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7000억원 규모 사업비 대출…올 8월 만기
대주단 “시공단 연대 보증 않을 시 연장 불가능”
조합·시공단 간 갈등에 조합원 채무자 전락 위기
시공단 “대위 변제 후 조합에 구상권 청구 고려”

▲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도 벌써 한달을 훌쩍 넘겼다.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공 사업단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금에 대한 보증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 사업단은 조합이 받은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에 대해 연대 보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조합은 2017년 시공 사업단의 연대 보증을 통해 대주단으로부터 7000억원 규모 사업비 대출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해당 대출의 만기가 올해 8월 도래한다는 점이다. 약 3개월 후 돌아오는 만기 전까지 시공 사업단이 연대 보증을 해주지 않을 경우 대출 연장은 불가능하다.

시공 사업단 관계자는 “최근 조합이 NH농협은행 등 대주단에 사업비 대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대주단은 사업비 대출 연장에 대해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시공 사업단의 연대 보증이 필수라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만약 시공 사업단이 대위 변제를 할 경우 조합은 대출을 즉시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채무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공 사업단은 현재 재건축 사업 부지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시공 사업단에 따르면 2020년 말 착공 이후 현재까지 1조700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최악의 경우 조합이 소유권을 상실할 위험도 있다.

시공 사업단은 이번 사업비 대출과 관련해 대위 변제 후 구상권 청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 사업단 관계자는 “현재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먼저 사업비 대출을 대위 변제한 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이달 16일부터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일부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사실상 시공 사업단이 조합과 결별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공 사업단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을 철수하기로 건설사 간에 잠정 합의했지만 해체 일정은 업체별로 상이하다”며 “타워크레인 대여가 이달 말 만료되는 만큼 일부 구역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현재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총 57대 규모로 모두 해체 시 3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해체 이후 재설치하게 되면 공사 기간이 6개월 이상 늦춰질 수도 있다.

결국 입주 시기를 가늠하기 매우 어려워졌다. 당초 둔촌 주공 입주 예정일은 내년 8월이었다. 현재 둔촌 주공의 공정률은 52%에 그친다.

공사가 지연될수록 사업비 조합원들의 분담금 또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올 7월로 예정된 1조4000억원의 이주비 대출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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