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요건에서 대폭 강화···사전 검열 지적도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주간 기념 전시회 ‘장애봄봄: 전시회봄, 체험해봄’ 개막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주간 기념 전시회 ‘장애봄봄: 전시회봄, 체험해봄’ 개막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전시회를 열기 위한 허가 절차가 강화된다.
 
27일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에 ‘전시회를 위한 로비 사용 허가’ 조항을 신설했다. 해당 조항에는 전시회 개최를 위해 로비 사용 신청을 할 때 ‘국회 시설물 예약시스템’에서 전시할 작품의 사진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작품 사진은 전시회가 열리기 두달 전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사무총장은 전시회 허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문위를 구성해 의견을 참고할 수 있다’는 신설규정에 근거해 별도의 자문위원회(9명)도 구성했다. 자문위에는 미술 및 법률 전문가 등이 포진한다.
 
이는 행사명, 행사 목적, 주최·주관 등의 간단한 정보만 기재하면 자유롭게 로비를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에 비해 훨씬 까다로워진 요건인데,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내외 부부를 풍자한 미술작품 전시를 허용했다가 뒤늦게 철회해 논란이 된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1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 등이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12명이 공동 주관한 ‘2023 굿바이전 인 서울’ 전시회를 허가했다가 윤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작품이 포함된 것을 인지하고 개막 전날 급히 취소 조치했다.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사무총장이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규를 적용한 것이다.
 
당시 전시를 주관했던 의원들은 취소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국회사무처는 전시회 당일 새벽 의원회관 2층 로비에 설치된 작품들을 기습 철거했다.
 
국회사무처의 의도는 관련 내규를 고쳐 ‘허가 번복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어야 할 국회에서 미술작품을 사전에 검열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기존에도 사무처가 내규에 따라 독자적으로 허가 여부를 결정해왔다”며 “앞으로 자문위 의견을 수렴해 판단의 공정성과 신뢰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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