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에 매수 심리 반등
이달 첫째주 90.7…일주일 만에 1.6p 증가
강남4구 96.0 기록…서울 5개 권역 중 최고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차기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추진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4일 기준)는 지난달 다섯째주 89.1보다 1.6p 증가한 90.7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이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보다 팔겠다고 내놓은 집주인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15일 99.6으로 100선을 하회한 이래 21주 연속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올 2월 28일 86.8로 저점을 찍은 뒤 대선 직전인 지난달 7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5주 연속 상승세다.

매매수급지수가 아직 기준선인 100 아래에 머물러 있으나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부동산 규제를 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정비 사업, 대출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확산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 심리가 다시 회복하고 있다.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살펴보면 전역에서 매매수급지수가 상승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등 동남권의 이달 첫째주 매매수급지수는 96.0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다섯째주 90.6 대비 무려 5.4p 치솟은 수치다. 서울 5개 권역 중에서도 최고치다.

실제로 동남권에서는 재건축 단지와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연일 경신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의 전용 면적 183.41㎡(약 55.5평) 한 호실은 지난달 17일 5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신고가인 지난해 1월 50억원보다 9억5000만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신반포16차의 전용 면적 83.11㎡(약 25.1평) 한 호실은 지난달 4일 25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23일 매우 유사한 면적(전용 83.12㎡) 한 호실은 22억원에 팔렸다. 불과 1년 새 3억8000만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양천구·강서구·구로구·동작구 등이 있는 서남권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다섯째주 90.3에서 이달 첫째주 90.6으로 소폭 상승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개발 기대감이 높은 용산구 등이 포함된 도심권의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첫째주 89.6으로 지난달 다섯째주 88.9 대비 0.7p 늘었다. 다만 90대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동북권(88.1)과 서대문구·은평구 등 서북권(88.9)도 지난달 다섯째주에 비해 이달 첫째주 매매수급지수가 올랐다. 다만 다른 권역보다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약해 여전히 90을 밑돌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집값도 오름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4일 기준)은 0.00%로 보합 전환했다. 올해 1월 17일 0.01%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여 온 집값이 11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한 것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대체로 매물이 감소하고 매수세는 소폭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주 하락에서 이번주 보합 전환했다”며 “강남권은 재건축 단지와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강북권은 지역 개발 기대감이 있는 용산구 지역에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중 경기도는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이 늘면서 이달 첫째주 매매수급지수가 91.8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다섯째주 92.5보다 0.7p 하락한 수치다. 인천의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다섯째주 92.3에서 이달 첫째주 92.8로 소폭 올랐다.

최근 전세자금대출 재개로 신규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급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에 이달 첫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1.5로 집계됐다. 5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동북권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다섯째주 90.9에서 이달 첫째주 94.2로 3.3p나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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