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6년만인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검찰 체포돼 이송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6년만인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검찰 체포돼 이송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이하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2017년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 만에 귀국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전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는 인물인 만큼 검찰의 조사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참고인들에 대한 재수사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검은 29일 오전 6시 34분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청사로 압송했다고 밝혔다.
 
조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 촛불집회 당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관련 문건에는 탄핵 심판 이후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한다는 내용과 군대를 투입해 집회와 시위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국회와 언론을 통제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무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비해 계엄령을 검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조 전 사령관은 이날 체포 상태에서 입국장으로 나오면서 “계엄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문건의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5년 넘게 귀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 보고나 지시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계엄령 문건 논란은 2018년 7월 군인권센터 등이 기무사가 작성한 논란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과 군이 합동수사단 수사를 시작했으나 문건 작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조 전 사령관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2018년 말 기소중지했다.
 
검찰이 29일 조 전 사령관에 적용한 체포영장은 2018년 9월 발부된 것으로, 체포 시한이 48시간으로 정해진만큼 고강도 수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체포 후 48시간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군인권센터는 “조 씨는 쿠데타를 모의한 중대 범죄 혐의가 분명함에도 수사를 피해 장장 5년을 해외로 도주하여 잠적하였던 지명수배자”라며 “검찰은 즉시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신병을 확보하고, 계엄 문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조 씨가 정권이 바뀌자 면죄부를 얻기 위해 도피 생활을 끝내고 자진 귀국하였다는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라며 “조 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중지와 지명수배를 결정하였던 주체는 ‘검찰’이다. 게다가 합동수사단 활동 종료 이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되었는데, 당시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캐비닛엔 당시 확보했던 수많은 자료도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남은 것은 윗선에서 누가 헌정질서 파괴를 지시·모의하여 문건이 작성된 것인지 규명하는 일”이라며 “검찰 스스로 ‘정치검찰’의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 전 사령관은 2022년 9월 국 현지 변호인을 통해 “계엄문건 작성의 최고 책임자인 저는 계엄문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라며 “귀국 절차 및 시기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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