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철거가 시작됐다.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지도 한달을 훌쩍 넘겼으나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시공사들이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루 전인 이달 16일부터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일부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시공 사업단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을 철수하기로 건설사 간에 잠정 합의했지만 해체 일정은 업체별로 상이하다”며 “타워크레인 대여가 이달 말 만료되는 만큼 일부 구역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 주공 아파트를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부대시설을 짓는 국내 최대 규모 사업이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갈등이 악화하면서 지난달 15일 0시를 기해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갈등의 주된 원인은 공사비 증액을 꼽을 수 있다. 당초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비는 2016년 조합 총회에서 2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2019년 12월 총회,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의 두 차례 검증 등을 거쳐 2020년 6월 약 3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HUG 분양가 수용을 두고 내홍이 발생하면서 같은해 8월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로부터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1년 5월 들어선 새 조합 집행부는 2020년 6월 증액된 공사비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를 2019년12월 총회에서 공개하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 사업단이 조합에 적법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갈등은 급속도로 심화하기 시작했고, 결국 공사가 멈추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공 사업단 관계자는 “그동안 약 1조7000억원의 ‘외상 공사’를 해 왔다”며 “현 조합이 공사의 근거가 되는 증액 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는 공사를 지속할 재원과 근거가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철수에 돌입한 것을 두고 시공 사업단이 사실상의 초강수를 뒀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9개월가량 공사 기간이 늘어난 상황에서 타워크레인 철거로 인해 공사 중단 기간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이에 입주 시기 또한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와중에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협상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조합은 공사비 증액 분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기존 증액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새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공 사업단은 조합이 기존 증액 계약을 인정하지 못하면 공사를 재개할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시공 사업단은 “그동안 기존 증액 계약을 근거로 공정률 52%까지 공사를 했는데 이제 와서 그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나오면 조합을 어떻게 믿고 공사를 진행하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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