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7조3810억원…전년比 31.3% 증가
원재료 값 상승 따른 판매 단가 인상 영향
하반기 실적 부진할 수도…철강 시황 나빠
후판 가격 인하 가능성도 커…실적 악영향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현대제철이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분기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하반기 철강 시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데다 후판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이 커 이르면 3분기부터 실적 부진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26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매출액은 7조38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조6219억원 대비 31.3%나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올 1분기 6조9797억원과 비교해서도 5.7%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82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53억원과 비교해 무려 50.8% 확대됐다. 직전 분기인 올 1분기 6974억원보다도 17.9%나 커졌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2분기 3525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5666억원으로 60.7% 증가했다.

다만 증권업계가 전망했던 실적보다는 소폭 줄었다. 김윤상, 전병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85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로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미국에 대한 강관 수출 호조, 글로벌 스크랩 가격 약세에 따른 수익성 제고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올 2분기 실적과 관련해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출하 지연으로 직전 분기 대비 판매량은 소폭 감소했다”면서도 “그러나 철강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 단가 인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호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각 부문별 실적 개선 노력이 지목된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자동차 강판 부문에서 해외 고객사 확보를 통해 공급 물량을 늘려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판 부문의 경우 국내 조선사의 수주 잔량 증가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강세에 힘입어 상당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건설용 강재인 철근·형강 부문은 내진용 강재 공급에 힘입어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연구개발(R&D) 부문에선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특수강 및 고강도 열처리강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제철이 독자 개발한 전기차용 특수강은 자동차 주행 정숙성 및 내구 수명 향상의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노력과 성과도 주목된다. 현대제철은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탄소 중립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제철소 설비 성능 향상과 운영 최적화에 나서고 있다.

또 수소 생산 및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등에 대한 포괄적 기술 협력도 추진 중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체결한 MOU를 기반으로 제철소에서 사용되는 각종 원료의 최적 활용 및 운영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부어 광물 자원 관련 선도 기술을 서둘러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현대제철 경영 실적. 사진=현대제철
▲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현대제철 경영 실적.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올 하반기 철강 시황이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철강 수요 부진에 따른 철광석 및 원료탄 가격의 약세로 글로벌 철강재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방 산업의 업황이 좋지 않은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건설 산업은 공사비 상승 등으로 민간 수주가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부품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생산량이 더디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 하반기 현대제철은 상반기보다 못한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현대제철은 올 하반기 후판 가격의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후판 가격 인하가 현실화하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 이르면 3분기부터 실적이 크게 부진할 수도 있다.

김원배 현대제철 상무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국내 조선사들과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상무는 “현재 수급이나 원재료 가격, 시장 가격 등 살펴볼 항목이 많다”며 “원료 가격이 급락했고, 시장 가격도 내리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 조선사향 후판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원료 가격은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업계는 원료 가격이 올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원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후판 가격 역시 내리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상무는 “조선사들과 서로 인정 가능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상이 마무리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상무는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은 철강 시황뿐만 아니라 원재료 가격 변동, 에너지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봐야 한다”며 “올 하반기 글로벌 시황은 약세로 보이나 원가 부분을 반영해 완성차 업체들과 합리적으로 협상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 자동차 가격 인하보다는 인상에 초점을 맞춰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