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후보자, 11일 정부과천청사 첫 출근
“집값 장벽, 현대판 신분 계급으로 변모”
규제 완화 수준·속도 완만히 조정 의지
“임대차 3법, 좋은 법이나 부작용 많아”
“주거 안정 위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차기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 후보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내정됐다.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부동산 정책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 후보자가 ‘규제 완화·주택 공급’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다만 집값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부동산 정책은 매우 안정적이고, 신중한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차기 정부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원희룡 후보자. 사진=공동취재사진
▲ 차기 정부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원희룡 후보자. 사진=공동취재사진

◇원 후보자 “지나친 규제 완화 공급, 尹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 없어…신중하게 접근할 것”
 
11일 원 후보자는 다가올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사무실로 처음 출근했다.
 
이날 원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향후 부동산 정책은) 이론적이고 획일적인 접근보다는 지나친 규제 완화 또는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며 “저희들이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우 정교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원 후보자의 발언은 사실상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당선인은 수요가 높은 도심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만 규제 완화 수준이나 속도는 완만하게 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 정부가 수십 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바꾸는 동안 국민들이 느낀 분노와 피로감이 큰 상황에서, 이를 한 방에 해결하기보다는 여러 문제들을 가급적 안정시키되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원 후보자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잘못된 가격 신호로 이어질 수 있는 지나친 규제 완화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는 없다”며 “국민들이 매우 안정감 있고, 예측 가능하고, 실제 수요의 정밀한 구성에 맞는 현실적인 공급 대책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라는 것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폭탄으로 인해서 국지적으로 고가 주택 또는 개발 이익과 투기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이 쏟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겠다”고 부연했다.
 
최근 법 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임대차 3법’에 대한 시각도 밝혔다. 원 후보자는 임대차 3법에 대해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급하게 처리되다 보니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원 후보자는 “주거 약자인 임차인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시장에서 작동되는 데 있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차 3법은) 시장 기구에 부작용을 줬을 뿐만 아니라 획일적 기준, 지역적 차이, 임대차 수요와 공급 등도 무시했다”며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되다 보니 그때 놓친 문제점들이 많다고 보는 것도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약자의 주거 안정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며 “국가와 정책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다수의 세입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러한 기조 하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 차기 정부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원희룡 후보자. 사진=공동취재사진
▲ 차기 정부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원희룡 후보자. 사진=공동취재사진

◇尹, 원 후보자 통해 정치적 현안인 부동산 이슈 적극 해결 의지 내비친 듯
 
앞서 이달 10일 윤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안을 발표했다. 당시 회견장에서 윤 당선인은 원 후보자를 국토부 장관 후보로 내정했다.
 
윤 당선인은 “(원 후보자는) 공정과 상식이 회복돼야 할 민생 핵심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해가 높은 분이다”며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 발전의 핵심인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 교통 체계를 설계해 나갈 적임자다”고 평가했다.
 
원 후보자가 내정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그간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는 국토부 1차관을 지낸 김경환 서강대 교수,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 교수 등이 거론돼 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국토·부동산 정책에 전문성이 없는 원 후보자가 ‘깜짝 발탁’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오히려 정치인 출신으로서 정치 문제가 된 부동산 문제를 강단 있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원 후보자는 “국민의 고통과 눈높이를 국토, 부동산, 교통 분야에서의 전문가들과 잘 접맥시켜서 국민과 함께 국민의 꿈을 실현시키고, 고통을 덜어주는 데 정무적 중심을 갖고 종합적 역할을 하란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 장관 후보로서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일은 서민·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 세대의 미래에 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내 중진 인사인 원 후보자를 통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인 부동산 이슈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도 원 후보자의 인선 배경에 대해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두 차례 제주도지사를 지내며, 제주용 스마트 시티, 스마트 그린 도시 등 혁신적인 행정을 펼쳤다”며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선대위의 정책본부장으로서 주요 정책과 공약을 설계해 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 이슈 해결사로 부상하게 된 원 후보자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자는 “서민 중산층들은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고 있으나 현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의 장벽이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현대판 신분 계급으로 변모했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민의 아픔과 미래에 대한 절망을 똑같이 공감하며 정직하게 접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을 단번에 잡거나 몇 번의 조치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다”며 “시장의 이치와 전문가들의 식견을 최대한 겸허하고 정직하게 잘 받아들이고, 국민 뜻과 새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잘 융합돼서 한발 한발 가시적 성과가 나오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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