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취재국장
▲ 김태문 취재국장
자유시장주의 경제에서 국가에 돈을 벌어들이는 주체는 결국 기업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는 한국경제에 암울한 전망을 드리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나서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고 ‘제도적 허들’을 낮춰주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경직적인 고용 구조와 막강한 노동조합, 높은 법인세 등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많지만 특히 한국의 ‘가업(家業) 상속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고 50%에 달하는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가업을 상속할 때 세금을 깎아주는 요건은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가업 승계’가 쉽지 않아 중소기업 오너들은 늙어가면서 산업의 중추인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0여 년 전인 2010년 중소 제조기업 오너의 평균 연령은 50.6세였다. 그러나 2020년에는 54.9세로 높아졌고, 60세 이상 비율은 2010년 13%에서 2020년 30.7%로 두 배 이상이 됐다. 업종을 확대할 경우, 60대 이상 CEO는 11만8000명, 70대 이상은 2만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가업 상속 절차를 마치고 은퇴했거나 은퇴 준비를 끝냈어야 할 오너들이 ‘승계 작업’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가업 승계의 어려움으로는 ‘막대한 조세 부담’이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를 성장시켜 업종을 변경(확대)하면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역설적인 구조다. 현재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같은 업종을 10년 이상 유지해야 상속 재산 중 200억원(20년 유지 300억원·30년 유지 500억원)을 과세 대상에서 공제해주는데, 기업이 성장하고 업종을 확장하면 오히려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 상속세율을 낮추면 세금 비용이 투자로 연결돼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 상속세율을 50% 인하했을 때 일자리 26만7000개가 생기고, 100% 인하하면 53만8000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했다.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이 되는 중견기업의 기준을 연 매출 ‘4천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가업상속공제 금액의 최대한도를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또한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이 일정 기간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후관리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사후관리 기간 동안 적용되는 가업용 자산의 처분 제한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수와 총급여액의 유지 기준 등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기업 오너들이 ‘상속세 공포’에 사업 확장을 꺼리거나 가업 승계 대신 기업을 매각한다면 국가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 경제는 고유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빠져 있다. 법안 통과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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