든 코로나 팬데믹의 고통은 동서를 막론하고 같아 보인다. 대응 자세만 다소 다를 뿐이다. 차분하고 좀더 느긋한 대응은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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