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7.34%…정부 공시가 현실화 정책 탓
공시가격 인상에 보유세·건강보험료 등 세금 부담 확대 불가피
국토부, 지자체 호소 불구 “예정대로 공시가 현실화 제고할 것”
정부 “3월, 1가구 1주택자 보유세 등 세 부담 완화 방안 발표”

▲ 서울 소재 주택 밀집 지역.
▲ 서울 소재 주택 밀집 지역.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 정책을 수년째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시지가와 연동된 세금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22년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확정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국토부가 매년 발표하는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개별 공시지가와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공시가를 근거로 인근 개별 필지·주택 공시가격을 비교·평가하고 있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10.17%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국토부가 공개한 초안에서 10.16% 인상될 것이라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과 비교해 0.01%p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상승률 10.35%보다는 소폭 축소됐다. 그러나 올해에도 여전히 10%대를 유지하면서 표준지 공시지가는 2년 연속 두 자리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자체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11.2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승 폭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다음으로 △세종 10.77% △대구 10.56% △부산 10.41% △경기 9.86% △제주 9.84% △광주 9.78% △대전 9.28% 순이었다.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7.34%로 확인됐다. 이는 초안 7.36%보다 0.02%p 낮아진 수치다.
 
시·도별로는 서울의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0.55%로 전국 1위였다. 뒤이어 △부산 8.96% △제주 8.11% △대구 7.52% △광주 7.23% △경기 6.72% △세종 6.72% 순이었다.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상승 확정된 배경에는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서도 지속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정책이 지목된다. 앞서 2020년 정부는 공시가 현실화 제고율을 매년 3%로 설정하고, 2035년까지 토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은 71.4%였다. 지난해 68.4%보다 3.0%p 오른 수치다. 또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57.9%로 지난해 55.8% 대비 2.1%p 증가했다.
 
공시가 현실화를 통해 부동산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납세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를 매기는 과세 표준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에도 연동되는 탓에 세금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돼서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공시가격 상승률을 낮추고, 공시가 현실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12일 국토부에 토지 공시지가 현실화 제고율을 연 3%에서 1.2~1.6%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공시가 현실화율이 90%에 도달하는 기간도 15~20년으로 대폭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11% 이상 상승하면서 공시가격에 연동되는 세제 부담도 커졌다”며 “서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표준지 공시지가를 하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와 도민 정서 등을 고려해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3% 범위 내로 하향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경기 수원시와 시흥시도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경남 거제시는 공식 서한을 통해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5년 연속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됐다”며 “공시가격 인상은 주민들에게 큰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모든 지자체에 동일한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확정한 만큼 일부 지자체만을 위해 하향 조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시가격이 적정 가치를 반영하고, 부동산 유형별·가격대별 균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시가 현실화 정책은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선에서 확정되면서 3월 22일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역대급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 세금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들의 불만이 빠르게 늘어나자 정부는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에 1가구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제도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정책이 이어지는 한 한시적 세 부담 경감 조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